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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빛과 어둠 - 2013.4.10 부활 제2주간 수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10 조회수415 추천수4 반대(0) 신고

2013.4.10 부활 제2주간 수요일 사도5,17-26 요한3,16-21

 

 

 


빛과 어둠

 


빛을 찾는 사람입니다.

어둠을 밝히는 빛입니다.
떠오르는 아침 태양에 사라지는 밤의 어둠입니다.

아침 태양에 생명으로 빛나는 배 밭의 초목들이 참 평화롭습니다.

부활의 봄, 밝은 태양은 바로 부활하신 주님을 상징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모시지 않으면 내면은 캄캄한 어둠입니다.

한겨레신문 1면 톱기사,
‘한반도는 평화제로’라는 말마디가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캄캄한 어둠 중에 있는 한반도 현실을 말해 줍니다.

 

-겨울 지낸/개나리/햇빛 환한/봄날도/너무 어두워
  샛노란 꽃 초롱들/가득 켜들고/대낮의 어둠/환히 밝히고 있다.-

 

예전에 써놓은 ‘개나리’라는 시입니다.
나라든 개인이든 너무 어두운 내면의 현실입니다.

 

‘그리스도 우리의 빛’이라는 부활 성야 중 빛의 예식이 생각납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빛이 우리의 내면을 환히 비출 때
비로소 구원의 평화입니다.

 

렘브란트의 빛과 어둠이 대조된 복음과도 같은 그림들이 생각납니다.
렘브란트 그림의 특징은 바로 빛과 그림의 대조에 있습니다.

은총의 빛이 있음으로 어둠 속에 형상이 창조되고 의미가 부여됩니다.
빛이 없다면 그대로 어둠의 심연, 무(無)의 블랙홀일 것입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형상화하고 의미를 건져낸 렘브란트의 그림들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인들 얼굴 뒤의 후광인 아우라가
세상의 어둠을 밝힌 빛의 사람들임을 상징합니다.

아침 성무일도 중 마음에 와 닿은 두 구절입니다.

 

“주님은 성도들의 발걸음을 지켜주시고/무도한 자들은 어둠 속에 사라지며…”

 

“의인에게는 빛이 솟아오르고/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솟나이다.”

 

빛 속의 삶입니까, 어둠 속의 삶입니까?

대낮 같이 환한 세상에 살면서도
어둠 속에 묻혀 사라져 가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무의미와 허무의 어둠의 심연, 블랙홀입니다.
언제나 우리를 위협하는 현실입니다.

하여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빛이 참으로 절실합니다.
그리스도의 빛이 닿을 때 살아나는 삶의 의미요 충만한 삶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말씀 주석 중 화두와 같은 어느 학자의 통찰을 잊지 못합니다.

 

“사탄이 추락한 것은 중력에 의한 것이었다(It was by gravity that Satan fell).”

 

중력처럼 우리를 부단히 끌어 잡아당기는
어둠과 혼돈의 심연, 무의미와 허무, 탐욕의 블랙홀입니다.

그리스도의 빛으로 내면을 밝히지 않으면
우리는 이 중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빛의 천사들의 자유자재한 처신은
이런 어둠의 중력에서 벗어났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천사들은 어둠의 블랙홀을 상징하는 공영 감옥 속의
사도들을 구출하시어 생명의 말씀을 선포하게 하십니다.

 

“가거라.
  성전에 서서 이 생명의 말씀을 모두 백성에게 전하여라.”

 

그 무슨 블랙홀도 부활의 증인들을 가둘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사도들은 이른 아침에 성전으로 들어가 가르치셨으니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시작되는 하루요 밤의 블랙홀에서의 해방임을 깨닫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독서와 복음이 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Lighten up!(밝게 하라. 가볍게 하라!)”

 

무겁고 어두운 것은, 심각한 것은 결코 영성의 표지가 아닙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모실 때 삶의 짐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밝아집니다.

 

구원은 은총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결단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분명히 들어납니다.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허무와 무의미의 블랙홀 세상에 당신의 외아들을 빛으로 보내셨습니다.

 

바로 이 아드님을 믿음으로 받아들일 때 구원이요 영원한 생명입니다.
반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멸망의 심판입니다.
블랙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합니다.

 

하느님이 아닌 내가 자초하는 구원이자 심판임을 깨닫습니다.

빛을 찾지만 또 빛을 피하는 양면성의 인간입니다.
세상의 축소판과도 같은 빛과 어둠의 전쟁터가 바로 우리 내면입니다.

 

“빛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그들이 악하였기 때문이다.”

 

바로 이게 병든 우리 인간의 실상입니다.

하여 악을 저지르게 되고 빛을 미워하게 되어 빛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자기가 한 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하여 얼마나 많은 이들이 어둠의 악 속에 살아가는지요.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갑니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입니다.
새삼 진리를, 사랑을 실천하는 용기와 결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허무와 무의미, 탐욕의 블랙홀에서 우리를 구원하시어
당신 빛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며 구원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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