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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인륜은 없다. 모두가 천륜이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16 조회수670 추천수11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부활 제3주간 수요일


< 아버지의 뜻은,

아들을 본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복음: 요한 6,35-40






성모자


오라지오 겐틸레스키 작, 로마 국립미술관


     < 인륜은 없다. 모두가 천륜이다. >

            어느 부유한 귀족의 아들이 시골에 갔다가 수영을 하려고 호수에 뛰어 들었습니다. 그러나 발에 쥐가 나서 수영은커녕 물에 빠져 죽을 것 같았습니다.

귀족의 아들은 살려달라고 소리쳤고, 그 소리를 들은 한 농부의 아들이 그를 구해주었습니다. 귀족의 아들은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준 그 시골 소년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둘은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키웠습니다.

어느덧 13살이 된 시골소년이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귀족의 아들이 물었습니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의사가 되고 싶어, 하지만 우리 집은 가난하고 아이들도 아홉 명이나 있어서 집안일을 도와야 해.”

귀족의 아들은 가난한 시골소년을 돕기로 결심하고 아버지를 졸라 그를 런던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결국 그 시골 소년은 런던의 의과대학에 다니게 되었고 그 후 포도당 구균이라는 세균을 연구하여 페니실린이라는 기적의 약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사람이 바로 1945년 노벨의학상을 받은 알렉산더 플레밍입니다.

그의 학업을 도운 귀족 소년은 정치가로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26세의 어린 나이에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젊은 정치가가 나라의 존망이 달린 전쟁 중에 폐렴에 걸려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폐렴은 불치병에 가까운 무서운 질병이었습니다. 그러나 알렉산더 플레밍이 만든 페니실린이 급송되어 그의 생명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골 소년이 두 번이나 생명을 구해준 이 귀족 소년은 다름 아닌 민주주의를 굳게 지킨 윈스턴 처칠입니다.

 

윈스턴 처칠은 어릴 때부터 관계란 것을 단순히 보지만은 않았습니다. 동양에서는 인연이라 하고 하늘에 맺어준 관계를 천륜이라 하는데 플레밍과의 만남을 하늘이 내려준 관계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평생 생명의 은인을 한 명도 만나기 힘든데, 같은 사람에게 두 번이나 생명의 빚을 졌다면 천륜이 아니겠습니까?

 

관계를 내 자신이 만들어간다고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배우자도 자녀도 친구도 하느님이 나에게 맡겨주신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이 맺어주셨으니 내 맘대로 끊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도 당신을 믿는 이들을 아버지께서 맡겨주신 이들로 표현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당신에게 주셨으니 당신은 그들을 책임지고모두 다시 살리시겠다고 하십니다. 내가 원한 사람들이 아니라 하느님이 맡겨주신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쉽사리 관계를 맺었다 끊었다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끝까지 유다를 포기하시지 않았던 것은 그것도 천륜으로 여기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플레밍의 예화를 하나 더 들어볼까요?

알렉산더 플레밍의 연구실은 매우 열악하고 협소했습니다. 창문의 유리창은 깨져서 바람과 먼지가 들어왔습니다. 그는 이 연구실에서 곰팡이에 대한 연구에 몰입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깨진 창문을 통해 날아온 곰팡이의 포자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후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곰팡이에 페니실린의 원료가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이것을 토대로 페니실린을 만들었습니다.

몇 년 후 한 친구가 플레밍의 연구실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형편없는 연구실에서 페니실린을 만들다니, 만약 자네에게 좋은 환경이 주어졌다면 엄청난 발견들을 했을 텐데.”

플레밍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이 열악한 연구실이 페니실린을 발견하게 해주었다네. 창틈으로 날아온 먼지가 바로 페니실린의 재료가 됐다네. 중요한 것은 환경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라네.”

 

그렇습니다. 내가 안 되는 것이 사람 탓이나 환경 탓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보다 못한 환경에서 더 잘 해 낸 사람이 반드시 있기 때문입니다. 남의 탓을 하니 관계가 좋을 수 없는 것입니다. 아담이 하와 탓을 할 때는 이미 하와를 하느님께서 맺어주셨음을 잊었다는 뜻입니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시는 사람은 다름 아닌 오늘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입니다. 어떤 이들은 부부는 인륜이고, 자녀는 천륜이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인륜은 없습니다. 모두가 천륜입니다. 하느님이 맡겨주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도 그분께서 맡겨주신 사람들을 하나도 잃지 않으려는 마음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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