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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통 속에 피어난 사랑의 향기/신앙의 해[170]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10 조회수372 추천수2 반대(0) 신고


                                                                                 그림 : 해미 순교탑

어떤 사람이 실험을 했다. 고양이가 고통 없이 새끼를 낳을 수 있도록
‘무통 주사’를 놓았다나. 그러고는 한곳에서 그들을 키웠다. 한편 옆 장소에는
정상적으로 새끼를 낳은 고양이와 새끼들을 길렀다. 새끼들이 커지자 어미에게
귀찮은 행동을 했을 게다. 자연스럽게 새끼를 낳은 어미는 자리를 옮겨 가며 끝까지
피해 다녔단다. 그러나 ‘무통 분만’을 한 어미도 한동안은 피해 다녔지만
계속 괴롭히자 나중에는 새끼를 물어 죽어 버렸다.

해산의 고통만큼 큰 고통은 없다고 한다. 아이를 낳아 본 사람은 그때의 아픔을
생생하게 기억할 게다. 그러기에 어머니는 남다른 애정으로 자식을 대한다.
아픔이 컸던 만큼 애정도 큰 까닭이리라. 요즘은 무통 분만도 있다고 한다.
마취제를 이용하는 것일 게다. 아픔 없이 낳은 아기와의 대면은 어떠할까?
산고를 겪을 때만큼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겠는지?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울며 애통해 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해산할 때에
여자는 근심에 싸인다. 진통의 시간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으면, 사람
하나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기쁨으로 그 고통을 잊어버린다. 이처럼 너희도 지금은
근심에 싸여 있다. 그러나 내가 너희를 다시 보게 되면 너희 마음이 기뻐할 것이고,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요한 16,20-22)
 

예수님은 제자들과 이별을 앞두시고 ‘해산할 때에 여자는 근심에 싸인다.
그러나 아이를 낳으면, 사람 하나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기쁨으로 그 고통을
잊어버린다.’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의 고통과 수난이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예수님은 온갖 모욕과 수난, 죽음의 고통을 겪으셨다.
그러나 참된 기쁨은 고통 뒤에 찾아오는 것임을 부활로써 분명히 드러내 보이셨다.

예수님은 산모가 새 생명의 해산이라는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의 고통을
잊어버리는 것처럼, 우리도 지금은 고통 중에 있지만 주님을 뵙게 될 때에는 그 모든
고통을 잊고 기뻐할 것이란다. 더 엄밀히 보자면, 그분께서 이러한 만남이라는 희망을
주셨기에 사실 우리가 현재 체험하는 이 고통도 더 이상의 고통이 아닐 게다.
왜냐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현재의 고통을 더 이상
고통으로 인지하지 않을 수 있기에. 따라서 주님께서 마련하신 기쁨과
희망의 날을 생각하면 현재의 고통은 더 이상 고통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리라.

이처럼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구원의 결과를 약속해 주실 뿐 아니라 구원의 과정
안에서도 고통을 치유해 주시는 분이시다. 영생이라는 선물이 우리의 아픔을 견디게
한다. 고통 뒤에 찾아오는 참된 기쁨을 부활로써 분명히 드러내 보이셨기에.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지금의 그 어떤 고통도 더 이상의 고통으로
인지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삶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고통도 그 삶의 불가결한 요소일 게다. 산다는 것은
어쩜 연속적으로 찾아오는 고통스러운 일들을 감당하는 것이리라. 고통은 우리
이성만으로 결코 해결할 수도 없고 대처할 묘한 답도 없다. 그래서 고통의 문제는
자연 신앙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밖에. 고통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데 길들여진 이는
그 무시무시한 죽음마저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을 게다. 
 

우리가 영적으로 새로 태어나려면 반드시 이런 ‘영적인 해산’의 기쁨의 순간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겨 내야 할 고통은 때로는 철저하게 자신에게마저 외면될 게다.
그저 고통도 없이 안락함만을 좇으며 살면 기쁨은커녕 오로지 ‘거짓의 나’만을
붙잡는 삶만 되리라.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셨다.
‘고통이 깊은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라고.
신앙인에게는 이런 고통 속에 피어난 사랑의 향기가 곳곳에서 묻어나야 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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