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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름다운 떠남 - 2013.4.30 부활 제5주간 화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30 조회수423 추천수4 반대(0) 신고

2013.4.30 부활 제5주간 화요일 사도14,19-28 요한14,27-31ㄱ

 

 


아름다운 떠남

 

 


모두가 다 지납니다.

모두가 다 떠납니다.
모두가 다 변합니다.

 

세상에 지나지 않는 것은, 떠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래서 제행무상(諸行無常)입니다.

참 어렵고 중요한 게 잘 지나는 것, 잘 떠나는 것, 잘 변하는 것입니다.

 

“꽃은 질 때도 참 아름답네요.”

 

산책 중 어느 자매의 말도 화두처럼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떠나는 뒷모습도 천차만별입니다.
앞모습은 꾸밀 수 있어도 뒷모습은 꾸밀 수 없습니다.

40대 이후 얼굴은 각자 책임지라 하는데,
얼굴뿐 아니라 냄새도 뒷모습도 각자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살아 온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뒷모습입니다.

상처를 남기고 떠나는 모습, 외로이 떠나는 모습, 고통 중에 떠나는 모습,
뒤 돌아 보며 떠나는 집착 가득한 모습,
홀가분하게 향기로운 여운을 남기고 떠나는 모습 등 참 다양합니다.

 

간혹 세상 떠날 때의 여러 죽음의 모습들을 보면,
마지막 떠나는 죽음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습니다.

 

아름다운 떠남 보다 더 좋은 선물도 없습니다.
위로와 평화를 주고 힘과 격려가 됩니다.

 

어제 하루 피정을 하고 떠난
삼정동 성당 제대회에서 봉사하는 네 분 자매들의 모습도 잊지 못합니다.

한결같이 아름다운 봉사의 삶을 사신 분들이라
떠난 후로의 여운도 향기로웠습니다.

 

“예수님의 제대 곁에서 봉사하며 예수님의 옷들(성작수건, 주수수건, 제의, 장백의)을 빨래하는 분들이라 예수님의 축복도 많이 받겠습니다.”

 

하며 써드린 고백성사 보속, 처방전도 네 분 봉사 자매님들 모두 일치 되었습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 자매님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
(1데살5,16-18)

 

대부분 20대 중반에 결혼하여 성실하게 살면서 아이들 일찍 낳아
다 결혼시킴으로 중요한 숙제를 끝냈으니 50대 중반이후는
참 홀가분하게 아름답게 봉사하며 지낼 수 있게 된 행복한 자매들입니다.

 

언젠가 갑자기 아름다운 떠남은 없습니다.
일상의 떠남의 여정에 충실할 때 마지막 아름다운 떠남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나 사도행전의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떠남이
참 아름답습니다.

고별담화 중 마지막으로 평화를 남기며 떠나는 예수님이십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요한14,27)

 

제가 고백성사 보속 처방전으로 앞의 성서구절과 함께
가장 많이 써드리는 구절입니다.

그처럼 세상살이가 불안하고 두렵다는 반증입니다.

얼마나 많이 써드렸는지 이 구절이 있는 쪽수는 손때로 누렇게 바랬습니다.

평화를 남기며 아름답고 향기로운 뒷모습으로 떠나십니다.

아버지를 향한 목적지가 있음으로 이런 홀가분한 떠남입니다.

주님과의 깊은 사랑의 관계와 더불어 아름다운 떠남입니다.
하느님 갈 곳이 분명치 않으면
아무래도 집착하게 되고 떠나기가 참 어려울 것입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며 내가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
  아버지께서 나보다 위대하시기 때문이다.
  …내가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것과
  아버지께서 명령하신 대로 내가 한다는 것을 세상이 알아야 한다.”

 

이렇게 아버지 향한 목적지가 뚜렷했기에,
아버지 사랑이 한없이 깊었기에
평화 가득히 남기고 떠난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들입니다.

 

사도행전의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눈부신 선교활동은
그대로 아름다운 떠남의 연속입니다.

가는 곳마다 제자들의 힘을 북돋아 주고 계속 믿음에 충실하라고 격려합니다.

또 교회마다 제자들을 위하여 원로들을 임명하고, 단식하며 기도한 뒤에,
그들이 믿게 된 주님께 그들을 위탁하며 책임을 다한 후
안티오키아 교회로 돌아 와 자기들이 한 모든 일을 보고합니다.

 

안티오키아 교회가 두 사도들에게 보이는 목적지라면
하느님은 궁극의 목적지입니다.

두 사도의 주님과 깊은 사랑의 관계가
아름다운 떠남의 여정에 충실하게 했음을 깨닫습니다.

 

일상의 모두가 떠남의 연속입니다.
궁극으로 주님을 향한 떠남의 여정입니다.

주님과 깊은 사랑의 관계있어 책임을 다한 후
집착 없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떠남입니다.

 

매일 거룩한 미사를 봉헌하며 주님을 만나기 위해 세상을 떠났다가
미사 후 성전을 떠나
주님의 평화 가득 안고 주님과 함께 세상에 파견되는 우리들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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