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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19일 *부활 제3주간 금요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19 조회수597 추천수11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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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부활 제3주간 금요일(R) -요한 6,52-59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하루를 영원처럼>

 

 

    어떤 날 하루를 돌아보고 나면 참으로 기가 막힌 날이 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빈둥빈둥했습니다. 그보다 더 한 하루는 하루를 완전히 망쳐버린 날입니다. 자신을 통제 못해 좌충우돌 이웃들과 부딪치고, 나나 상대방이나 크게 상처 입은 마이너스의 날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기쁨과 보람으로 충만한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은 주로 사랑을 만난 날입니다. 크신 하느님의 뜨거운 사랑을 체험한 날입니다. 그 사랑을 바탕으로 이웃 사랑에 몸 바친 날입니다.

 

    영원히 산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하루를 살아도 영양가 있는 삶을 산다는 것, 하루를 1년같이, 하루를 영원처럼 산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영원한 생명의 빵을 먹는 우리는 언젠가 맞이하게 될 마지막 순간, 지상에서의 모든 순례여정을 내려놓고 드디어 하느님을 뵙는 결정적 순간의 영원한 삶도 중요하겠습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부터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내 순수한 사랑의 실천으로 이웃들의 얼굴이 기쁨으로 가득 차는 순간, 우리는 순간적이나마 영원한 생명을 맛보고 있는 것입니다.

 

    매일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는 그 안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야만 합니다. 미사 중에 우리는 홍해를 건너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건너가는 구원의 파스카 신비를 체험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영성체 순간,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과 죄인인 우리 인간이 합일하는 너무나 은혜롭고 행복한 순간, 결정적 구원을 미리 맛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머나먼 훗날, 젊음이 지나가고, 인생의 9부 능선을 넘은 후에야 맛보기보다는 지금부터 맛보기 시작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구원의 성체, 언젠가가 아니라 순간순간 우리를 영원히 살게 하는 생명의 성체를 모신 우리가 이 지상에서 최대의 행복을 느끼며, 그 행복을 동반자들과 나누며 만끽하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벌써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사랑했던 형제 이태석 신부님, 그의 생애가 너무나 짧아 다들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하고 있지만 그는 짧은 생애 내내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충만하고 치열한 삶을 살다갔습니다.

 

    비록 짧은 생애였지만 남아있는 우리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갔습니다. 톤즈 가난한 청소년들의 둘도 없는 친구, 진심으로 제자들에게 다가서는 참스승, 나환우들의 든든한 보루, 음악을 통한 영혼의 치유자...이런 면에서 이태석 신부님은 지상에서부터 하느님 나라를 살았습니다. 그는 하루를 1년처럼, 하루를 영원처럼 살았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지상에서부터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는 것이 어떤 삶인지를 잘 보여주고 갔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을 바라볼때 마다 같은 수도회 수도자이자 동료사제로서 정말 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의 하루하루는 정말 바빴습니다. 그의 하루는 보통 사람의 한 달, 두 달 이상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그는 톤즈의 가난한 청소년들과 하루하루 힘겹게 견뎌내고 있던 톤즈 주민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늘 고민을 거듭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의 장례 식 참석차 방한했던 살레시오회 동아프리카 관구 소속 수단 지부 지부장 페링톤 신부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저는 이태석 신부님께서 얼마나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는지, 얼마나 밀도 깊고 충만한 삶을 살다갔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마 다섯 명, 열 명이 할 일을 혼자 척척 다 해냈습니다. 그는 톤즈에서 불과 8년 동안만 선교사 생활을 했지만 사실 80년을 봉사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이 하루, 하느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미리 맛보라고 우리 각자에게 베푸신 큰 선물인 이 하루를 어떻게 하면 잘 ‘요리’할 수 있겠는지 고민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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