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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8일 축제 내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06 조회수299 추천수3 반대(0)


어제는 양재동 꽃시장엘 다녀왔습니다. 봄을 맞이해서 수련장에 예쁜 꽃들을 심어 놓으려 합니다. 예쁜 꽃들을 보면 마음도 예뻐지고, 마음이 예뻐지면 세상도 그렇게 예쁘게 보일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용문 장날 구경을 했습니다. 예전에 적성에 살 때도 장날 구경을 다니곤 했습니다. 장터에는 야채, 생선, 각종 씨앗, 옷, 공산품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래도 제 눈에 제일 들어오는 것은 ‘먹거리’입니다. 다음 장날에는 막걸리에 곱창 볶음을 먹으려 합니다. 점점 따스해지는 봄날, 이렇게 평화로운데 신문과 방송을 보면 걱정과 근심이 들어옵니다.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무력시위, 남쪽에서는 도발하면 즉각 응징하겠다고 합니다. 미국은 항공모함, 스텔스, 폭격기와 같은 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의 기억이 있습니다. 사소한 문제로 친구와 다투었던 저는 친구의 급소를 잡았고, 친구는 저의 목을 잡았습니다. 서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잡은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서로 믿고 잡은 손을 놓기만 하면 아픔도 사라지고, 눈물도 흘리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못한 것은 자존심 때문이었고, 나만 놓으면 진다는 불신 때문이었습니다.

전쟁은 서로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전쟁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것도 이성적으로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체면과 자존심은 그런 이성과 판단들을 마비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긴장과 갈등은 불신과 증오는 작은 불씨하나로도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됩니다. 이것을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미국이나 러시아가 막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자신들의 발에 떨어진 불똥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은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당사자들입니다.

정주영 회장님이 소를 몰고 북한을 방문 했던 일,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서 대화를 했던 일, 금강산 관광, 백두산 관광, 개성 관광, 개성 공단으로 이어진 평화와 화해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북한의 예술단이 서울에 오고, 서울의 연예인들이 북한에 가서 서로의 기량을 보여주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올림픽 경기에서 함께 입장을 하고, 남한은 북한의 경기를 응원하고, 북한은 남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릴 때, 저와 친구는 서로를 믿고 잡은 손을 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악수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남한의 새로운 정부는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민생 경제를 챙겨야 하고, 국가의 경쟁력도 높여야 하고,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합니다. 물론 그런 일들도 시급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그 준비만큼,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크고 작은 다툼이 있었지만 그래도 서로 대화를 하고, 상호 방문을 하고, 국제무대에서 함께 손을 잡았던 날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치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을 통해서 하나의 길을 발견합니다. 바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입니다. 막달라 마리아의 말을 믿었다면, 다른 제자들의 말을 믿었다면 사도들은 훨씬 더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도들은 그들의 말을 믿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정전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만들자는 것이라 합니다. 국제사회의 제제가 풀리는 것이라 합니다. 경제적인 지원을 해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핵무기도 포기하겠다고 합니다. 북한은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가 없었는데도 대량 살상 무기가 있다는 미국의 일방적인 주장과 침략으로 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북한은 핵개발이 자신의 체제와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부활을 믿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들에게 믿음을 가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명을 주십니다. ‘가서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여라.’ 북한을 무시하고, 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그동안 해왔던 행동을 보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제자들을 믿어 주셨고, 제자들과 함께 하였으며, 복음 선포의 사명까지 주셨습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 단호한 태세로 응징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서로 만나서 서로의 불신을 풀어가는 길도 함께 모색하는 정치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봄은 왔지만 아직 우리들 마음에 봄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봄이 오듯이, 얼었던 남과 북의 관계도 해빙의 봄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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