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27 조회수358 추천수4 반대(0)


중견사제 연수를 하고, 용문 수련장에 있으면서 남는 시간에 ‘드라마’를 자주 보았습니다. ‘ 마의, 야왕, 아이리스, 내 딸 서영이, 백년의 유산,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드라마를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온갖 시련을 겪지만 나중에는 그 시련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악역을 맡은 사람은 처음에는 이기는 것 같지만 나중에는 모든 것을 잃고 비극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주인공이 시련을 겪으면 겪을수록 드라마는 더욱 긴장감을 줍니다. 더러는 악역을 맡은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주인공을 도와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치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을 배반하였지만 나중에 회개하여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반면에 유다는 끝까지 악역을 맡았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합니다. 우리들의 삶이 드라마처럼 화려하거나, 긴장감이 넘치지는 않지만 때로 우리들의 삶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고, 실감나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30년 전에 저는 드라마와 같은 경험을 했었습니다. 1983년도에 신학생인 저는 주일학교 교사들과 보좌신부님과 함께 안면도엘 갔었습니다. 30여명이 함께 갔습니다. 안면도 해안가에서 조개를 줍고 있었습니다. 한참 놀고 있다가 차로 돌아가려는데 차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와 다른 두 명의 교사만 남았습니다. 그때는 핸드폰도 없던 때였고, 이미 가버린 버스를 기다릴 수도 없고, 우리는 돈을 모아 수박을 하나 사서 먹고, 길을 걸었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모르지만 길을 따라서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 버스가 논두렁에 멈추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타고 온 버스였고, 버스가 길을 가다가 그만 바퀴가 논두렁에 빠진 것이었습니다. 다른 교사들도 우리가 없는 것을 그때 알았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반가운 마음에 원망도, 서운함도 다 잊어버렸습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돌보셔서 버스의 바퀴가 논두렁에 빠진 것이 아니었을까!’

그날 민박에서 또 하나 잊지 못할 일이 있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랜턴을 켰는데 약이 없는 것이 몇 개 있었습니다. 저는 낮에 함께 수박을 먹으면서 걸어왔던 교사들과 함께 건전지를 사러 가겠다고 하였습니다. 해변으로 가서 랜턴의 약도 사고, 아이스크림도 사서 먹으면서 밤길을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동네의 청년들이 저희들 앞을 막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왔냐! 왜 밤에 다니느냐!’ 이런 것들을 물어보는데 겁이 났습니다. 교사 중에 한명이 성모송을 외우니까 청년들은 무슨 주문을 외우는 것으로 알았는지 우리보고 그냥 가라고 했습니다. 급박한 순간에 기도를 하던 교사가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오늘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내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해안가에서 버스가 떠나버렸어도 하느님께서는 다시 버스를 만날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낯선 밤길에 무서운 청년들을 만났어도 하느님께서는 안전하게 지켜 주셨습니다. 주님과 함께 우리도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걸어야 하겠습니다. 그 길이 우리를 모든 유혹으로부터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그 길이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끌어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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