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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참된 가치를/신앙의 해[165]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05 조회수436 추천수0 반대(0) 신고


                                                                                   그림 : 베티 성지

5월의 첫 주일은 사회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의 위험성을 깨우치고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참된 가치를 되새기는 ‘생명주일’이다.
한국 교회는 1995년부터 해마다 5월 마지막 주일을 ‘생명의 날’로 지내 왔는데,
주교회의 2011년 춘계 정기 총회에서 첫 주일로 바꾸었다.
이는 교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생명의 문화’를 건설해 나가자는 데 그 뜻이 있다.
 

세계적인 한 신문사에서 ‘20세기 최고의 인물 20인’을 선정하였는데 케인즈가
경제학자로서는 유일하게 선정되어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는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전후 처리 문제로 파리 회담이 열렸을 때 영국 대표로 참석하였다. 이때 각국
대표들은 패전국 독일에 대한 크나큰 보복 조치를 결의하였으나 유독 케인즈만은
강력히 반대하였다. 그는 패전국에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주는 것은 복수심을
일으키는 것이고, 또 다른 전쟁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그의 말은
무시되었고, 또다시 제2차 세계 대전이라는 엄청난 재난을 겪었다.

그제야 세계 여러 나라는 케인즈의 주장을 인정하고 패전국에 복수 조치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재건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른바 ‘마샬 플랜’을 만들었다.
이는 패전국의 경제 부흥을 도와주는 계획으로, 서로 용서하고 진정으로
상대를 도와주는 것이 상대도 자기 자신도 경제적으로 이득을 얻게 된다는
케인즈의 경제 이론을 반영한 것이었다.

“나는 너희와 함께 있는 동안에 이것들을 이야기하였다. 보호자,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요한 14,25-27)
 

세상 사람들은 평화가 강한 힘에서 온단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평화는
강한 무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만일 그렇다면 군사력이 가장 강한 미국 시민들이 가장
평화로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총기 사고와 강도 사건 등이 끊이지 않는 미국이
가장 평화로운 나라는 아니다. 그리스도의 평화는 강한 힘에서 오는 게 아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십자가 위에서 패배와 용서,
희생과 낮춤을 통하여 당신의 평화를 남기신 것이다.
 

승천을 앞둔 스승님께서는 제자들이 안쓰러우셨다.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리셨던
게다. 그러기에 성령에 관한 말씀을 남기신다. 그분께서 오시어 도와주실 것이라는
말씀이다. 당신의 가르침을 깨닫도록 도와주신다는 말씀이다. 이렇듯 성령의 역할은
예수님을 알도록 하시는 데 있다. 그러므로 그분께 바라는 것도 예수님에 대한
‘깨달음’이 먼저일 게다. 예수님은 사라지고 성령의 활동만을 강조한다면 잘못된
신심이다. 제자들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변화되었다. 두려움에 싸여 있던 그들이
사도로 바뀐 것이다. 본인들이 생각해도 그건 정말 놀라운 변신이었다.
그들은 힘을 느꼈던 것이다. 성령께서 주시는 자신감이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오셨다면, 우리에게도 오실 게다.
그분께서 오시면 신앙생활은 바뀐다. 사람 뜻대로가 아니라 주님 ‘말씀’대로다.
믿음의 이유가 고통을 피하는 데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자기 몫’의 십자가는 반드시 있다. 그러므로 시련이 왔을 때는
‘견딜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을 얻고자 믿음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게 하셨다.
육신의 아버지처럼 받들라는 가르침이다. 그렇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서
계신 곳으로 오르시기 전 제자들에게 평화를 약속하셨다.
과연 세상이 주는 평화와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5월의 첫 주일은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참된 가치를 되새기는 ‘생명주일’이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사회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의 위험성을 깨우치고
‘생명의 문화’를 이루고자 용서와 사랑을 실천하자는 거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무조건적인 용서와 사랑만이 폭력의 악순환을 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당신의 전 생애로 우리에게 보이셨던 그것만이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된다는 걸 알아야 할 게다.
이처럼 진정한 평화를 이루려면 우리 자신이 매일의 삶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참된 가치를 생각하는 참 신앙인이 되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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