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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송전탑 아래서 미사를 지내며 눈물 흘리다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28 조회수373 추천수3 반대(0) 신고
        송전탑 아래서 미사를 지내며 눈물 흘리다







▲ 평택 송전탑 전국집중미사 / 천주교의 성주간 첫 날인 3월 25일, 평택 쌍용자동차 앞 송전탑 아래에서 쌍용차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이 자리에는 각 교구에서 1천여 명의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이 참여해 함께 기도했다.  
ⓒ 정현진

오래 전부터 천주교 수원교구 사제들이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평택역 앞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해 왔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미사에도 참례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하지만 한 번도 실행을 하지 못했다. 충남 태안에서 살고 있는 내가 매주 월요일 오후 서울에 가서 ‘대한문미사’에 참례하는 것도 사실은 벅찬 일이었다.

올해 연세 구순이신 암 투병을 하셨던 모친을 모시고 사는 것도 사실은 버겁다. 노친 덕분에 ‘효자’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 자유가 없다. 게다가 나 자신도 여러 가지 성인병을 안고 어렵게 관리를 하며 사는데, 이제는 내 나이도 노년의 문턱을 넘었지 않은가.

그런 내가 월요일에는 서울을 가고 또 수요일에는 평택을 가고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수요일 오후에도 평택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끝내는 실행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천주교 수원교구 ‘공동선실현 사제연대’ 신부님들이 얼마 전부터 미사 장소를 쌍용자동차공장 정문 앞으로 옮겼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2천6백 여 명을 대표하는 노조간부들 중에서 3명이 15만 볼트의 고압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 올라가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였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앞 송전탑 아래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된다는 소식에 나는 좀 더 고민을 해야 했다. 매주 월요일에는 서울을 가고 수요일에는 평택을 가고 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니 한 주는 서울을 하고 한 주는 평택을 가는 식으로 조정을 하기로 아내와 의논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계획을 실행하려 할 때 ‘쌍용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평택 송전탑 전국 집중 미사’가 3월 25일(월) 오후 2시에 봉헌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 미사에 참례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우선 노친께 자세한 설명을 드렸다.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며 취업 수험공부를 하고 있는 딸아이를 집에 내려오게 하여 동행을 했다.

교회의 뜨거운 위로와 연대
    


▲ 미사를 주례하는 이성효 주교 /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리노 주교가 미사 주례와 강론을 맡았다.  
ⓒ 지요하

‘쌍용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평택 송전탑 전국 집중 미사’는 군종교구를 제외한 전국 15개 교구의 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발의하고 마련한 미사였다. 당연히 전국 15개 교구를 대표하는 사제들과 수도회 사제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리고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리노 주교가 주례와 강론을 맡았다.

사제와 수도자와 일반 신자 1천여 명이 함께 한 이 날의 미사에서 이성효 주교는 먼저 송전탑의 농성자들에게 인사말을 했다.

“친애하는 농성자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의 고통에 동참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슬픔에 함께 합니다. 힘을 내십시오. 그리고 다 함께 공정한 세상, 행복의 꿈을 꿉시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우리가 꿈꾸는 그 공정의 세상과 행복은 막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성효 주교는 강론을 통해 쌍용자동차의 2009년 대량해고, 오늘까지 24명에 이르는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죽음, 서울 대한문 앞 355일의 농성, 126일째인 송전탑 농성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농성을 하는 이들이 지치거나 기가 꺾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의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하느님께서 연약하고 힘겨워하는 우리를 굽어보시고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주시도록 더욱 뜨겁고 간절하게 기도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약속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갇힌 이들을 감옥에서 구해내고, 어둠 속에 있는 이들을 풀어주기 위해 손잡아 주실 것이라는 성경 말씀에서, 또 이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며 확인합니다. 이 희망을 농성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과 끝까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아울러 이성효 주교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라는 말씀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이곳의 송전탑, 서울의 대한문, 제주 강정마을에도 같은 인사말을 나누어 주실 것입니다”라고 위로를 전하면서, “이 송전탑 앞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3시에 미사가 봉헌됩니다.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켜주신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 신부님들과 신자들은 주변의 형제자매들이 미사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더욱 뜨겁게 힘 써 주십시오”라는 당부도 했다.



▲ 제대를 향해 선 사제들 / 참석 사제가 많아 다수 사제들은 제단 아래에서 공동 집전을 했다.  
ⓒ 지요하

영성체 후에는 특수 장비를 장착한 트럭이 제대 앞으로 들어와서 큰 화면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2009년 쌍용자동차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농성투쟁을 벌인 노조원들에 대한 경찰 특공대의 무자비한 진압 장면도 들어 있는 영상이었다. 헬리콥터에서 비처럼 떨어지는 수만 개의 볼트, 엄청난 양의 최루액 살포, 마구 휘두르는 곤봉 난타 등을 보면서 1980년의 광주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광주학살의 주범 전두환의 얼굴 위로 2009년 당시 경기지방 경찰청장이었던 조현오와 대통령 이명박 장로의 얼굴이 겹치기도 했다. 영상물을 보며 듣는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의 말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가족들의 정신 상태가 어떤 지경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미 상실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흑자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위해 회계조작으로 적자를 가장하고 2600여 명의 노동자들을 일시에 정리 해고해 버리는 나라, 그것이 용인되는 사회,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사태 후 해고노동자와 가족 24명이 목숨을 버리는 상황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하는 정치권, 그런 일을 국민 다수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알아도 무관심한 태도야말로 심각한 병적 증상임을 진단하는 정혜신 박사의 말에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회가 있어야 할 자리

