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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3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18 조회수298 추천수3 반대(0)


어제는 의정부의 어머니 집에서 하루를 지냈습니다.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강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께서 아침을 준비해 주셔서 맛있게 먹는데 어머님께서 배탈이 나셨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침을 먹고 약국에 다녀오면서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왜 하필이면 아침을 먹을 때 배탈이 나셨을까? 약간 짜증을 내면서 약국을 다녀왔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연 약국이 없어서 한참을 걸어서 다녀왔습니다.

어머니께 약을 드리면서 생각하니 제가 참 생각이 짧았습니다. 제가 아이였을 때, 어머니는 시도 때도 없이 저를 돌보아 주셨고, 제가 볼일을 보면 식사를 하시다가도, 주무시다가도, 일을 하시다가도 제 옆으로 오셔서 저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셨습니다. 어머니를 위해서 약국 한번 다녀오면서도 짜증을 냈으니, 부모님의 은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한심한 아들입니다.

‘어제 내린 비로 오늘 옷을 적시지 말고, 내일 내릴 비 때문에 오늘 우산을 펴지 말라!’늘 말이 있습니다. 사실 어제 내린 비로 오늘 옷을 적시는 일은 없습니다. 내일 내릴 비를 생각해서 오늘 우산을 펴는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과거의 일들 때문에 오늘 기뻐야 할 나의 삶이 우울하기도 합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일 때문에 오늘 내가 근심과 걱정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작년 11월에 발목의 골절이 있었습니다.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원목 수녀님께서 직원들을 위한 강의를 할 수 있는지 부탁을 하셨습니다. 그때는 안식년을 할 줄 알았고, 시간도 많을 것 같아서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뒤로 어제 강의를 할 때까지 늘 마음 한 구석에 부담이 남았습니다. 어제 강의를 하니까 그리 어려운 일도, 힘든 일도 아니었는데 마음은 그렇게 신경이 쓰였습니다. 앞으로 6월 달에 강의를 한 번 더 해야 하는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벌써 무슨 이야기를 할지 걱정이 제 마음에 들어옵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일들, 근심하는 일들, 우울해 하는 일들은 사실 이미 지나 가버린 과거이거나, 내 앞으로 오지 않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과거에 머물러 우울해 하거나, 앞날을 생각하며 근심하면서 지금 순간을 기쁘게 지내지 못하곤 합니다.

요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말씀하십니다. 영원한 생명은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는, 오지도 않은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에게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영원한 생명은 시작되는 것입니다. 지금의 충실한 삶이 과거가 되는 것이고, 지금의 행복한 삶이 미래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은 시간과 공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원한 삶은 신앙 안에서 지금을 충실하게 사는 것입니다. 물리학적인 시간, 생물학적인 시간은 유한합니다. 그러나 순간을 말씀 안에서 충실하게 사는 사람은 신앙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 끝은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그 끝은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바로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언제나 감사하십시오. 매일 기도하십시오. 항상 기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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