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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성당 아저씨 / 권태하 * (펌)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01 조회수383 추천수4 반대(0) 신고

주: 지난 4월 29일 권태하 도미니코선생님이 지병으로 선종하셨습니다. 이분에 대해서는 최근 자유게시판에 올려진 여러 추모글들 특히 박영호, 이복희, 홍세기님들의 글을 읽으시면 잘 알 수 있고요, 저는 다만 그분이 지난 2009년도에 이곳에 올리신 은혜로운 글을 우리가 잘 읽고 묵상하여 우리 역시 '성당 아저씨', '성당 아줌마' 등...으로서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에서 그분의 글을 이곳에 다시 소개합니다.
주님, '성당 아저씨'로 살다 당신 품에 안긴
권태하 도미니꼬에게 영원한 안식을 허락하소서...

                                     < 성당 아저씨 / 권태하 >

  오늘 아침 일찍 빌립보님의 선종 소식을 받았다.
새남터 성당의 총회장을 역임하셨던 박성열 빌립보님이시다. 내가 중학교에 다녔던 시절, 용산역 앞 철도관사에 그분 옆집에 살았을 때 동네 사람들이 그분을 ‘성당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이 내 어린 머리로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신부님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당에서 일하는 분도 아닌 철도공무원인 그분을 왜 사람들이 '성당 아저씨'라고 부를까 나는 그것이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내 나이 40이 되어 영세를 하고 나서, 사람들이 빌립보님 내외를 성당할아버지 성당할머니라고 부를 때서야 나는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빌립보님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성당’이셨다. 태중신자이셨던 그분은 언제나 온유한 모습으로 이웃을 대하셨고, 손 윗분이나 손아랫사람 모두에게 한결같은 미소와 사랑을 베푸셨다. 동네에 궂은일을 당하거나 어려운 이들을 보시면 물심양면으로 도우셨고, 동네 소문이 나기로 “그 집 내외는 돈을 잘 꾸어 주기도 하지만 이자를 한 푼도 안 받는다. 하느님이 돈 이자 받지 말라고 해서 받을 수 없다 그러더라고”였다.

  그분의 그러한 모습에 감동된 동네사람들이 성당으로 첫발걸음을 뗀 분들이 많았고 당시만 해도 떼거리가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이들이 성당집 내외 신세를 많이 졌다. 부정부패가 만연하던 자유당시절, 기술인의 장인정신으로 독야청정하시다가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일본유학시절 친했던 일본인친구 도움으로 녹스는 것을 방지하는 페인트를 독점수입하는 사업으로 재산을 모운 후, 고향의 공소를 성당으로 신축하는데 큰 봉헌을 하고, 그후 새남터 성당의 총회장으로서 봉사자의 참모습을 보여주셨던 분이시다.

  세상 소풍을 끝내신 그분 향년이 금년 85세, 부음을 전하는 내 막내고모가 “야야, 성당아저씨가 오늘 아침7시에 돌아가셨단 데이~”하는 선종소식을 듣고 연도를 다녀오면서 생각하니 내 비록 빌립보님처럼은 못하더라도 그 반의 반 만이라도 따라하면 혹시나 오늘처럼 꽃이 만발한 날에, 나 또한 본래 왔던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추억 속의 성당 아저씨 모습이 너무 그립다.

주님, 박성열 빌립보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비추어 주소서. 아멘.  

                                                                       (출처: 가톨릭 굿뉴스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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