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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8일 축제 내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03 조회수323 추천수4 반대(0)


이번 성삼일은 동창신부가 있는 성당에서 지냈습니다. 작년 8월부터 신자분들과의 미사를 통한 만남은 별로 없었습니다. 중견사제 연수를 하였고, 지금은 용문 청소년 수련장에 있기 때문입니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살아야 하듯이, 사제는 신자분들의 기도와 사랑을 받으면서 살 때가 행복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있는 동안 따뜻하게 저를 대해 주셨던 ‘호평동’ 본당의 교우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사제는 복음 3덕을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길이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제2의 그리스도이기 때문입니다. 복음 3덕은 정결, 가난, 순명입니다.
독신은 단순히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중심에 그리스도가 있는 것입니다. 혼사 살면서 권위적이고 교만하며 자신 밖에 모른다면 그것은 참된 독신이 아닙니다. 가정을 가졌어도 하느님이 삶의 중심에 있다면 정결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혼자 사느냐가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사느냐가 중요합니다.

가난은 영혼을 맑게 만드는 ‘향기’와 같습니다. 교회가 부유해지면, 사제의 삶이 부유해지면 그리스도의 향기는 사라지게 됩니다. 사제는 병든 이, 가난한 이, 외로운 이, 장애인, 독거노인, 냉담자를 우선적으로 만나야 합니다. 모든 것을 가지셨지만 스스로 가난함을 선택한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다.

순명은 좋은 것만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도 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걸어 가셨듯이, 고난의 잔을 마셨듯이 나쁜 것도 괴로운 것도 주님을 위해서 따르는 것이 참된 순명입니다. 신자들 때문에, 주교님 때문에, 시간을 잘못 만나서, 친구들 때문에 핑계를 대는 것은 참된 순명이 아닙니다. 사제는 언제 어디서나 주님의 부르심에 ‘예’라고 응답해야 합니다.

저는 이제 이곳 ‘용문 수련장’에서 제게 주어진 소임을 충실히 수행할 것입니다.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이곳에서 기도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려 합니다. 겨울과 여름은 청소년들을 위한 ‘수련회’ 장소로, 봄과 가을에는 피정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 가려합니다.

마치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벅찬 감동을 얻어서 주님과 함께 지냈듯이, 이곳을 찾는 분들이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고, 주님과 함께 기쁨이 충만한 삶을 사시도록 하려고 합니다. 오늘 엠마오로 가는 길은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향해 가는 길과 비슷합니다.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에게 엠마오는 더 이상 의미도 가치도 없어졌습니다. 그들에게는 이제 예수님께서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 함께라면 그곳이 언제 어디서이든지 엠마오가 되는 것입니다.

본당 신부로 있어도, 학교 교수 신부로 있어도, 교구청에 있어도, 병원의 원목으로 있어도, 교포사목을 해도, 저같이 수련장에 있어도 예수님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그곳은 엠마오가 아닙니다. 그러나 주님의 말씀을 듣고 변화된 삶을 살아간다면 그곳은 바로 엠마오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하느님 나라도 어쩌면 그와 같을 것입니다. 돈으로, 명예로, 권력으로 가는 곳이 아닙니다. 오늘 내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변화된 삶을 산다면 내가 있는 이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여러분 가운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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