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십자가와 계약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23 조회수613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성지주일


<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


복음: 루카 19,28-40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


엘 그레코 작, (1600-1605),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 십자가와 계약 >

          신앙심 깊은 슬로바키아 민족들은 공산주의 박해 아래 수십 년 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14살 양카도 수없이 많은 순교자들 중 한 명입니다. 1977년 늦가을 슬로바키아에서였습니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던 마리아는 어린 환자들과 놀기 위해 병원의 소아병동을 방문했습니다. 그녀는 이 병상에서 저 병상을 다니며 어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 사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녀는 14살 소녀의 병상으로 갔는데, 그 때 만난 아이가 바로 양카였습니다.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양카가 물었습니다.

가톨릭 신자세요?”

그래.”

성당도 다녀요?”

그럼. 규칙적으로 다니지.”

그럼 좋아요.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걸 당신에게 말해줄게요.”

“5년 전에 나는 첫 영성체를 했어요. 그러나 비밀이에요! 할머니께서 나를 준비시켜 주셨어요. 우리 부모님은 공산당원이기 때문이에요. 엄마는 선생님이고 아빠는 당 서기관 대리예요. 나는 부모님과 하느님이나 신앙에 대해 한 번도 얘기해본 적이 없어요. 첫 영성체 후 나는 특별한 꿈을 꿨어요. 나는 예수님을 보았는데, 하나는 흰색이고 하나는 붉은색인 두 개의 관을 손에 들고 계셨어요. 그리고 말씀하셨어요. ‘양카, 너는 어떤 걸 원하니?’ ‘둘 다요.’ ‘그러나 붉은 관을 받으면 너는 고통을 받을 거야!’ ‘상관없어요. 저는 둘 다 가질래요.’ 이렇게 대답한 후에 나는 오른쪽과 왼쪽에 많은 사람이 있을 것을 보았어요. 그들이 내게 소리쳤어요. ‘양카, 우리를 도와줘! 우리를 구해줘!’ 그게 내가 꾼 꿈이었어요.

부모님은 곧 내가 첫 영성체를 한 것을 알게 되셨어요. 그들은 할머니에게 소리를 지르고 마침내 할머니를 집에서 내쫓았어요. 나는 몹시 울었어요. 엄마는 내 방을 뒤져 내 눈앞에서 상본과 교리서를 모두 태웠어요. 그리고 레닌의 책을 책상 위에 놓고 소리쳤어요. ‘우린 이제 이걸 공부할 거다!’ 나는 흥분해서 그 불온한 책에 침을 뱉었어요. 그러자 아빠가 나를 몹시 때렸어요. 그리고 부모님은 나가셨고 나는 혼자 집에 있었어요.

나는 할머니가 과연 어디 계실까 곰곰 생각했어요. ‘분명 성당에 계실 거야.’ 역시 그곳에 할머니께서 계셨어요. 나는 계획을 세웠어요. ‘오세요, 할머니. ‘제 방에서 주무시면 돼요. 부모님은 하루 종일 밖에 계실 테니까 할머니는 제 방에서 지내시면 돼요. 제가 학교에서 급식 받은 빵을 가져오고, 학교 가는 길에 필요한 걸 사면 돼요.’ 할머니는 나를 따라와 내 방에 숨었어요. 바로 성탄 시기였는데 열흘 동안은 잘 지나갔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내 방에서 할머니를 발견했어요. 우리 부모님은 처음보다 더 무자비하게 할머니를 쫓아냈어요. 나는 몹시 울면서 소리 질렀지요. 아빠는 화가 나서 펄펄 뛰면서 나를 책상에 묶어놓고 거의 죽을 만큼 때렸어요. 보세요. 여기 무릎 아래 아직도 상처가 있지요. 지금은 그렇게 심하진 않지만... 마음은 몸보다 훨씬 더 아파요. 왜냐하면 할머니가 성당 뒤에서 얼어 죽어있는 걸 사람들이 발견했거든요. 나는 그 후에 병원으로 보내졌어요. 내 친척들 중 누구도 나한테 일어난 일을 알아채지 못했어요. 그 후 나는 집보다 병원에 있는 날이 더 많아요. 나는 완전히 혼자예요.”

