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27 성주간 수요일 이사50,4-9ㄴ 마태26,14-25

주님의 참된 제자의 삶

오늘은 ‘주님의 참된 제자의 삶’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였다가
주님을 배반하여 팔아넘긴 유다를 보며 떠오른 주제입니다.

‘어렵다.’ ‘힘들다.’ 라는 말을 쓰지 말자 하면서도 자주 혼자 토로하기도 합니다.

진정 주님의 제자라면
주님 앞에서가 아닌 사람들 앞에서는 이런 말은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제 어느 자매에게 드린 충고가 생각납니다.

종합병원이라 할 만큼 온 몸과 마음이 성하지 않은 분입니다.

“아파도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처럼, 기쁘게, 밝게 살아가십시오. 
  믿음의 승리, 영혼의 승리, 정신의 승리의 삶을 사십시오.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살 수 뿐이 없고 또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아파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씩씩하게 기쁘게 내 존엄과 품위를 지키며 사는 것입니다.

자꾸 어렵고 힘들고 아프다고 위축되다 보면
내외적 상황은 계속 악화되기 때문입니다.

이게 진정 제자의 길입니다.”

이런 요지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이 자매님은 밖에서는 전혀 알아챌 수 없이 건강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아마 끊임없는 기도의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침 새벽 성무일도 시편 중 마음에 와 닿은 구절입니다.

-내 세월을 한 뼘으로 줄이셨으니

 내 목숨은 당신 앞에 거의 없는 것

 사람이란 모두가 날숨과 같으오이다.

 그림자처럼 인생은 지나가고, 부질없이 소란만 피우는 것

 모으고 쌓아도, 그 차지할 자 누구인지 모르나이다.

 그렇거늘 이제 내 바랄 것이 주여 무엇이오니까?

 내 소망 그것은 당신께 있나이다(시편39,6-8).-

이런 삶의 실상을,
주님만이 유일한 희망임을 깨달아 알 때 주님의 제자 직에 충실한 삶입니다.

고통을 내색하지 않고 의연하고 침착하게, 기쁘게 살아갑니다.

바로 오늘 1독서 이사야서의 주님의 종, 주님의 제자의 모습이 이러합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내 귀를 일깨워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

히브리어로 제자는 ‘가르치다’ 동사의 수동태라 합니다.

즉 가르침 받는 이가 제자란 뜻입니다.

끊임없이 평생 주님의 말씀을 듣고 배우는 자가 제자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평생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학인으로 살아갈 때

주님의 제자 직에 항구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내공이 쌓여 의연하고 침착할 수 있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내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나를 의롭다 하시는 분께서 가까이 계시는데, 누가 나에게 대적하려는가?

  …보라,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는데. 나를 단죄하는 자 누구인가?”

바로 이런 확신의 사람이 진정 주님의 제자입니다.

하느님의 승리, 믿음의 승리, 영혼의 승리, 정신의 승리를 상징합니다.

로마는 하루 만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이런 믿음 역시 하루 만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하루하루가 쌓여 내 운명이 됩니다.

내 운명의 주인은 나입니다.

하루하루 주님과 함께 내 운명을 만들어가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내 운명에 대해 하느님을, 또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바로 유다의 불운에 유다도 책임이 있음이 함축된 주님의 말씀입니다.

하루하루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주님을 따라 주님의 제자가 되어 충실히 살았더라면

이렇게 악의 유혹에 빠져 속절없이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주님을 충실히, 항구히 따를 수 있게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