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에 따른 전례] 전례의 역사란? 영국의 유명한 역사가인 에드워드 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가와 사실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의 지속적인 상호 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 단재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주체와 객체의 관계로 정의했다. “인류 사회의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으로 발전하고 공간으로 확대되는 마음의 활동 상태의 기록이다. 세계사는 세계 인류가 그렇게 되어 온 상태의 기록이요, 조선사는 조선 민족이 그렇게 되어온 상태의 기록이다. 무엇을 ‘아’라 하며 무엇을 ‘비아’라 하는가? 주관적 위치에 선 자를 ‘아’라 하고 그 밖의 것을 ‘비아’라 한다. 이를테면 조선인은 조선을 ‘아’라 하고, 영국 · 러시아 · 프랑스 · 미국 등을 ‘비아’라 한다.” 역사에 대한 정의가 역사가와 사실의 관계 또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 곧 주체와 객체의 지속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진다면 역사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주체의 시각과 그 주체가 맺는 관계에 따라 역사관이 좌우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전례 역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요한 23세 교황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1차 회기의 폐막에서 “전례 안에서 인간과 하느님 사이의 관계가 표현됩니다.”라고 했음을 기억할 때, 인간과 하느님 사이의 관계 표현인 전례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변화되는 과정을 ‘전례 역사’라 할 수 있다. 전례는 계속 변화되는 부분이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공의회를 개최하는 의도를 전례 헌장 1항에서 드러냈다. 그중에서 주의를 끄는 것은 시대의 요구에 잘 적응해야 하고 전례의 쇄신과 증진을 위한 배려를 소임이라 여긴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의회가 자신 있게 전례의 쇄신과 증진을 말할 수 있는이유는 교회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변화되는 역사의 과정에서 교회가 자신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해 왔느냐는 여러 측면에서 고찰해야 할 문제이다. 공의회는 전례가 “신적 제정으로서 변경할 수 없는 부분과 변경할 수 있는 부분”(전례 헌장, 21항)으로 이루어졌음을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전례에서 변경하면 안 되는 부분, 곧 하느님께서 제정하신 부분과 그렇지 않고 시대와 문화, 지역과 민족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고, 또는 변경해야 하는 부분을 분명히 구분한다. 원칙적으로 전례의 변경 가능한 부분에서 전례 자체의 깊은 본질에 잘 부합되지 못하는 것이나 덜 적합해진 것으로 판명되는 부분이 끼어 있다면 그 점을 검토하여 변화시키고 쇄신해야 한다.
전례는 어떻게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하게 되었을까?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중개자”(1티모 2,5)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리스도교 예배의 중심이시다. 사람들이 “풍부하고 온전한 깨달음을 모두 얻고 하느님의 신비 곧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을 갖추게 하려는 것”(콜로 2,2)이 사도들이 복음을 선포하는 목적이었다. 모든 구원사는 그리스도에게로 향한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원하시며’(1티모 2,4) ‘예전에는 에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지만’(히브 1,1), 때가 차 당신의 아들 곧 사람이 되신 말씀을 보내시고 …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중개자가 되게 하셨다. …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화해의 완전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우리가 하느님께 충만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전례 헌장, 5항).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성부에게서 파견되신 것처럼 그렇게 그리스도께서도 성령으로 충만한 사도들을 파견하고는 그렇게 사도들이 “선포하는 구원 활동을 모든 전례 생활의 중심인 희생 제사와 성사들을 통하여 수행하게 하셨다”(전례 헌장, 6항). 일곱 시기의 구분을 따라 앞으로 본 지면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세운, 신적 기원을 지닌 교회가 지난 이천 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각 시대의 문화적 배경에서 이루어진 전례의 변천, 발전과 쇄신의 과정을 살펴볼 것이다. 일반적인 역사나 교회 역사의 시대 구분이 아니라 전례의 변천에서 중요한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전례 학자인 에드워드 폴리가 「예배와 성찬식의 역사」(원제: From age to age)에서 제시한 일곱 시기의 구분을 따르려 한다. 유명한 전례 역사가인 B. 노인호이저의 전례 역사 구분과 조금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 제1시기 - 신흥 그리스도교(1세기) : 유다와 로마의 문화 속에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 제2시기 - 가정 교회(100-313년) : 사도들의 후계자들이 등장하고, 네로 황제의 박해 이후 공식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기 힘든 시기에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핵심적인 전례를 실행한다. ● 제3시기 - 로마 교회의 발전(313-750년) :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로마 제국 안에서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 공적으로 전례를 거행할 수 있는 바실리카를 세우고 그리스도교는 발전한다. ● 제4시기 - 로마 전례의 게르만화(750-1073년) : 피핀이 프랑크족의 왕으로 등극하면서 카롤링거 왕국이 시작되었고, 로마 전례는 프랑크 왕국에서 게르만화 과정이 진행된다. ● 제5시기 - 개혁의 서곡인 종합과 대립(1073-1517년) : 그레고리오 7세 교황의 등장으로 시작하여 다양한 지역 전례 양식이 통합되는 과정을 거치고 교회와 전례에서 지나친 성직자 중심은 교회 안에서 대립을 일으켰다. ● 제6시기 - 종교 개혁과 반종교 개혁(1517-1903년) : 마르틴 루터가 95개조의 반박문을 공포한 1517년부터 시작된 종교 개혁과 가톨릭의 반종교 개혁의 움직임이 전개되는 시기이다. ● 제7시기 - 전례 쇄신과 반작용, 그리고 펼쳐지는 비전(1903년부터 현재) :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에 대해서 언급한 비오 10세 교황의 1903년 교서인 「성음악에 관하여」(Tra le solicitudini)에서부터 본격적인 전례 쇄신을 위한 운동이 이루어졌다고 보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거치면서 그 이후의 반응들이 일어나는 현재까지의 시기이다. 요약해서 말하면, 각각의 시기마다 건축, 전례 관련 서적, 전례 용기, 성찬 신학을 주제로 시대별 특징을 살펴보려고 한다. 문화사에 따른 전례를 고찰하는 목적은 전례의 기본적인 기원과 정신이 어떻게 시대마다 반영되었고 변화되어 갔는지를 살펴봄으로써 현재의 전례에 참석하는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해의 바탕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 윤종식 티모테오 - 의정부교구 신부.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위원이며,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전례학 교수이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을 전공하였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집전 시복 미사 때 전례 실무자로 활동했으며, 저서로 「꼭 알아야 할 새 미사 통상문 안내서」가 있다. [경향잡지, 2020년 1월호, 윤종식 티모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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