마리아가 물었습니다.

근데 지금은 왜 여기 있지?”

보세요. 여기, 이 옆구리에 종기가 났는데 그게 점점 커져요. 아빠가 나를 때렸던 곳에 그게 생겨났어요. 그때부터 점점 자라면서 진물 같은 게 흘러요. 사람들이 나를 수술할 거래요.”

마리아는 그 종양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건 어려운 수술이야. 너는 사제에게 병자성사를 청해야 해.”

바로 그 때문에 처음부터 당신이 가톨릭 신자냐고 물었고, 당신께 모든 걸 얘기한 거예요.”

얼마 후 담당 간호사가 마리아에게 그 소녀가 수술 후에 죽었다며 편지를 한 통 전해 주었습니다.

마리아, 내게 마지막으로 성체를 모실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워요. 나는 첫 영성체와 마지막 영성체만을 했군요. 이제 나는 수술이 끝났어요. 어떻게 될지 당신은 아나요? 나는 수술 후에 귀가 안 들려요. 부모님은 그것을 아주 속상해 하세요.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을 나는 전혀 듣지 못해요. 아빠가 지갑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상본을 꺼내시더니 거기 몇 마디 써서 내게 읽으라고 주셨어요.

양카, 우리에게 너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다! 너는 우리를 다시 하느님께로 인도해주었다. 나는 더 이상 공산당 서기가 아니다. 나는 창고 관리인이고 엄마는 더 이상 선생님이 아니라 상점 점원이다. 우리는 네게 고맙구나. 우린 공산당에서 탈퇴했단다.’”

양카는 1977128일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죽었습니다. 128일은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대축일입니다.

 

정광태씨가 부른 도요새의 비밀이란 노래를 아십니까?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오르는지...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멀리 날으는지...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빨리 날으는지... 도요새, 몸은 비록 작지만 가장 멀리 나는 새, 가장 높이 꿈꾸는 새

도요새들은 해변가에 거주하게 되는 동안 작은 게나 벌레들을 잡아먹고 암컷의 경우 몸무게가 약 600g이 되게 살이 찐 후 점보제트 여객기로도 12시간가량 걸리는 거리까지 한번에, 쉬지 않고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고 하늘을 날아 이동하는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멀리 날고 높이 아는 새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E7] 이라고 하는 위성 꼬리표를 부착한 이 도요새는 뉴질랜드 북섬 테임스강 하구 피아코 에서 317일 밤 자정 출발해서 곧장 타스만해를 가로질러 뉴칼레도니아 파푸아뉴기니아 괌 서부를 건너 한반도의 서해(황해) 갯벌까지 1205km를 날아갔다고 합니다. 장거리 논스톱 비행으로 몸무게가 반절 가 되게 줄어든 이 새들은 한반도 서해안 지역 갯벌 에서 약 5주가량 쉬며 기력을 회복한 후 또 다시 약 5000km 더 떨어지는 알라스카 까지 머나먼 여정 길에 오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도요새가 왜 이런 멀고도 험한 비행을 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알려진 바가 없더라도 도요새가 그렇게 먼 여행을 한다면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모든 동물들은 생존본능이 있습니다. 그렇게 고생하는 것이 그만한 가치를 내게 가져다주지 않는다면 그런 고생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십자가는 계약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온전히 이해될 수 없는 신비입니다. 이제 우리는 모든 관계를 계약으로 이해해야 할 때입니다. 계약이 체결되려면 먼저 내가 가지고 싶은 상품이 있어야합니다. 그리고 그 상품의 값은 내가 지불하려는 한계 내에 있어야합니다. 만약 내가 그 값을 지불하고 그보다 더 큰 이득을 얻게 된다면 우리는 가차 없이 그 값을 지불합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비유 밭에 묻힌 보물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밭만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전 재산을 팔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보물이 있으니 가차 없이 전 재산을 팔아 땅을 산 것입니다.

