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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고자 먹는 양식에서 영생의 믿음을/신앙의 해[150]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20 조회수307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림 : 해미 성지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한 뒤에 공익 광고 하나가 나왔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바친 할머니, 30년 동안 모아 온 돈을 나라를 위하여 기부한 군인,
줄 것이 없다며 자신의 몸을 기증하기로 한 할머니 등이 등장할 때마다 추기경님의
말씀이 나온다. “밥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분의 육성이 들린다.
“사랑은 내어 주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밥이 되어 주십시오.”

‘밥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이 짧은 문구는
김 추기경님이 1989년 서울 세계 성체 대회 때 밝힌 말씀이란다.
‘밥’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영양분을 주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힘을 주는 아주 소중한 것이다.
심지어 “내가 네 밥이냐?”라는 말처럼, 남에게 눌려 지내거나
이용만 당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에도 ‘밥’이라는 낱말이 사용된다.
그러니 ‘밥이 되고 싶다.’는 것은 자기희생과 진정한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할 게다.

김 추기경님이 이렇게 말씀하시고 또한 그렇게 살았던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 때문일 것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예수님은 다른 사람들의 ‘밥’이 되신 분이시다.
당신 자신이 아니라 철저하게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사시다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부활하신 뒤에도 역시 성체 곧 ‘밥’이 되어 오신다.
김 추기경님 말고도 많은 그리스도인이 예수님을 본받아 ‘밥’이 되고자 노력한다.
우리는 과연 예수 그리스도라는 ‘밥’을 먹으며,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밥’이 되고 있는지?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에게,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하고 물으셨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요한 6,67-69)’
 

‘나는 생명의 빵이다.’라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분명히 말씀하셨다.
‘생명의 빵’에 대한 그분 말씀을 듣고
군중과 몇몇 제자들이 거부감을 드러내며 예수님을 떠났다.
그러나 베드로는 예수님을 떠나지 않겠다고 고백한다.
그가 생명의 빵에 대한 가르침을 온전히 이해했기 때문은 아닐 게다.
그 역시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가르침이지만,
그동안 자신이 겪어 온 예수님을 깊이 신뢰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주님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할 때에도 베드로처럼 주님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그분 안에 머물러야 한다.
사실 주님께서는 우리의 지성과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분이시다.
 

제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셔야 한다는 말씀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고 하시면서,
당신 말씀이 영이며 생명이라고 하신다. 육은 스러져 가고 죽음으로 소멸된다.
그러기에 육에서는 생명을 기대할 수 없다. 오로지 영,
곧 하느님의 생명력에서 영원한 생명을 기대할 수 있다.

동양 고전인 ‘장자(莊子)’에 이런 말이 있다.
“하늘이 보시기에,
소인이 사람의 눈에는 군자처럼 보이고 사람의 눈에 군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하늘의 눈에는 소인으로 드러난다.”(天之小人 人之君子, 人之君子 天之小人也)
절대 진리가 유한한 세상 것들에게는
반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역설적인 말일 게다.

세상의 가치들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면 가치가 달라 보인다.
세상의 공명이나 성공은 육의 눈으로 보면 영원할 것처럼 보이나,
영의 눈으로 바라보면 잠시 머물다 흘러가는 것들이다.
우리는 세상이 떠받드는 가치들에 어떠한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
우리가 영원하다고 믿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우리를 영원하게 하는 것은 영이며 생명이신 주님 그분뿐이다.
 

김 추기경님은 밥이 되시고자 했다. 예수님은 직접 빵이 되셨다.
그분은 베들레헴이라는 ‘빵집’에서 나셨고
그것도 ‘구유’라는 ‘밥 그릇’에서 첫 보금자리를 택했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적어도 하루에 삼시 세끼는 꼭 챙긴다.
이처럼 매일 하루에 꼭 세 번 이상 하는 게 뭘까? 먹는 것일 게다.
먹어야 생명이 유지될 것이니까.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그어지는 그 성호에서 추기경님도 예수님도 생각할 게다.
그분은 참 이런 단순한 곳에 영생의 믿음이 묻어있도록 우리를 배려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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