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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26일 *성주간 화요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26 조회수545 추천수13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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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 *성주간 화요일(R) - 요한13,21ㄴ-33.36-38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너는 닭이 울기 전에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강제하지 않으시는 하느님>

 

 

    언제 묵상해도 가슴 아리고 긴박하며 의미심장한 최후의 만찬 장면입니다. 요한 복음사가는 아주 세밀하게 최후 만찬 석상의 분위기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비록 몸은 만찬석상에 앉아계시지만 내적으로 얼마나 번민하셨고 고뇌하셨는지에 대해서 손에 잡힐 듯이 잘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란 유행가 가사가 있습니다. 최후만찬석상에서의 예수님도 상황이 비슷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합니다. 체포와 예정된 수난, 그리고 십자가 죽음이 바로 코앞입니다. 피할 수만 있다면 정말 피하고 싶은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원하시니 두말 않고 나아가야 할 길이었습니다.

 

    음식이나 제대로 잡수셨을까요? 요한 복음사가는 예수님 마음이 ‘산란해졌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손으로는 빵을 떼어 입으로 가져가지만 마음은 벌써 빌라도 법정 앞으로, 골고타 언덕 위로 가있습니다. 더구나 예수님 자신의 ‘산란한’ 마음을 알아주고 따뜻이 위로해주는 사람 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참으로 고독하고 혹독한 메시아로서의 삶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잠시 후면 누군가 한 사람이 나를 적들의 손에 팔아넘길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내가 제자로 선택한 사람입니다. 더구나 사람이 쓸만해 보이고 똑똑해보여서 총무라는 중책까지 맡긴 사람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아직도 제자들은 참 신앙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의 신원과 사명, 그분의 계획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12제자라고 최후의 만찬석상에 둘러앉아 있었지만 마음은 다른데 가있었습니다.

 

    제자들 머릿속이 무척이나 복잡해졌습니다. 왜냐하면 공생활 기간 내내 보여주셨던 예수님의 전지전능하신 모습은 이제 온데 간 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가 예수님과 제자들을 조여오고 있었습니다. 종전과는 달리 적대자들 앞에 무기력해진 예수님, 속수무책인 예수님의 모습이 불안 불안한 제자들이었습니다. 각자 머릿속은 자기 살 궁리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제자 베드로도 지금은 비록 “주님을 위해서라면 저는 목숨까지도 내놓겠습니다.”하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잠시 후 세 번이나 스승님을 모른다고 배신할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느끼셨던 비애감, 배신감, 고독감이 하늘을 찔렀을 것입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그토록 집중교육을 시켰던 12제자마저도, 당신으로부터 치유되고 새 삶을 얻은 사람들조차도 예수님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해주지 못했습니다. 심연의 고독과 슬픔 속에서도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정해주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십니다.

 

    유다의 배신 과정에서 눈여겨 볼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비록 스승을 배신한 제자라 할지라도 끝까지 그를 사랑하는 애틋한 마음,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회심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 아무리 악한 결정이라 할지라도 한 인간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마음이 돋보입니다.

 

    최후의 만찬이 무르익자 예수님께서는 공개적으로 선언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너무나 충격적인 스승님의 말씀에 다들들 얼이 빠져 어리둥절한 가운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이미 예수님께서는 유다의 배신을 낱낱이 파악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최후의 순간까지 유다에게 희망을 거두지 않으셨기에 그 사실을 다른 제자들에게 밝히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참으로 대단한 스승님이십니다. 저 같았으면 진작 드러내놓고 말했을 것입니다. “유다, 너! 니가 대체 인간이냐? 감히 나를 배신해?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이 배은망덕한 놈아!”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그 이름을 밝히지 않으십니다. 혹시라도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꿔먹지 않을까 기다리십니다. 그를 존중해주십니다. 한 인간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주십니다.

 

    오늘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마음도 비슷할 것입니다. 비록 우리가 악한 길을 간다 할지라도 억지로 돌려세우지 않으십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다리십니다. 우리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주십니다. 강제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정말이지 수동적인 하느님이십니다.

 

    선이냐 아니면 악이냐? 생명이냐 아니면 죽음이냐? 선택을 우리 손에 맡기십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강제하지 않으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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