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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버림과 받아들임, 그리고 새로운 관계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28 조회수661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성주간 목요일


<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


복음: 요한 13,1-15





제자들의 발을 씻어줌


조토(Giotto) 작, (1302-1305),  파도바 아레나 경당


     < 버림과 받아들임, 그리고 새로운 관계 >

         이번 병원 봉성체를 하다가 욕을 들어먹었습니다. 손발이 묶여 침상에 누워있는 치매 환자 자매인데 이렇게 말하면 좀 뭐하지만 악이 받친 눈빛으로 약간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모든 것을 거부하는 분입니다. 전에 머리에 안수를 해 주었더니 싫어해서 이번에는 머리에 손도 대지 않고 안수를 주는데도 저에게 욕을 하며 나오지도 않는 침까지 뱉었습니다. 축복을 해 주려고 하는데 마치 자신을 아프게 하는 줄 알고 몸을 비틀며 욕을 해 대는 것이었습니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하나도 하지를 않는 분인데도 욕을 하는 발음은 너무도 정확해서 조금은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봉성체를 면 치매환자들 중 그런 분들은 100명 중에 한 분은 그런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치매 환자들은 받아들이고 거부하는 표현이 너무 적나라합니다. 물론 환자라 그러겠지만 그 안에 무엇이 있기에 좋은 것을 주려는 데도 거부하는 것일까요?

 

인터넷에서 자신의 딸에 관해 쓴 사연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언니와 유치원 다니는 동생이 아빠에게 성탄카드를 선물했습니다. 그래서 아빠도 둘째 딸(구름공주)에게 뭔가 줘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빠 : "우리 구름공주, 크리스마스 때 뭘 갖고 싶어?"

구름공주 : (단호하게) "~ 난 산타 할아버지 선물 안 받아도 돼!"

어리둥절해 진 아빠가 다시 딸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 "? 그러면 언니(초등학생인 해님공주)만 산타할아버지께 선물 받을 텐데... 그러면 어쩌지?"

구름공주 : "그래도 괜찮아... (산타에게) 선물 안 받아도 돼."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내게 아이들 엄마가 힌트를 줍니다. 며칠 전부터 둘째 구름공주를 엄마 아빠와 따로 재우기 위한 시도(잠자리 홀로서기)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을 앞둔 겨울부터 혼자 잠자는 언니를 따라 같이 재우려는 엄마의 당근책이 바로 '크리스마스 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엄마는 딸아이에게 "엄마 아빠와 같이 자는 아이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지 못하고 그냥 가신다"는 아주 무시무시(?)한 말을 전한 것. 이에 둘째는 이틀 동안 언니와 따라 잠을 잘 잤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부터는 새벽에 둘째가 엄마 아빠 방으로 건너왔습니다. 그러더니 요 며칠 전부터는 아예 "언니랑 안자!"하고 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 다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둘째 구름공주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아빠 : "언니만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 받으면, 구름공주 너는 속상하지 않겠어?"

구름공주 : "괜찮아~ 언니 학교 갔을 때 언니 선물 갖고 놀면 되니까!"

아빠 : "......"

구름공주의 결심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구름공주 : "근데, 아빠... 산타 할아버지가 언니(에게) 선물, 두 개짜리 가져다 줬으면 좋겠다~"

아빠 : "..................."

[출처: OhmyNews블로그, 쫄쫄이 스타킹과 장딴지, 5살 딸이 산타의 선물을 거부한 이유]

 

참 귀여운 아이입니다. 선물을 받으면 부모님과 떨어져 자야하기 때문에 산타의 선물을 거부한 것입니다. 한 여자가 한 남자와 사귀고 있는데 자꾸 다른 남자가 선물을 준다면 그것을 계속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선물은 곧 관계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 구별하지도 않고 무조건 거부한다는 것은 그것을 주는 사람과의 관계를 원치 않는다는 말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십니다.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 당시 노예들이나 하는 일이었는데 주님이며 스승이신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의 발을 직접 씻어주시는 것입니다. 이는 겸손이고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사랑을 보여주실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아버지께로부터 그 사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 손에 내주셨다는 것을 아시고...”

사랑은 주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만약 하느님께서 예수님께 모든 것을 주셨다면 정말 당신 이름을 제외하고는 하느님으로서 당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주신 것입니다. , 사랑 자체인 성령님을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께는 사랑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주시는 사랑을 거부하려고 합니다. , 그의 발을 씻으려하는 예수님의 호의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겸손해보이지만 실상은 사랑을 받기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주는 것이 어려운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랑을 받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이 받은 사랑을 나누어주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가는 더 엄청난 관계 속으로 빠져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부담스러운 것입니다.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사랑을 거부하셨다면, 성모님이 하느님의 사랑을 거부하셨다면 아무 것도 이루어 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베드로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아주 조금의 거부도 없이 받아들여야 완전한 그리스도의 대리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보좌 신부를 할 때 대축일 미사 복사 서느라고 고생한 복사들에게 맛있는 것 사먹으라고 돈을 좀 듬뿍 주었습니다. 다음 날 미사에 그들이 저에게 다가오더니 그 돈을 다시 내미는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받아서는 안 되겠다고 자기들끼리 상의하고 다시 가져온 것입니다.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편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호의에 대해 마음이 상하기도 하였습니다.

받아들이지 않는 것 이면에는 나도 주기 싫다는 마음이 들어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길거리에서 천만 원을 아무 이유 없이 준다고 생각해 봅시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 큰돈을 받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받으면 줘야 하는 것이 삶이 이치인데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고 또 무언가를 주어야 하는 관계는 매우 불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판공성사를 듣다보면 기도생활을 잘 못 했다는 말을 매우 많이 듣게 됩니다. 그러면 저는 식사는 제 때에 하시지요?”라고 물어봅니다. 대부분이 기도는 걸러도 식사는 거르는 일은 없습니다. 하느님이 주시려는 은총을 받아들일 시간을 내기 위해서는 식사를 거를 줄도 알아야합니다.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지만 아직은 그분과의 관계를 갖는 것이 세상의 것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가치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세상과의 관계를 위해 하느님과의 관계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도 무언가를 잃기 싫어서 그분의 축복을 거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부모님과의 관계를 위해 산타의 선물을 거부한 아이처럼 관계에서 오는 더 큰 복을 위해 무언가는 포기할 줄 아는 우리들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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