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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31일 *예수 부활 대축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31 조회수678 추천수11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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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예수 부활 대축일(R) - 요한 20,1-9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만이>

 

 

    고속도로가 꽉 막히는 바람에 밤늦은 시간에 공동묘지로 성묘를 간적이 있었습니다. 묘지는 민가로부터 한참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해있었습니다.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 산 능선에 차를 대고 다시 밑으로 내려가야 묘소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산 능선 너머로 안개가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고인에 대한 추모도 중요하지만 모든 게 다 때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소름이 확 끼쳐왔습니다.

 

    고인(스승 예수님)을 향한 마리아 막달레나의 마음은 더했습니다. 죽음에서 자신을 일으켜주신 예수님, 사방이 가로막힌 절벽 가운데서 생명의 길을 열어주신 예수님, 그 사랑이 너무 고마워서 몸과 마음, 남은 생애 전체를 다 바쳐 사랑했던 예수님이었는데...

 

    그분이 그리도 끔찍이 돌아가신 기억 때문에 마리아 막달레나는 밤새 잠 한숨 못 잤을 것입니다. 피투성이의 예수님 시신을 제대로 수습도 하지 못한 채 무덤에 모신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을 것입니다. 이제 이승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그분, 마지막으로 시신만이라도 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 정성껏 깨끗하게 수습하고 보내드리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밤새 마리아 막달레나는 바빴을 것입니다. 남은 돈을 모두 털어 시신의 수습에 필요한 향유도 구입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마리아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꼭두새벽에 홀로 길을 나섭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가진 돈도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는 꼭두새벽에 예수님의 무덤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발생했습니다. 무덤을 막은 큰 돌이 치워져 있었습니다. 궁금했던 마리아는 살짝 안을 들여다봤겠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무덤 속에 예수님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 무덤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빈 무덤 앞에 걱정 반 설렘 반으로 가슴이 온통 쿵쾅거렸던 마리아 막달레나는 지체 없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 놀라운 사실을 수제자 베드로와 애제자 요한에게 전하기 위해서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달려갑니다.

 

    수난 당하시고 죽으신 예수님과 관련된 마리아 막달레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묵상해봅니다. 예수님께서 체포되신 후 예수님과 한패거리로 낙인찍힐까봐 뿔뿔이 흩어진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마리아 막달레나는 끝까지 예수님의 십자가 밑에 남아 예수님의 임종을 지켰습니다.

 

    이윽고 숨을 거두신 예수님의 시신이 십자가 밑으로 내려지자 대성통곡을 터뜨리면서도 눈에 불을 켜고 장례 절차를 지휘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떠나가신 그 밤 다들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가나 고민했었는데, 막달라 마리아의 마음은 어떻게 하면 그분 시신을 좀 더 품위있게 수습할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의 예수님을 향한 일편단심, 간절한 사랑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사건 전체에 걸쳐 표현되고 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향한 마리아 막달레나의 극진한 정성과 애틋한 마음, 열렬한 사랑이 하늘에 닿았습니다. 그 결과 제일 먼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뵙는 영광을 체험합니다.

 

    간절히 사랑하면 부활을 체험합니다. 열렬히 사랑하면 부활 예수님을 만납니다.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냅니다. 사랑은 불가능을 가능케 합니다. 사랑은 기적을 불러옵니다. 사랑만이 영원합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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