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5.1 수요일 노동자 성 요셉 창세1,26-2,3 마태13,54-58

느낌에 대한 묵상

-기도와 노동-

오늘은 ‘느낌’에 대한 묵상과 더불어 ‘기도와 노동’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어제 방문했던 어느 시인 도반의 말이 생각납니다.
시와 삶이 하나 된 삶을 사는, 밥 같은 시를 쓰는 분입니다.

“그동안 거의 2년간은 ‘느낌’이 오지 않아 시를 못 썼습니다.
  요즘 느낌이 오기 시작해 하루에도 여러 편 시를 쓰곤 합니다.”

느낌이란 말이 새롭게 와 닿으면서 얼마 전 읽은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그림은 이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느끼는 것이지!”

“시는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그림과 시뿐 아니라
삶도, 사람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느낌이 메말라 가는 세상입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느낌이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느낌이 있어 사람입니다.
느낌덩어리 같은 인간 존재입니다.

느낌이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웬 지 느낌이 안 좋은 사람도 있습니다.

소통에 앞서 느낌의 중요성을 절감합니다.
느낌 ‘감(感)’자가 들어가는 말은 얼마나 많은지요.

오감(五感), 예감(豫感), 육감(六感), 어감(語感), 영감(靈感), 절감(切感),
통감(痛感), 민감(敏感), 감탄(感歎), 감동(感動), 선입감(先入感), 행복감(幸福感),
미감(美感), 감지(感知 )등 끝이 없습니다.

보든지 듣든지 냄새 맡든지 만지든지 맛보든지 하는 순간 오는 느낌입니다.
참 정확하고 진실한 느낌입니다.
속일 수 없이 와 닿는 느낌입니다.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집안에서는 존경 받지 못한다.”

고향사람들의 냉대의 느낌을 절절히 체험한 주님의 고백입니다.

어디든 방문하면 환대인지 냉대인지는 첫 느낌으로 와 닿기 마련입니다.
선입견과 선입감입니다.
보자마자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첫눈에 반했다는 것 역시 보는 순간 좋은 느낌에 빠져 들었다는 것입니다. 느낌과 직결된 오관임을 깨닫습니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 아버지는 농부입니다.”(요한15,10).

원래 오늘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복음의 서두 말씀이지만
노동자 요셉 기념미사라 복음이 바뀌었습니다.

어제 이 구절을 보는 순간 ‘아버지는 농부입니다.’라는 어감이 참 친근하여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오늘 노동자 성 요셉 기념 미사를 위한 복음으로 해도 참 좋을 뻔 했습니다.
농사를 짓는 우리 노동자 수도형제들도
하느님은 최고의 농부라 스스럼없이 고백합니다.

80%는 하느님이 농사를 짓는다 합니다.

노동자 농부이신 하느님이시며 오늘 기념하는 요셉 역시 노동자 요셉이셨습니다. 노동을 하시면서도 느낌은 풍부하셨던 하느님이요 요셉 성인이셨습니다.

좋은 노동자는 좋은 시인임을 깨닫습니다.
결코 노동에 느낌이 매몰된 분이 아니셨습니다.

노동자의 모범인 하느님이십니다.

진선미 하느님이시기에 피조물 창조를 통해 그대로 반영되는 자신의 진선미에
스스로 감탄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것이 참 좋았다.”

진정 살아있을 때 참됨, 좋음, 아름다움에 즉각 반응하는 느낌입니다.

하느님은 하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으니
이런 노동과 관상적 쉼의 리듬을 통해 풍요롭게 살아나는 느낌임을 깨닫습니다.

하여 ‘기도하고 일하라.’는 우리 분도회의 수도가훈이 그렇게도 소중합니다.

기도 없는 노동이
진선미(眞善美)의 느낌을 고사(枯死)케 하고 우리를 일의 노예로 만듭니다.

기도를 통해 정화되고 성화되어 살아나는 진선미의 느낌들이요
영성화되는 노동이요 하느님 창조사업에의 성공적인 참여입니다.

그러니 감성훈련 및 영성훈련에 매일 끊임없이 거행되는 미사와 성무일도의
공동전례기도의 수행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관상적 휴식의 미사은총이
우리의 잡다한 느낌을 정화하고 진선미의 느낌을 활성화시켜
풍부한 노동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