모든 관계는 이득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서는 지불해야 하는 것도 있는 것입니다. 그 관계에서 얻는 이득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의무가 십자가입니다. 이는 양카의 꿈에서 예수님께서 흰 관과 붉은 관을 두 개 보여준 것과 같습니다. 양카는 계약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아이였습니다. 흰 관은 붉은 관 없이 얻을 수 없는 영광입니다. 어떤 사람이 결혼할 때 배우자의 좋은 면하고만 결혼할 수 있겠습니까? 배우자가 가지고 있는 좋은 면, 나쁜 면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자녀를 낳으면 예쁜 것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자녀를 위해 해 주어야 하는 희생까지 함께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십자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이 그런 고생을 해서 그만한 이득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결코 당신의 에너지를 소비하시지 않으십니다. 그러면 예수님이 얻으려고 했던 상품?은 무엇일까요? 바로 아버지와의 관계입니다. 아버지가 아드님과의 관계를 조건으로 원하신 것이 십자가의 죽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와의 관계가 십자가의 죽음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기에 예수님은 그 값을 지불하실 수 있으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노력하는 것과 돌아오는 것이 정확히 같은 가치라면 굳이 계약을 체결하고 무언가를 지불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나에게 좀 이익이 되기 때문에, ‘플러스알파가 있기 때문에 계약을 맺고 값을 지불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목숨을 내어놓으셔서 다시 아버지로부터 영원한 생명을 되돌려 받는다면 사실 십자가의 순종은 이득이 되는 계약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와의 관계를 위해 지불한 십자가의 희생은 아버지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새로이 탄생한 교회와의 관계도 플러스알파로 주어집니다. 마치 부부가 혼인하여 부부간의 사랑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플러스알파인 자녀의 선물까지 얻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관계는 나를 완성시켜줄 뿐만 아니라 더 큰 것을 얻게 해 주기 때문에 항상 이익이 남는 장사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느님과 맺는 계약은 우리의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맺어야 하는 강요받은 계약입니다. 도요새나 철새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먼 이동을 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존재적으로 하느님과의 계약이 아니면 생명을 얻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마치 남자와 여자가 태어나기 시작하면서부터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생각하게 되어 있는 것과 같습니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니 해 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고들 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남자로서의 혹은 여자로서의 완성도 이룰 수 없으며 부모가 된다는 것도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죽게 됩니다. 나는 관계로 완성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위해서 그리스도와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십자가의 값을 치러야 합니다. 그것이 싫다면 하느님과의 관계도 끝이고 나의 생명도 끝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십자가가 가벼워지기 위한 유일한 길은 내가 십자가의 희생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 훨씬 크고 이익이 많이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길뿐입니다. 양카가 자신이 붉은 관도 받아들였을 때 많은 이들을 구원하게 될 것이라는 환시를 본 것과 같습니다. 십자가의 희생은 자기만 구원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구원됩니다. 그리고 그 영광과 기쁨은 십자가의 희생보다 훨씬 크고 가치 있는 것입니다.

 

왜 사람들이 하느님을 믿지 않겠습니까? 자신들의 희생으로 얻는 것이 희생보다 작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믿지 않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익이 남는 것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이신 그리스도께도 십자가를 비켜갈 수 없는 것처럼 공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값을 치르고 사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돈 몇 푼 벌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는데,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영원한 생명을 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구원해준다는데 그분과 계약을 맺지 않는 것 자체가, 그래서 십자가를 지지 않는 것 자체가 얼마나 바보스런 것이겠습니까?

십자가는 바로 이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는 내가 목숨을 내어놓고라도 맺어야 하는 가치 있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가치를 올바로 인식만 한다면 내가 지불해야 하는 것은 아주 작은 비용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희생을 하는 성인들은 그 희생의 가치를 알았기에 항상 더 많은 고통을 원하셨던 것입니다. 우리도 하늘나라 영원한 보물에 조금 더 투자해 보려는 결심을 해 보는 것을 어떨까요?

 

 






 


 

  오산 성당 홈페이지: http://cafe.daum.net/ca-osan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