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6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09 조회수324 추천수2 반대(0)


봉건시대와 왕조시대에는 엄격한 신분과 질서가 있었습니다. 귀족과 양반은 천민과 양민들에게 나이가 많아도 반말을 하였습니다. 법과 제도로 보장된 것들이 있었지만 천민과 양민들은 그들의 횡포와 권력에 맞서지 못하였습니다. 법과 제도는 멀고 돈과 주먹은 가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시대에는 그런 것들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갑과을’의 관계가 존재합니다. 갑은 고삐를 잡은 손이고, 을은 고삐에 끌려야하는 소나 말일 수 있습니다. 계약과 절차가 있지만 갑의 입장에서는 관행적으로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하고, 을의 입장에서는 알아서 갑에게 맞추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어릴 때의 기억입니다. 주인집의 아들과 나이가 같았습니다. 평소에는 친하게 지내지만 아이들이 그렇듯이 가끔씩 서로 싸우기도 했습니다. 제가 잘못을 했을 때도 저는 책망을 들었고, 제가 잘못을 하지 않을 때도 책망을 들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그 이유를 대충은 알 것 같았습니다. 주인집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좋을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목의 현장에서 때로 불편한 일들이 생기는 것을 봅니다. 본당 신부와 수녀님, 본당 신부와 보좌신부님, 본당 신부와 사목위원들과의 관계입니다. 대부분은 사랑, 나눔, 친절 그리고 봉사의 삶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지나친 요구가 있는 경우, 다른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있는 경우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직분이 있고, 권한이 있고, 재정과 관련된 관계에서 ‘갑과을’의 관계는 생기기 마련입니다. 사회도 교회도 그런 조직과 제도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갑과을’의 관계를 말하고 있습니다. 모기업의 임원이 과도한 기내 서비스를 요구한 것과, 모기업에서 있었던 관행적인 요구가 언론에 노출되면서입니다. 언론에 노출이 되어서 논란이 되는 것이지 우리 사회의 곳곳에는 불편한 진실이 많이 있습니다.

바람직한 ‘갑과을’의 관계는 예수님으로부터 배울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시면서 사람이 되신 그분의 겸손입니다. 섬김을 받을 수 있지만 섬기로 오셨다는 그분의 희생입니다. 자신의 역할이 끝났지만 협조자를 보내시려는 그분의 책임감입니다. 여러분 중에 가장 가난하고, 헐벗고, 병든 사람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라는 그분의 열린 마음입니다. 힘든 일, 어려운 일은 앞장서서 하시고 영광은 하느님께 돌리는 그분의 양보입니다.

우리는 모두 가족, 친구, 이웃, 직장, 성당에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웃음이 꽃핀다면, 그곳에서 사랑이 열매 맺는다면, 그곳에서 더 오래 머물고 싶다면 그 공동체는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길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만약에 그곳에서 원망과 불신이 자라난다면, 분열과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면, 그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 공동체는 세상의 가치와 질서에 따라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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