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6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05 조회수301 추천수2 반대(0)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피정 중에는 일상의 업무를 하지 않습니다. 피정 중에는 주로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고, 기도를 합니다. 피정과 휴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피정은 수동적인 면이 많습니다. 교구에는 사제 평생 교육원이 있고, 그곳에서 사제들의 피정 신청을 받습니다. 사제들은 적어도 1년에 한번은 피정을 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누구나 피정에 참여해야 합니다.

하지만 휴가는 능동적인 면이 많습니다. 날짜를 정하고, 함께 갈 동료를 구하고, 장소를 정하고, 계획을 세웁니다. 휴가는 내가 좋아서, 원해서 가는 일입니다. 하지만 휴가를 다녀오면 몸도 마음도 피곤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비용도 많이 들곤 합니다. 수동적인 피정은 오히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고, 마음이 맑아지고, 정화되는데, 능동적인 휴가는 지치게 하고, 간혹 친구들과 다투기도 하고, 후유증이 남기도 합니다. 제가 제대로 된 휴가를 즐기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신앙은 능동적인 것일까요? 아니면 수동적인 것일까요? 내가 하느님을 선택하고, 내가 종교를 선택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시고, 나에게 힘을 주시는 것일까요? 구약의 위대한 지도자 중에 ‘모세’가 있습니다. 이분은 40년은 자신의 힘으로 살았습니다. 이집트의 궁궐에서 교육을 받았고, 모든 것을 능동적으로 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힘으로 해결해 주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런 모세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힘과 지혜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지만 모세는 이집트에서 도망쳐야 했고, 미디안 땅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이제 모세는 장인의 집에서 양을 돌보면서 좌절과 절망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앞날에 대한 희망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40년을 보낸 모세는 이제 또 다른 음성을 듣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음성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힘을 모두 뺀 모세에게, 앞날에 대한 희망까지도 포기한 모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십니다. 그리고 모세는 자신의 힘이 아닌 하느님의 이끄심에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약속의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가게 됩니다. 모세가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하려했다면 광야에서의 40년을 견딜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지도자가 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능력을 믿고 의지할 때 모세는 비로소 자신의 가능성과 능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피정을 하는 것은, 신앙을 갖는 것은 이제 내가 내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내 안에서 나와 함께 사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러면 기쁨도, 슬픔도, 희망도, 절망도 모두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우리 교회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영화관에서 영화 보듯이 일주일에 한번 성당 구경나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화는 미리 와서 좌석 확인도하고 예고편도 보고, 예매를 하기도 합니다. 미사 참례를 하는 자세가 적어도 영화 보는 정도의 정성보다는 더 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선과 아집, 권위로 군림하려는 일부 성직자들이 있습니다.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밤을 새워 우리를 지키는 착한 목자의 모습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상의 아픔, 신음하는 형제들 보다는 외형적인 성장에 만족하는 교회의 장상들이 있습니다. 신도 수가 몇 명인지, 헌금은 얼마인지, 교구 납부금은 얼마인지 이런 숫자에는 민감하지만 그 지역에 가난한 사람은 몇 명인지, 고통 중에 방황하는 사람은 몇 명인지, 가정 방문이 필요한 교우는 몇 명인지 모른 경우는 없는지 생각해 봅니다.

세상의 흐름에 떠밀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오늘 부활하신 예수님은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 갈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말을 잘 지킬 것이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키지 않는다. 나는 너희와 함께 있는 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이제 아버지께서 보내 주실 협조자 성령께서 너희에게 이 모든 것을 다시 알려 주실 것이다.”

오늘 제 1독서는 바오로와 바르나바 사도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들은 구세주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을 내어 놓은 사람들이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세상이라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 예수님의 말씀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예수님의 협조가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여 예수님의 말을 잘 지키는 협조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첫째는 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우리의 원칙은 사랑, 겸손, 희생입니다.
둘째는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하느님 나라, 구원, 영원한 생명입니다.
셋째는 소중한 것을 택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부모, 가족, 이웃, 본당 공동체, 건강입니다.
넷째는 듣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의 귀는 2개이고, 입은 하나인 이유는 한번 말하기 전에 두 번 들어야 한다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갈등은 듣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곤 합니다.
다섯째는 몸과 마음을 단련 시켜야 합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기도는 우리를 영적으로 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영적으로 강해진 우리는 주님의 협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제 2독서는 그동안 계속 이야기 하였듯이 끝 날에 보여주는 하느님의 사랑, 그 끝 날에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뽑히는 이들의 표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하느님 나라는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지만 아무에게나 열려있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세상의 흐름을 당당하게 거슬러 가는 사람, 그 세상의 흐름에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맞서는 사람에게 주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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