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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2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12 조회수334 추천수3 반대(0)

지난 부활절에 의정부 교구의 사제 한분이 하느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신부님은 8년 동안 연천 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면서 ‘국화축제’를 매년 준비하셨습니다. 아름다운 국화축제는 연천지역의 문화행사로 자리를 잡았고, 많은 분들이 신부님께서 정성스럽게 가꾼 국화를 보려고 연천을 방문했습니다. 그래서 신부님의 또 다른 이름은 ‘국화꽃 사제’였습니다. 저는 작년에 있었던 국화꽃 축제를 보았습니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꽃을 가꾸는 일, 행사를 준비하는 일, 손님을 맞이하는 일은 혼자서 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이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김수환 추기경님, 정진석 추기경님을 가까이에서 모셨습니다. 한국교회의 어르신들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닙니다. 매일 긴장해야 하고, 잘못하면 건방지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부님께서는 언제나 든든한 소나무처럼 두 분 어르신들이 편안 하실 수 있도록 늘 곁에서 모셨습니다. 어르신들이 편하실 수 있었던 것은 신부님께서 그만큼 순수하셨기 때문입니다. 신부님은 너무나 젊은 나이에 하느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주님의 크신 사랑이 함께 하시어, 신부님의 영혼이 천상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지난번 성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청년이 아버지를 위해서 ‘병자성사’를 청하였습니다. 병자성사를 청하면 보통은 총구역장, 해당 구역장, 반장과 함께 갑니다. 총구역장에게 연락을 하고, 시간을 정했습니다. 병자성사를 청한 청년이 전화를 했습니다. 시간을 바꾸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다시 연락을 했습니다. 병자성사 시간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바뀌었기 때문에 내일 해야 할 일들도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밤에 또 전화를 하였습니다. 복잡한 일이 생겨서 병자성사는 다음에 받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저도 화가 났습니다. 또다시 총구역장님께 전화를 드려야하고, 일정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겨우 두 번 전화를 했는데, 저는 참지 못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두 번이 아니라 수십 번 저를 참아 주셨습니다.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하느님께서는 제게 화를 내시지 않으셨고, 저를 기다려주셨습니다. 고작 두 번 바뀐 것을 가지고, 저는 화를 내고야 말았습니다.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을 이해하고, 다음에 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은 했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사도들은 감옥에 갇혔어도, 매를 맞았어도, 멸시와 조롱을 받았어도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오히려 그런 멸시와 조롱을 받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주님을 위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주님과 함께 하면 반드시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커다란 능력이 있었음에도 미련 없이 세상의 명예와 권력을 뿌리치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떠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와서 당신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 권위는 있었지만 권위적이지 않았던 예수님을 생각합니다. 힘은 있었지만 그 힘을 언제나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하셨던 예수님을 생각합니다.

“주님, 아드님의 십자가로 저희를 구원하셨으니, 주님 사랑으로 저희를 지켜 주시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광에 이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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