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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은 정의롭게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
작성자박승일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07 조회수344 추천수1 반대(0) 신고
“부활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로 가는 여정”강우일 주교 부활 메시지, 청소년 · 비정규직 · 노인 고통에 관심 호소
강한 기자  |  fertix@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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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4.01  16: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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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정현진 기자
“불의한 현실에 익숙해지거나 무디어져서는 안 됩니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3월 31일 예수부활대축일을 맞아 발표한 사목서한에서 한국 사회의 살인적인 경쟁과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며, 청소년과 비정규직 노동자, 노인들의 고통에 관심을 갖자고 호소했다.

강 주교는 성적의 압박과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하루 한 명꼴로 자살하고 있다면서, 그 원인은 사회 전체가 강요하는 “막다른 외길 경쟁”에 있다고 비판했다. 또 자녀들마저 가난해 보살핌과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절대빈곤층 노인들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600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저임금과 실직의 불안 속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강 주교는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은 성장과 발전의 수치보다 우리 아이들과 노인들을 덮치고 있는 이 죽음의 그림자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뇌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아이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어르신들을 포위한 이 시대의 불의와 불공정에 눈을 감고 무관심해서는 주님의 질책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며 “오늘 우리에게 부활이란 세상을 불의에서 정의로, 불공정에서 공정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탈출하게 하는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부활대축일 제주교구장 사목서한

부활은 생명으로 나아가는 탈출입니다!

꽃샘추위를 뚫고 봄기운이 하루하루 더 진해지고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인데 우리 사회에는 오히려 꽃보다 아름다운 생명이 위축되고 시들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인생의 봄철을 맞아 한창 꿈 많은 시절을 보내야 할 우리 아이들이 하루 한 명꼴로 죽음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원에서 시험과 성적의 압박에 시달리고, 청춘과 우정을 공유해야 할 친구들이 소외와 폭력으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이 되어 자신을 괴롭히니 그들은 어디에서도 피난처를 찾을 수 없고 더 이상 숨을 곳도 없습니다. 상당수의 젊은이가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 할 우려스러운 상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이들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당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을까요? 우리 사회 전체가 그들을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막다른 외길 경쟁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의 대부분의 부모와 학교 스승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고 주문을 외우고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가합니다. 용케 대학을 졸업한다 해도 아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또 다른 경쟁의 전쟁터입니다. 대학을 나와도 사회진출 첫발에서 대기업 일자리에 낙점된 아이들과 영세업종에 자리 잡은 아이들의 보수 격차는 출발점부터 몇 배의 격차를 보입니다. 그래서 사회 초년생들이 첫 출발을 남보다 몇 발자국 앞서려고 기를 쓰고 몇 년씩 재수하며 대기업 입사시험을 보거나, 미래가 보장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합니다.

오늘날 이 나라에서 일자리도 얻지 못하고 정부로부터 생활보호를 받는 기초생활수급자가 150만 명이나 되고 그마저도 자격이 미달되어 대상에서 제외되고 최저생계 수준 이하로 살아가는 이들까지 합하면 300만 명에 이릅니다. 자녀 세대마저 가난하여 아무런 보살핌과 지원도 받지 못하는 수많은 절대빈곤 노년층 세대도 아무런 희망이 없는 여생을 포기하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에 우리나라 자살률은 2배로 증가했고 젊은이와 노인층의 자살률이 급증했습니다. 2011년 통계에 의하면 매일 4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갈수록 죽음의 그림자가 이 땅에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은 성장과 발전의 수치보다 우리 아이들과 노인들을 덮치고 있는 이 죽음의 그림자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뇌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이 나라에는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고액 연봉이 보장된 대기업 직원들도 있지만, 600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그 반도 못 받고, 또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비정규직에 몸담고 있습니다. 생계비에 못 미치는 1천만 원 미만의 연 수입으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빈곤층이 국민 6명에 1명(16.5%)이나 되고, 65세 이상 노년에는 반이 빈곤층이라고 합니다. 한쪽 구석에는 궁전을 연상케 하는 고급 아파트가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같은 하늘 아래 수많은 형제들은 대를 이어 너무도 열악한 지하 셋방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이러한 불균형과 불평등은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증거입니다. 이 불의한 현실에 우리가 익숙해지거나 무디어져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불균형과 불평등은 소수의 위정자들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이 사회의 과도한 불균형을 용인하고 이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무한 경쟁의 시스템 속에서 오로지 서로 남보다 더 윗자리로 오르는 데에만 모든 노력을 집중해 왔다면, 우리도 모두, 불의에 눈감고 불공정에 동조해 온 셈입니다. 이러한 불의를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꾸짖었습니다.
‘그분께서는 공정을 바라셨는데 피 흘림이 웬 말이냐? 정의를 바라셨는데 울부짖음이 웬 말이냐?’(이사 5,7)
예레미야 예언자는 유다 백성을 이렇게 질책하였습니다.
‘다윗 집안아, 아침마다 공정한 판결을 내리고 착취당한 자를 압제자의 손에서 구해 주어라. 그러지 않으면 나의 진노가 불처럼 튀어 나가 아무도 끌 수 없게 타오르리라. 이는 너희의 악한 행실 탓이다.’(예레 21,12)

우리가 우리 아이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어르신들을 포위한 이 시대의 불의와 불공정에 눈을 감고 무관심해서는 주님의 질책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주님은 힘없고 고통 받는 이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종살이하던 이스라엘이 고역에 짓눌려 탄식하며 부르짖자 그 소리가 하느님께 올라갔습니다.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내 백성이 겪는 고난을 똑똑히 보았고, 작업 감독들 때문에 울부짖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정녕 나는 그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 .... 이제 이스라엘 자손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나에게 다다랐다. 나는 이집트인들이 그들을 억누르는 모습도 보았다. 내가 이제 너를 파라오에게 보낼 터이니,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라.’(탈출 3,7-10)

주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계실 때 불의와 불공정에 희생되어 가난하고 눈물 흘리는 이들 곁에 함께 계시며 하느님께서 그들 편이 되어주실 것을 약속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들에 무관심하고 스스로 자족하며 자기 집 대문 밖에 누가 쓰러져있어도 모르는 척하는 이들에게는 엄한 심판을 예고하셨습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부유한 사람들! 너희는 이미 위로를 받았다. 불행하여라, 너희 지금 배부른 사람들! 너희는 굶주리게 될 것이다. 불행하여라, 지금 웃는 사람들! 너희는 슬퍼하며 울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너희를 좋게 말하면, 너희는 불행하다! 사실 그들의 조상들도 거짓 예언자들을 그렇게 대했다.’
(루카 6,24-26)

예수님은 주 하느님의 영을 받아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의 날을 선포하기 위하여 세상에 오셨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고자 하는 우리도 모두 예수님이 세상에서 이루고자 하신 하느님 나라의 길을 함께 걸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부활이란 세상을 불의에서 정의로, 불공정에서 공정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탈출하게 하는 여정이 아니겠습니까?

부활하시고 영광으로 들어가신 주 예수님의 평화가 형제 여러분에게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13년 예수 부활 대축일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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