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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 7일 *부활 제6주간 화요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07 조회수736 추천수14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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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 *부활 제6주간 화요일(R) - 사도16,22-34


 

“주 예수님을 믿으시오. 그러면 그대와 그대의 집안이 구원을 받을 것이오.”

 

<깊은 감옥 속에서>

 

 

    교정사목에 잠시 몸담고 있을 때였습니다. 소년원이나 구치소, 교도소를 내 집 드나들 듯이 드나들었습니다. 수감되어 있는 형제들의 얼굴을 한번 보기위해서는 꽤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했습니다. 높은 담장, 초병들이 보초를 서고 있는 망루 사이에 난 견고하고 육중한 철 대문을 지나면, 또 다른 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 문 안에 또 다른 문... 도시 한복판에 위치했지만 깊고 깊은 심연의 동굴 바닥으로 들어선 느낌입니다.

 

    사도행전은 바오로와 실라스가 필리피에서 복음을 선포하다가 투옥되는 장면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투옥은 비교적 짧은 감금이었지만 바오로와 실라스가 겪은 고통은 극심한 것이었습니다.

 

    바오로와 실라스의 필리피 지방에서 보인 행동이 눈에 가시처럼 여겨졌던 행정관들은 형리들을 시켜 두 사람의 옷을 벗깁니다. 그리고 온 몸에 채찍질을 가한 후 감방 중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특별실’에 그들을 가둡니다. 그것도 모자라 발에다가는 ‘차꼬’를 채웁니다. 차꼬란 두 개의 긴 나무토막을 맞대고 그 사이에 구멍을 파서 죄인의 두 발목을 넣고 자물쇠를 채우게 한 옛 형구입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바오로와 실라스는 로마 시민권을 소유한 사람들입니다. 당시 로마법에 따르면 로마 시민권자에게는 태형을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키케로는 로마인에게 쇠사슬을 채우거나 채찍질을 하는 사람은 범죄자라고 말했습니다. 로마 시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공직자는 그 직책을 박탈당하기도 했습니다.

 

    바오로와 실라스는 옥에 갇히기 전 충분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투옥을 피할 수 있었지만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하신 부당한 대우를 생각하며 묵묵히 부당한 대우를 견뎌냈습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빛도 잘 들어오지도 않고 공기도 잘 통하지 않는 깊은 감옥에 갇힌 바오로와 실라스였습니다. 온몸은 상처투성이였으며 발에는 차꼬가 채워져 꼼짝달싹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아마도 차꼬 외에도 손에는 수갑, 그리고 목에는 형틀까지 씌워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자정이 되자 그 한밤중에 하느님께 찬미가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두 선교사는 혹독한 고통 속에서도 밤새워 기도한 것입니다.

 

    온몸은 채찍질로 인한 고통이 극심했지만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들과 함께 계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채찍질도 차꼬도 깊은 감옥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전지전능하심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깊은 감옥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과 희망으로 가득 차 기쁨의 찬미가를 부르는 두 사람의 모습에 하느님께서도 크게 응답하십니다.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나 감옥의 기초를 흔드십니다. 감옥 문이 자동으로 활짝 열리고 두 사람을 옥죄고 있던 사슬들이 거짓말처럼 술술 풀렸습니다.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다가 갖은 모욕과 박해를 당하는 바오로와 실라스의 모습, 그러나 스승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굳게 믿으며, 고통이 클수록 더욱 신뢰하고 기뻐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오늘날 복음을 전한다고 해서 우리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 이 시대 전교를 한다고 해서 우리를 깊은 감옥에 가두는 사람은 더 이상 없습니다.

 

    그런데도 복음 선포에 보다 적극적이지 않은 제 모습을 크게 반성합니다.

 

    오랜 세월 소리 소문 없이 조용한 이웃봉사에 전념했던 한 자매님께서 어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세상 뜨기 불과 며칠 전에 남긴듯한 말씀 한 마디가 하루 종일 제 귀전을 떠나지 않습니다.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보세요.

    하늘이 어쩌면 저리도 곱고 맑습니까?

    이제 저는 그곳으로 가는 겁니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천주님 나라가 있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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