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어느 꼬마의 지우개 [허윤석신부님]
작성자이순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29 조회수335 추천수4 반대(0) 신고


저는 오늘

십자가의 기도를 마치고 문득 시집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 시집에는 이런 싯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은 고통을 준비해야 한다."

 

고통을 신비라고 말하는 것!

그 자체가 신비인 것 같습니다.

 

왜냐면 고통은

정말 질문이 필요없는 참담한 현실이며

고통중에 가장 큰 고통인 죽음은 

최악의 현실이며 절망의 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신비라고 부릅니다.

 

장례미사때

우리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라고 기도합니다.

 

우리에게 죽음이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 될 수 있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복된 부활의 희망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주님은

이러한 신비를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통해 이루어 주시고

 

침묵 안에서 우리에게

어느 웅변가의 어느 달변가의 외침보다도 더 강하게 드러내고 계십니다.

 

 

사제로 살면서  

미사를 봉헌하면서 저는 

 예수님의 몸과 피가 될 빵과 포도주를 봉헌하면서 

 복사가 가져온 물에 손을 닦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습니다.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미사를 매일 집전하는 사제인 저는

 분명죄인이며 제가 죄인임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수난복음을 읽으면서

 미사 안에서 빌라도가 예수님께 사형선고를 하고 군중에게 넘겨주며  

자신은 마치 죄가 없는 것처럼 손을 닦는 제자신의 모습을 연상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고통을 준비하고

사랑으로 준비된 고통만이 사랑하는 이를 반성하게 합니다.

 

오늘 주님은 우리의 죄를 묻지 않으십니다.  

간음한 여인을 용서하실 때도 그러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모든 죄의 지우개입니다.

 

그 지우개는

 자기 존재를 갈아없애지게 하고  

우리 삶에 새로운 시작을 가져다 줍니다.

 

지우개는 아픕니다.

 

자기가 잘려나갑니다.

 

 어린 시절 지우개를 갖고 놀았습니다.

 

해외 출장이 잦으셨던 아버지는

 귀국하실 때마다 저에게 소중한 선물로 외제 학용품을 사다주셨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은 정말 저를 부러워했습니다. 

향기나는 지우개 색깔이 예쁜 외제 지우개를 자랑하였습니다.

 

친한 친구에게는

그 지우개를 주어서 친구들이 저에게 잘보이려 했습니다.

 

어느날 저는 아버지에게 심한 꾸지람을 당했습니다.

 

아버지가 사주신 값비싼 지우개의 중간을 파버리고 장난삼나 칼로 지우개를 파헤쳐 놓았습니다.

 

그 장난삼아 파헤친 값비싼 지우개는

우리반 친구들이 갖고 싶어서 나랑친구하자던 그 지우개였습니다.

 

 아버지는 그 지우개와 함께

그날 저녁 가난한 내짝이 놓고 갔던  

허름하고 찌그러진 오래된 필통을 열어보여주셨습니다.

 

그 필통에는 

 정말 쌔까맣게 닳고 닳은

조금  남아 있는 지우개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그날 저에게 낭비와 교만이라는 이유로 회초리를 대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음날 향기나는 예쁜 지우개를  

모두 똑같은 크기로 잘라 반 친구들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저는 그날을 기억합니다.

 

 그 찌그러진 필통에  

쌔까만 지우개를 갖고 있던 친구의 행복한 미소를  

지금 어른이 되었지만 그 추억이 떠오르고 다시 그 추억이 저를 반성케 하는 것은 

 아직도 제 마음과 제 생활 안에는 

 그 어린 시절 욕심많은 외제학용품을 뽐내는 저 자신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지워주시는 지우개가 오늘 되셨습니다.

 

그 분의

 몸과 피를 받아 먹고 마심으로서

우리의 죄가 용서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공평하신 분이십니다.

 

 그분은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사랑을 주십니다. 성체하나 하나!

 

그분이 사랑을 시작하십니다.

 

그러기 위해 고통을 준히하셨습니다.

 

지우개가 되기 위해서....

 

우리도 오늘부터 그 누구에 지우개가 되어 줍시다.

 

오늘 우리 모두 용서를 통해 사랑을 준비합시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