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3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20 조회수304 추천수3 반대(0)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면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모두가 제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고, 진지하게 들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학생들의 반응은 크게 4가지로 구분이 됩니다.
첫 번째는 열린 마음입니다. 그런 학생들의 눈빛을 보면 생동감이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전부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저 역시도 그런 학생들에게는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감쳐진 마음입니다. 학생들은 준비를 잘 하였지만 제가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자료를 충분하게 검토해야 하는데, 다른 일들로 바쁘다는 이유로 가방만 가지고 가는 경우입니다. 학생들이 모를 것 같지만, 아마도 느낌으로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닫힌 마음입니다. 전날 회식이 있었거나, 축제가 있었거나, 축구대회가 있었던 날은 많은 학생들이 피곤해서인지 눈을 감고 강의를 듣곤 합니다. 그런 날은 열심히 준비를 했어도 힘이 나지 않곤 합니다.
네 번째는 어두운 마음입니다. 저도 수업 후에 회의가 있거나, 다른 모임이 있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마음이 급해져서 진지한 수업을 하기 어렵습니다. 학생들도 학기가 마쳐질 무렵이면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거나, 시험 준비를 하기 때문에 몸은 강의실에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있기 마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예수님의 곁을 떠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말씀을 주시는데 우리가 주님을 어떻게 떠나겠습니까?’ 예수님께 베드로 사도는 열린 마음으로 강의를 들었던 눈빛이 살아있는 제자였던 것 같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충실히 따랐던 베드로는, 비록 주님을 배반하고 무서워 떨었지만 다시금 주님의 사랑을 받았던 베드로 사도는 오늘 제1독서에서 예수님께서 하셨던 일을 훌륭하게 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을 치유하고, 죽은 사람까지 살려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 사도는 그 모든 영광을 예수님께 돌립니다.

오늘 문득 이정하님의 시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가 생각납니다.

“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있을 이 인생의 길

삶의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말없이 수고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주님께서 아시니, 주님께서 수고의 열매를 맺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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