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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18일 *부활 제3주간 목요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18 조회수827 추천수15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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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부활 제3주간 목요일(R) - 요한 6,44-51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매일 마지막 미사처럼>

 

 

    함께 살아가는 예비 수사님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반복 교육하는 것 한가지가 있습니다.

 

    저도 잘 안되면서 자주 강조하다보니 때로 속보이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우리 살레시오 회원들은 하루 온 종일 아이들 사이에서 숨 가쁘게 움직여야 하는 활동수도자들입니다. 영성생활에서 특별한 그 무엇을 찾지 마십시오. 짜릿한 그 무엇도 기대하지 마십시오.

 

    대신 매일 봉헌하는 성체성사 안에 들어있는 값진 보화를 찾으십시오. 미사 때 제발 졸지 마십시오. 금쪽같은 시간 제발 허송세월하지 마십시오.

 

    어떻게 해서든 깨어있으십시오. 집중하고 몰입하십시오. 몸과 마음, 눈과 귀, 외적 태도 등 모든 기능을 총동원해서 미사에 푹 잠겨 드십시오. 미사의 동작 하나 하나, 경문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의미에 온 신경을 집중하십시오.

 

    매일의 성체성사야말로 기적 중 기적이요, 표징 중 표징입니다. 매일 되풀이되는 이 성사는 우리를 순간순간 하느님 아버지께로 인도할 것입니다. 미사는 매일 우리에게 공급할 하늘에서 내려오는 영원한 생명의 빵을 굽는 가장 은혜로운 도구입니다.

 

    매일의 미사, 그것보다 더 큰 은총은 없습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매일 되풀이되는 홍해의 기적을 체험해야 합니다. 죄와 죽음에서 영원한 생명과 구원에로 건너가는 파스카 신비를 온몸으로 느껴야 합니다.

 

    부디 타성에 젖은 얼굴로, 귀찮은 얼굴로, 짜증나는 얼굴로, 그저 주어진 의무이니 온다는 얼굴로 미사에 오지 마십시오. 하느님을 만나는 은총의 순간인 만큼 최대한 기쁜 얼굴로,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감사와 감동의 마음으로, 깨어있는 자세로 미사에 오십시오."

 

    주님께서 바라시는 영적생활,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기쁜 마음으로 성체성사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감사의 마음으로 영원한 생명의 빵을 모시는 것입니다.

 

    때로 마음의 어둠이나 슬픔, 나약함, 방종한 습관 등으로 괴로울 때도 있겠지요. 그럴 때 더욱 생명의 빵인 성체가 필요합니다.

 

    모든 어두운 감정들을 감추지 말고 솔직히 그분께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주님께서는 당신께로 나아가는 우리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분은 전지전능하신 분, 우리가 믿는 바대로 우리를 짐스럽게 했던 그 모든 것들을 내려놓게 도와주실 것입니다. 매일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언젠가 병세가 꽤 위중한 환자에게 병자성사를 거행하려 한 병실을 찾았습니다. 그날따라 교통체증이 무척 심했고, 또 길을 잘못 찾아 헤매다가 많이 늦었지요. 뿐만 아니라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어서 병실에 도착하자마자 속전속결로 병자성사를 집전했습니다. 그리고 재빠르게 영성체 예식을 거행했습니다.

 

    엄청 바쁘고 여유 없는, 그래서 무척 성의 없어 보이는 저에 비해 환자 모습은 정말 진지했습니다. 엄숙하다 못해 거룩해보였습니다. 마치 수억원이나 나가는 진귀한 보물이라도 받듯이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정성껏 성체를 손에 받으십니다.

 

    그리고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예식을 행하듯이 진지하게 성체를 영하셨습니다. 이어서 눈을 감고 깊은 침묵과 함께 기도를 드리셨습니다.

 

    일분, 이분, 삼분, 사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대충 성사를 거행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맞아, 내게 부족한 것이 바로 저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왔습니다. 정성, 마음, 진지함이 결여된 미사, 부끄럽게 드린 지난 미사들이 떠올라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침묵 가운데 진심으로 그 환자를 위해, 그리고 부족한 저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매일 우리의 밥이 돼 오시는 주님, 당신 성체를 통해 매일 우리를 구원하시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기적을 찾아, 특별한 그 무엇을 찾아 이곳 저곳 기웃거리지만 사실 매일 거행되는 사랑의 성체성사 보다 더 큰 기적은 없음을 우리가 알게 하십시오.

 

    우리 부족한 죄인들을 향한 극진한 사랑이 되풀이되는 매일의 성체성사를 그저 해치워야만 하는 숙제처럼 여기는 우리를 용서하십시오.

 

    우리가 매일 드리는 미사가 마치 마지막 미사이듯 정성을 다하게 도와주십시오. 매일 봉헌되는 미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가장 큰 선물임을 알게 도와주십시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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