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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8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08 조회수684 추천수9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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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R) - 루카 1,26-38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다.”

 

<주님을 위한 공간>

 

 

    루카복음사가는 주님의 탄생 예고 사건을 아주 힘차고 장엄하게, 그리고 속전속결로 거칠 것 없이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불과 10대 후반의 어린 처녀였습니다. 마리아 입장에서 볼 때 그녀가 겪었던 내적 갈등이나 번민은 심각했을 것입니다.

 

    마리아의 탄생 예고와 관련된 한 유명화가의 작품을 감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닥쳐 감당하기 힘든 대 사건 앞에 큰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 가냘픈 소녀의 긴장된 모습을 사실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천사의 초대 앞에 저라도 그랬을 것입니다. “어떻게 제가 감히!”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저 건너편에 가면 적당한 분이 한분 계실 텐데... 소개해드릴까요?”

 

    너무나 엄청난 초대, 생각지도 못한 가브리엘 천사의 초대 앞에 마리아는 많이 두려웠을 것입니다. 거부할 수 있다면 거부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마리아는 용감하게도 뒤로 물러서거나 질질 끌지 않고 지체 없이 그 제안을 수락합니다.

 

    마리아의 신속한 응답 그 배경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마리아의 단순함과 순수함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만일 마리아가 산전수전 다 겪은 아주머니였다면, 아니면 가방끈이 길었다면 그렇게 순순히 수락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우리 인간의 사고방식, 우리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예수님 잉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천사의 초대에서 마리아의 수락까지 성령께서 그 현장에 계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오늘 천사의 주님 탄생 예고 사건을 묵상하면서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 생각해봤습니다. 우리 역시 우리 각자의 인생 앞에 끊임없이 Yes라고 응답해야겠습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삶이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수도생활도 늘 장밋빛 인생만은 아닙니다.

 

    삶도 고급 인테리어 잡지 책속의 사진처럼 늘 호화롭다거나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형제적 공동체 생활, 말하기는 쉬운데 구체적인 생활 한 가운데로 들어가 보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양한 측면의 갈등과 고통과 십자가의 연속이 바로 우리네 삶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절대로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우리 인생에 대한 지속적인 예스요, 긍정화 작업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성령의 활동이요, 그분께서 내 안에, 우리 공동체 안에 왕성하게 활동하시도록 나를 비우는 작업입니다.

 

    오늘 우리 안에, 우리 형제들과의 인간관계 안에 작은 공간이랄까 여백, 혹은 완충지대 하나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 안에 주님의 성령께서 머무시도록 말입니다.

 

    그러한 공간, 완충지대 역시 아무런 노력이나 대가없이 이루어지지는 결코 않을 것입니다. 우리 각자 상호간의 배려와 존중, 예의와 희생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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