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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이 우리를 미워할지라도/신앙의 해[164]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04 조회수330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림 : 정난주 마리아의 묘

속도로 경쟁하는 세상이 되었다. 빠를수록 박수를 받는 세상이다. 어느 새 ‘빠른 것은
좋고, 느린 것은 나쁘다.’는 등식이 생겼다. 그러나 빠른 것은 ‘그저 빠른 것일 뿐’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느린 것 역시 그저 ‘느린 것일 뿐’이지 윤리적으로 평가받을
일은 아닐 게다. 그럼에도 일등은 영웅이고, 이등 삼등은 시큰둥한 대접을 받는다.
금메달에는 국가가 연주되지만 은메달과 동메달에는 그렇지 않다.

대학을 마쳐도 뛰지 않으면 취직도 되지 않는다. 어렵게 회사원이 되어도 여전히 뛰는
경쟁으로 빠진다. 글자 그대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뛰어야 인정받는다.
이것이 인생이리라.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 빨리 뛰면 빨리 망가질 게다.
삶에도 어떤 제동 장치가 있어야 한다.
한 번쯤 멈추어 서서 지난날을 돌아보는 여유를 찾아야 한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고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여라. 사람들이 나를 박해하였으면 너희도 박해할 것이고, 내 말을 지켰으면
너희 말도 지킬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내 이름 때문에 너희에게 그 모든 일을 저지를
것이다. 그들이 나를 보내신 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요한 15,18-21)
 

공산주의의 체계를 다진 마르크스는 ‘종교는 아편’이라고 했다나.
사람들이 종교를 가지는 이유가 현실이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란다.
그는 종교가 하나의 진통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믿는 이에게는 마르크스의 주장은 그릇된 것이다.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이는 예수님을 따르면 따를수록 세상의 미움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곧 믿음이 진통제가 아니라 오히려 고통을 안겨다 준다니까.

그렇다면 세상은 왜 예수님과 예수님의 제자들을 미워하는 것일까? 그분의 가르침이
세상의 것과 다르고, 그릇된 가치관과는 결코 타협될 수 없기 때문일 게다. 예수님의
가르침이 되레 불편하게 만든다나. 바로 이러한 이유로 미국의 흑인 차별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킹 목사도, 중미의 엘살바도르에서 가난한 이들의 편에 섰던
로메로 대주교도 살해된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어떤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세상의 가치관 때문에 미움을 받는가,
아니면 적당히 얼버무리면서 타협하여 편히 사는 게 아닐까?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에게 질문하면서 그들과 대화했다. 그는 ‘사람은 무엇인지’와
‘너 자신을 알라.’라며 우리의 권모술수와 권력층의 감추고 싶은 부분을 거리낌 없이
폭로했다. 이것이 당시 지도층들을 상당히 불편하게 했던 게 사실이다.
그리하여 그는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독약을 마셔야 했고,
목숨마저 내놓아야 했다.

믿지 않는 이들은 자신들에게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은 그리스도인을
미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의 불의와 악에 동조하지 않기 때문일 게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 살면서도 이방인처럼 사는 이다. 육체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육체에 따라 살지는 않는다. 비난과 모욕을 당하면서도 남을 존중하고 축복하며 산다.
영원을 향해 나아가는 삶이다.
 

우리는 착한 이들이 어려움을 당하고, 약삭빠른 이가 승승장구하는 불공평한 모습을
자주 본다. 세상이 주님께 속해 있지 않기 때문일 게다. 그러니 우리가 바로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가 도래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착한 이가 대접받고
가난한 이가 기쁜 소식을 듣는 하느님 나라가 다가올 때, 사탄이라는 존재는
한 발자국씩 물러갈 게다. 그분의 나라의 완성은 그분께 속하는 것이다.
그 나라의 도래를 기도하는 것은 우리 믿는 이의 몫이다.
 

교회는 세상과 대조를 이루는 사회이다. 세상이 온통 권력과 부를 좇을 때
이를 거슬러 겸손하고 가난하게 살아야 할 게다. 세상이 온통 헛된 영예와 쾌락을
추구할 때 이를 거슬러 정의와 순결을 좇아 살아야 하리라. 세상이 우리를
미워할지라도 세상의 것과 함께 떠내려가는 우리가 아닌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되어야 한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 각자는
이런 교회를 만드는 예수님의 지체라는 것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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