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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5일 *부활 팔일 축제 내 금요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05 조회수699 추천수14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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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부활 팔일 축제 내 금요일(R) - 요한 21,1-14


 

“예수님께서는 다가가셔서 빵을 들어 그들에게 주시고 고기도 주셨다.”

 

<와서 아침을 들라!>

 

 

    요즘 복음사가들은 계속해서 예수님의 부활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제자들의 심경이 어떠했는지를 손에 잡힐 듯이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예수님 부활 사건 이후 아직까지 스승님과 정식 대면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 스승님의 십자가 죽음 앞에 보였던 제자들의 행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도 미처 못 한 상태인데, 사전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발현하시는 부활 예수님 때문에 제자들은 상당히 당혹스러웠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체포되시고 수난 당하시는 과정에서 보여준 제자들의 태도는 정말이지 백번 깨어나도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뭐라고 변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사도 끝까지 남아 십자가 밑을 지킨 사도 요한은 거기서 제외시켜야 마땅합니다. 애제자로써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제자들 예수님 체포 직후 다들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물론 제자들이 보여준 태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스승님께서 끝까지 자신들의 든든한 성채가 되어주시리라 굳게 믿고 있던 제자들이었습니다. 워낙 능력의 주님이신지라 자신들 신변의 안전을 평생토록 지켜 주리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체포 과정에서 예수님이 어떻게 처신 하시는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제자들의 예상과 완전히 다르게 전개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잘 나가던 시절 적대자들 앞에 당당히 맞서시던 모습, 단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불호령을 내리던 그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저 한 마리 어린 양처럼, 중죄를 지은 죄수처럼 말 한마디 못하고 결박되어 끌려가고 만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께서 체포되어 끌려가는 과정에서 조성된 분위기는 살벌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적대자들의 계획은 치밀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적대자들은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와 적개심을 체포 즉시 예수님을 향해 쏟아 붓기 시작합니다. 사방으로 둘러싸 주먹으로 얼굴을 치고 발길질을 해대고 뺨을 갈기고...

 

    갑작스럽게 돌변한 상황 앞에 제자들은 요즘 말로 ‘맨붕’ 상태에 빠졌겠지요. 예수님께서 당하고 계시는 모습을 그냥 보고 있자니 너무나 큰 죄책감에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입니다. 그렇다고 나서자니 공범자로 몰려 같이 끌려갈 판입니다.

 

    그저 군중들 틈에 숨죽이고 숨어 서서 애타게 바라볼 뿐입니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너도 같은 패거리가 아니냐며 따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제자들이었으니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얼마나 죄책감이 컸겠습니까? 스승께서 그리도 무참히 당하고 계실 때 제자된 도리로서 당당히 나서지 못한 것, 얼마나 창피하고 송구스러웠겠습니까?

 

    이렇게 죽음과도 같은 제자들의 잿빛 아침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등장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태도가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때 왜 다들 그렇게 처신했냐고 혼내지 않으십니다. 니들이 그러고도 인간이냐고 몰아치지 않으십니다. 책임 추궁도 하지 않으십니다.

 

    언제나 그러하셨듯이 서번트 리더로서의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밤새 고기잡이하느라 고생한 제자들을 위해 손수 따뜻한 아침상을 준비하십니다. 아무 말도 없으시고 그저 예전처럼 똑같이 한 마디 던지십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참으로 쿨 하신 예수님, 정말이지 관대하신 예수님, 멋쟁이 중의 멋쟁이 예수님입니다. 이런 예수님 앞에 제자들은 드디어 그 오랜 영적 소경 상태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드디어 이분이 참 메시아 시로구나, 참 하느님이시로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이토록 큰 예수님 사랑 앞에 제자들은 더 이상 뒷걸음 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자신의 안위를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 일말의 의혹도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당당하게 예수님이 곧 하느님이심을 만방에 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스승님을 위하여 목숨까지 바치게 됩니다.

 

    부활 예수님의 따뜻함이 제자들을 180도 뒤바꾸어놓았습니다. 부활 예수님의 자상함이 제자들의 눈을 뜨게 만들었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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