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십자가 고통은 참된 지혜의 선물/신앙의 해[128]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29 조회수373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림 : 체스트코바-야스나고라 성모님 성지(블랙 마돈나)소개

오랜 전통에 따라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성금요일은 성찬 전례를 거행하지 않고,
말씀 전례와 십자가 경배, 영성체 예식만 거행한다. 본래는 말씀 전례만 있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면서 십자가 경배와 영성체 예식이 도입되어
오늘의 전례로 고정되었다.
전례 개혁 전에는 집전 사제만 성체를 모셨으나,
1955년 개혁 이후로는 모든 교우에게 영성체가 허용되었다.
사제는 홍색 제의를 입는데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죽음과 승리를 상징한다.
이날은 주님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우리 자신과 세상의 죄를 슬퍼하고 통회한다.
오늘은 금식재와 금육재를 함께 지킨다.
 

근래 몇 번이나 봉독한 예수님의 수난기는
대부분 유다인들은이 군사들을 앞세우고 예수님을 잡으러 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놀랍게도 그들의 인도자는 유다였다. 스승님의 예언처럼 배반자가 된 것이다.
화가 난 베드로는 대사제의 종을 칼로 내리친다. 스승님께서는 즉각 제지한다.
“그 칼을 칼집에 꽂아라.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신 이 잔을 내가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
십자가의 길은 이렇듯 예수님의 철저한 순명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십자가의 죽음을 향하여 나아가시는 예수님의 무능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본다.
신적인 권능을 발휘하여 고통을 벗어나는 극적인 사건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모습은 무능하고 무기력해 보일지언정 비굴한 모습은 아니다.
당신의 무죄를 구차하게 항변하지도, 살려 달라고 애원하지도 않으신다.
참으로 의연한 모습으로 삶과 죽음을 하느님 손에 맡기신다.
이처럼 예수님은 겉으로는 미약하고 무기력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어떤 이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하느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지니셨다.

예수님의 이러한 내면을 발견할 수 있는 이야말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 할 게다.
믿지 않은 이에게는 십자가의 죽음이 어리석지만,
구원 받을 이에게는 그게 되레 큰 힘이 된단다.
예수님은 그렇게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다.

이렇게 짧은 하루 동안 예수님께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십자가 죽음의 끔찍한 일을 당하셨다.
그럴 까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순전히 아버지의 뜻이었다.
그러기에 받아들이신 게다.
빌라도 앞에서도 군중 앞에서도 그분은 일체 침묵으로 일관하셨다.
참으로 억울한 일이었건만 입을 열지 않으셨다.
우리만이 수없는 말을 하게 만드시고는
정작 당신은 그 못 다한 비명조차 지르지 않으셨다.

우리 역시 살면서 ‘억울함’을 체험할 게다. 수없이 많은 ‘불공평’도 만나리라.
운이 나빠 그랬던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일진이 안 좋아 그런 일이 생겼던 것도 아닌데.
이제는 그런 생각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 속에 담겨진 주님의 뜻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의 죗값을 홀로 치르실 이유는 없었다.
그분의 수난과 죽음은 철저히 당신자신이 택한 자유였다.
인류 구원을 위한 선택이었을 뿐이다. 그러기에 오늘은 ‘감사의 날’이다.
사람을 사랑하셨기에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이신 그분의 결단에 진정 감사를 드리는 날이다.

그런 생활이 십자가를 지는 삶이다. 예수님의 죽음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일이리라.
고마운 일을 ‘감사하기’는 쉽다. 누구나가 한다.
하지만 고맙지 않은 일을 ‘감사로 받아들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예수님을 기억하며 ‘실천에 옮긴다면’ 삶은 분명 변화될 게다.
아무리 사소한 일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인생이 바뀌었기 때문일까?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1코린 1,25)”
그렇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서 한 인간의 무능과 어리석음만을 바라보는 이방인들과는 달리 믿는 우리는 하느님의 힘과 지혜를 깨달아야 할 게다.
이것이야말로 신앙인들에게 허락하신 하느님의 참된 지혜의 선물일 것이다.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죽음을 묵상하며
그분이 가신 그 길을 조용히 걸어보자.
금식과 금육의 나만의 고통다운 고통을 한번 확실히 체험하면서.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