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회개가 없는 후회는 절망뿐이다/신앙의 해[125]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26 조회수364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림 : 오스트리아 짤츠캄머굿 장 크트 볼프강 성당

동물의 세계에는 배반이 없다나. 인간만이 배신을 한단다.
그러기에 짐승만도 못하다는 말들을 한다.
잘도 계산하고 따지기에 등도 때로는 돌린다.
별것 아닌 것도 이해타산에만 얽히기에 배신이 존재하는 것이겠지.
모두가 ‘판단의 잘못’일 수도. 영악하게 생각하는 것이 원인이기도 할 게다.

‘예수님께서는 마음이 산란하시어 드러내 놓고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제자들은 누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지 몰라 어리둥절하여 서로 바라보기만 하였다.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예수님 품에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그는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였다.
그래서 시몬 베드로가 그에게 고갯짓을 하여,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람이 누구인지 여쭈어 보게 하였다.
그 제자가 예수님께 더 다가가, “주님, 그가 누구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빵을 적셔서 주는 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리고 빵을 적신 다음
그것을 들어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에게 주셨다.(요한 13,21-26)’
 

예수님은 제자 두 사람의 배반을 예고하신다. 바로 유다와 베드로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유다를 배반자, 베드로를 성인(聖人)이라고 한다.
그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사실 베드로도 유다도 모두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였다.
그런데 베드로는 후회로만 그친 게 아니라 회개까지 하였다.
자신이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 배반했던 것처럼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세 번 아니 그 이상 고백했을 게다.
 

반면에 유다는 후회만 했지 회개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의 잘못을 깨달은 뒤 절망에 빠져 자신의 목숨을 끊어 버리고 말았다.
잘못한 줄은 알았지만 그 잘못을 하느님께 온전히 맡기지 못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주님께서는 이미 그를 용서하려했으나,
유다 스스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것이다.

‘성인’이란 죄를 전혀 짓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끊임없이 죄에 빠져도 매번 회개하여 새롭게 출발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배반자로 남는 사람은 그게 아니다.
그 역시 죄를 짓고 난 뒤 후회는 하겠지만, 그에 따른 회개를 하지 않는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음에도
스스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채 포기한 것이리라.
 

우리 모두는 죄를 짓는다.
그러나 그 죄를 후회만 하는지 회개까지 이어지는지에 따라
성인이 되기도 하고 배반자로 남기도 하리라.
누구나 살면서 조금씩은 배반도 한다. 은혜를 잊고 도움 받은 것도 망각한다.
그러면서 소문에는 민감하고 베푸는 일에는 냉정해진다.
복음에 등장하는 유다의 그 모습이다.

우리에게는 유다의 모습이 없는지?
내게 있는 모든 것을 ‘감사의 시각’으로 보지 않으면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전락하게 될 게다.
그리하여 남의 것을 기웃거린다.
자신의 소유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 ‘우직한 사람’도 마침내 자만하게 되리라.
감사와 겸손이 언제라도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사랑 가운데 배신당하지 않으리라고 보장된 게 있을까?
배신을 각오하고 베풀어지는 주님의 사랑은 도대체 어떤 사랑일까?
우리는 두 사람의 배신을 보았다.
유다 그리고 베드로,
그런데 왜 유다는 절망의 세계로 빠져 들고 베드로는 회개할 수 있었을까?


절망과 희망, 그것은 마침내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선택이 아닐까?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도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은
영원히 변함없이 보장되어 있다.
그 하느님을 언제나 모시는 게 신앙인의 삶의 자세이다.
 

예수님은 유다가 당신을 배신할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시면서도
그것을 응징하지 않으시고 더 큰 사랑으로 맞아 주셨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유다까지도 사랑한 예수님을 깊게 묵상해야 하리라.
유다는 결국은 회개가 없는 후회로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졌다.
철저히 회개한 베드로,
그와 정반대인 유다는
예수님의 몸값인 은전 서른 닢을 성전 안에다 내던지고 물러가서 목매달고 죽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