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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이 십자가다 - 2013.5.7 부활 제6주간 화요일 사도16,22-34 요한16,5-11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07 조회수477 추천수7 반대(0) 신고

2013.5.7 부활 제6주간 화요일 사도16,22-34 요한16,5-11

 


삶이 십자가다

 


삶이 십자가입니다.

함께 사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왜관수도원에서는 어제 오후부터 양일간에 걸쳐 약100명 이상의
종신서원을 한 수도형제들이 모여 아빠스 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이렇게 많은 수도형제들이 모이긴 처음일 것입니다.

오랜만에 수도형제들의 면면을 보면서
지난 밤 내내 생각한 주제는 십자가였습니다.

수도형제들 얼굴 하나하나에 살아 온 삶의 역사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한 분 한 분 삶의 얼굴이, 모습이, 무게가, 한계가 다 다르지만
모두가 십자가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형제들을 모두 섬겨야 하는
아빠스의 십자가는 말할 수 없이 무거울 것입니다.

 

“누가 아빠스가 되든 참 힘들 것입니다.”

 

제 말에 원로신부님의 다음 답변이 결정적 화두처럼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아빠스님이 목에 걸고 있는 십자가가 그냥 장식의 십자가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형제들을 섬겨야 하는 예수님의 십자가입니다.”

 

아, 그렇습니다.
장식의 십자가가 아니라 실제 십자가임을,
십자가의 참 뜻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수도생활 중 때로 혼자 어려움을 토로하고 한숨을 쉬고 끙끙 앓았던 것도
결국은 십자가의 무거움, 고통 때문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제 형님 세분들이 암 투병 중 극심한 아픔으로 고통스럽게 돌아가시던 모습도
그대로 십자가 죽음의 고통이었음을 깨닫습니다.

형제자매들의 면담성사를 주면서
때로 깊은 연민의 사랑을 느끼며 고통스러워했던 것 역시
그분들의 십자가가 너무 무겁고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십자가 없이는 진정한 구원도, 자유도, 기쁨도 없습니다.
십자가의 희생 없는 구원은, 기쁨은, 사랑은 환상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몰라, 자신의 십자가의 의미를 몰라
삶의 고통과 아픔으로 인해 절망 중에 세상을 하직하는지요.

 

“누구든지 나를 따르고자 하는 이는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바로 예수님의 이 한 말씀이 우리의 구원의 길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십자가들 그 한 복판에 예수님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를 때 비로소 구원이요 기쁨이요 자유입니다.
십자가 없이는, 십자가를 피해서는 사람이 되는 구원의 길도 없습니다.

 

“보라, 십자나무 여기 인류의 구원이 달렸도다.  모두 와서 경배하세.”

 

성 금요일 십자가 경배 전
십자가를 높이 들고 노래하던 가사가 새롭게 깨달음으로 와 닿습니다.

 

“주님은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역시 십자가의 길 중 14처가 시작되면서 고백한 말이
새로운 깨달음으로 와 닿습니다.

온 세상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예수님의 십자가가
우리 삶과 구원의 의미를 환히 밝혀 줍니다.

 

이런 십자가의 렌즈로 보면 오늘 말씀의 깊은 의미도 환히 드러납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바오로와 실라의 삶은 그대로 십자가 수난의 삶입니다.
행정관들은 두 분을 매질을 많이 하게 한 뒤
감옥에 가두고 그들의 발에 차꼬를 채워 가장 깊은 감방에 가둡니다.

놀라운 기적은 그 다음에 일어납니다.

 

바로 바오로와 실라가 부른 하느님 찬미가입니다.

이런 절망과 죽음의 어둠 가득한 십자가의 현장에서 울려 퍼진
두 분의 하느님 찬미가, 바로 이게 기적입니다.

 

하느님 찬미가 십자가를 질 수 있는 무궁한 힘의 원천임을 깨닫습니다.

바빌론 유배 중의 다니엘을 비롯한 두 청년이
활활 타오르는 불가마 속 십자가의 시련 중에서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던 것도
하느님 찬미였습니다.

 

하여 ‘하느님의 일’인 성무일도를 통해
끊임없이 하느님을 찬미하는 우리 수도승들입니다.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나 감옥의 기초가 뒤흔들렸다.
 그리고 즉시 문들이 모두 열리고 사슬이 다 풀렸다.’

 

두 분의 열렬한 하느님 찬미에 놀라운 기적으로 응답하신 하느님이십니다.

기적을 체험한 간수의 회심이 인상적입니다.

구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묻는 간수에게
두 분은 즉각적으로 대답합니다.

 

“주 예수님을 믿으시오. 그러면 그대와 그대의 집안이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끝까지 십자가를 충실히 항구히 지고 갈 때 구원의 완성임을 깨닫습니다.

십자가 없는 믿음은 환상입니다.
믿음의 진위(眞僞)는 십자가를 지고 갈 때 확연히 드러납니다.

어둡고 힘든 십자가의 현장에서도 힘차게 하느님 찬미가를 부를 수 있는 것도,
또 십자가를 질 수 있는 것도 성령의 힘입니다.

성령께서 주시는 분별의 지혜요 샘솟는 사랑입니다.

 

“이제 나는 나를 보내신 분께 간다.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 이롭다. 
  내가 떠나지 않으며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보내겠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믿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보내주시는 보호자 성령이
기꺼이, 기쁘게 십자가를 질 수 있는 힘의 원천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항구히 주님을 따를 수 있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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