영상 기기를 장착한 트럭이 빠진 다음에는 송전탑에서 126일째 농성 중인 복기성씨와 한상균씨에게 신자들 모두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냈고, 복기성씨의 인사말을 들었다. 함께 농성에 참여했던 문기주씨는 얼마 전 건강악화로 송전탑에서 내려와 입원을 해서, 현재 송전탑에는 두 사람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복기성씨는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에게 평등과 사랑을 가르치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선출된 프란치스코 새 교황님이 낮은 곳으로 가시며, 가난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하시는 말씀에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억울하고 불평등한 상황에 놓인 채 몸부림치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해주시는 신부님, 수녀님, 신자 분들께 깊이 감사하며 그 모든 분들의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 평택 송전탑 전국집중미사 / 쌍용자동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해고노동자 복기성씨와 한상균씨가 평택공장 정문 앞의 송전탑에 올라 126일째(25일 현재) 농성을 하고 있다. 함께 했던 문기주씨는 건강 악화로 며칠 전 송전탑에서 내려와 병원에 입원했다.  
ⓒ 지요하  

이어서 그는 “4년 동안 거리를 헤매다가 이제는 송전탑까지 올라와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 속에서 농성을 이어오고 있지만 수많은 양심들이 지켜주고 있으니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연하게 말하면서, “쌍용차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도록 간절한 바람으로 계속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다음으로는 현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인 김정우 지부장이 제대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피 끓는 소리로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그가 절규하듯 인사말을 할 때 제대를 향해 세 줄로 앉아 있는 사제들 뒤에서 한 여인이 흐느끼는 소리로 울었다. 해고노동자들의 가족인 것 같은 부인이었다. 울음을 참느라 애쓰며 작게 내는 흐느낌 소리가 너무도 애처로워서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눈물이 헤픈 나를 느끼며 여러 번 눈물을 닦아야 했다.



▲ 김정우 지부장 /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2600여 명을 대표하는 김정우 노조 지부장이 미사 중 영성체 후에 피끓는 소리로 인사말을 했다.  
ⓒ 지요하

김정우 지부장 다음에는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윈회 총무인 인천교구 장동훈 신부가 인사말을 했다. 오전에 수원교구장이며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인 이용훈 주교가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 송전탑 농성자들을 위로할 때 동행했던 얘기를 들려주었다.

  “저는 늘 저 자신에게 ‘교회가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이 미사와 같은 자리에서 교회의 자리가 어디인지에 대한 명료한 대답을 얻습니다. 이 끔찍하고 참혹한 세상을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들며 살아가는 방법은 형제와 이웃을 만나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이 지상을 떠나시기 전에 하신 일도 제자들에게 안부를 묻는 것이었고, 부활한 후에도 사람들에게 ‘평안하냐’고 안부를 물으셨습니다. 그처럼 우리도 세상에 안부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그 일을 오늘 오전에 이용훈 주교님께서 저 송천탑에 올라가 하셨습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세상에 안부를 묻는 일을 절대로 놓지 않고, 고난 받는 형제들을 끝까지 기억하며 저 형제들과 함께 끝까지 세상의 안부를 물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원교구 ‘공동선실현 사제연대’ 대표인 서북원 신부가 쌍용차 사태의 조속하고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서명한 호소문이었다. 한국천주교 각 교구의 정의평화위원회는 호소문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쌍용차 사태의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는 당위성을 밝히고, 쌍용차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것은 인간 노동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임을 명시하면서, 송전탑 노동자들이 하루빨리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

미사는 2시간가량 진행되었다. 긴 시간이었지만 1천여 명의 신자들은 끝까지 온 마음과 정성을 모아 뜨겁게 기도했다. 송전탑의 두 농성자에게 거듭 박수와 함성을 보냈고, 서로서로 힘껏 손을 잡으며 격려를 하기도 했다.

나는 6시 30분 서울 ‘대한문미사’에도 참례하기 위해 승용차가 있는 곳으로 바삐 움직이면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모습을 눈여겨보곤 했다. 4년 전 경찰특공대의 진입 장면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당시 나는 <오마이뉴스>에 편지글 형태의 < 대한민국 경찰 특공대원 여러분께 / 쌍용자동차노조 파업농성 진압을 보고>라는 이름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나는 평택으로 출발하기 전에 4년 전의 그 글을 다시 찾아 읽어보았다. 딸아이에게도 읽어보게 했다. 너무도 뼈아픈 심정으로 쓴 글이어서 다시 읽는다는 것이 즐겁지는 않았지만, 내가 4년 전에 그런 글이라도 하나 썼다는 사실에서 묘하게 위안을 받는 기분이기도 했다. 변함없는 나를 느끼며…. 

  
13.03.28 14:01 l 최종 업데이트 13.03.28 14:01 l 지요하(sim-o)
태그 : 쌍용자동차, 수원교구공동선실현 사제연대,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해고노동자, 송전탑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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