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5.12 주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주일)

사도1,1-11 에페1,17-23 루카24,46ㄴ-53

하늘 길

-하늘향한 여정-

“알렐루야,
하늘에 오르시는 주 그리스도께 어서 와 조배 드리세.”

오늘 주님 승천 대축일,
우렁찬 초대 송 후렴이 우리의 하늘 길을 활짝 열어 주었습니다.

이어 방금 전 흥겹게 노래한 화답 송 후렴 역시
우리의 하늘 길을 활짝 열어 주었습니다.

“환호소리 높은 중에 하느님 오르시도다. 하느님 오르시도다.”

계속되는 부활축제시기요
신록으로 빛나는 성모성월은 그대로 알렐루야, ‘찬미의 계절’입니다.

신록의 찬미요 신록의 하늘 길입니다.

어제 아랫집 수녀원에 소재한 성 바오로 호스피스 센터 주관의
성모의 밤 행사에 참여하여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명칭은 성모의 밤이지만 오히려 신록으로 빛나는 낮에 했기에
더욱 어울렸고 은혜로웠습니다.

꼭 아버지의 집에 있다가 어머니의 집에 와 있는 듯 참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하느님은 아버지이자 어머니임을, 어버이 하느님임을 깨닫습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좋아지는 어머니 마리아입니다.

우리를 위해 승천하시어
하늘 길을 활짝 열어주신 예수님은 우리의 영원한 희망이요 기쁨입니다.

새삼 하늘 길 여정 중에 있는 우리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래 전에 써놓고 애송했던 ‘하늘 길’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

참 많이도 굽었다

하늘 빛 찾아가는 길

순탄대로 곧은 길만은 아니다.

첩첩의 장애물 나무들 옆

좁은 틈바구니

하늘 빛 찾아

이리저리 빠져나가다 보니

참 많이도 굽었다.

조금도 부끄러울 것 없다

거룩한 아름다움이다.

살아있음이 찬미와 감사다

하늘 빛 가득담은 소나무야!

-(2001.4.21)

승천의 삶은 그대로 하늘 길 여정의 삶입니다.

언젠가 갑자가 승천이 아니라
이미 지금 여기서부터 승천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하늘 빛 가득 담은 소나무처럼 굴곡의 험난한 삶 중에도
하늘 빛 가득 담은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형제자매들을 보면
고마운 마음에 덥석, 와락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아마 하느님의 마음이 꼭 그럴 것입니다.

오늘 주님은 ‘승천의 삶’에 대한 귀중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이대로 살면 성공적인 하늘 길 여정의, 승천의 삶이 될 것입니다.

첫째, 하늘 길의 여정은 부단한 떠남의 삶입니다.

내적으로는 끊임없이 하늘을 향한 여정입니다.

‘예수님이 하늘에 오르셨다’는 승천의 진리는
 바로 예수님이 하늘이 되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디서나 보이는 하늘은
바로 예수님의 얼굴이요 하늘 길 여정의 삶임을 깨닫게 합니다.

눈에 보이는 하늘만 하늘이 아니라 우리 마음도 하늘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이 하늘에 오르셨다는 것은
영원히 우리 마음 하늘 안에 사시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가장 멀리 있는 하늘 본향이요
이 하늘 길의 여정 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손을 드시어 제자들에게 강복하신 후
제자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시는 예수님의 결정적 승천의 장면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언젠가 이런 갑자기 아름다운 승천의 아름다움은 없습니다.
평소 ‘떠남의 삶’의 반영입니다.

하느님을, 사랑을, 세상을 사랑하되 결코 집착함이 없이
하늘 길 여정에서 늘 떠남의 삶을 사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어제 읽었던 한시(漢詩)가 생각납니다.

-

흐르는 물이 오늘의 모습이라면(流水今日),

빛나는 달은 전생의 모습이 아니겠는가(明月前身)

-

.

참으로 고귀한 품위의 인간입니다.
그대로 예수님의 모습이자 진정 믿는 이들의 모습입니다.

문제는 모두 내 안에 있고 문제의 답은 성인(聖人)이 되는 데 있습니다.

흐르는 물처럼 부단히 떠남으로 하늘 길 여정에 항구할 때 성인입니다.

교황직에서 물러났다하여, 아빠스직에서 물러났다 하여,
원장직에서 물러났다하여, 수도원에서 나왔다 하여,
사제직에서 떠났다하여 하늘 길 여정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갈수록 중요한 하늘 길의 여정입니다.
하늘 아버지의 집에로의 귀가(歸家)시간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더도 덜도 아닌 나일뿐이요 어떤 위장도 통하지 않습니다.
늘 새롭게 떠나야 하는 하늘 길의 여정입니다.

둘째, 하늘 길의 여정은 강복(降福)과 경배(敬拜)의 삶입니다.

하느님의 기쁨은 축복하시는 일입니다.
예수님 자체가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신록으로 빛나는 오월은 그대로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축복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이요 신록의 하늘 길 여정 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강복하시며 하늘로 떠나신 주님이십니다.
떠나실 때 마다 축복을 가득 남기고 떠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저주하는 자들을 위해 축복해주라는 주님의 말씀도 기억할 것입니다.

저주의 악순환을 끊는 것은, 악에 대한 유일한 처방은,
악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축복뿐이 없습니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깨달아야 합니다.

부활 승천하신 후에도
성령의 축복을 내리시어 우리 모두 당신 증인들이 되게 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강복을 주는 일입니다.
면담성사 차, 오는 분들도 사죄경에 이어 꼭 강복을 드립니다.

새벽 수도원 산책 중에도 하늘에 산에 세상에 배 밭에 하느님의 강복을 드립니다.

비단 사제뿐 아니라 믿는 이들 누구나
축복의 삶 자체로 주님의 증인이 되어 이웃을 축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수도원의 수사님들 모두가
존재 자체로 하느님의 축복이요 존재자체로 이웃을 세상을 축복합니다.

강복에 이은 경배의 삶이 하늘 길의 여정에 절대적입니다.

경천(敬天), 경배(敬拜), 경외(敬畏), 존경(尊敬), 공경(恭敬), 경애(敬愛)등,
‘경(敬)’이 사라져 가는 영적으로 황량한 시대입니다.

‘경(敬)’이 없는 교육(敎育)은 사육(飼育)으로 변질되기 십상이고,
‘경(敬)’이사라진 사회는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기 십상입니다.

바로 오늘날 신자본주의 비정한 현실입니다.

경배의 삶이
하늘 길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만들고
인간의 고귀하고 존엄한 품위를 확보해 줍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경배하고 나서 크게 기뻐하며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주님께 대한 우선적 자세가 바로 경배입니다.
성무일도와 미사의 공동전례를 통해 경배의 삶을 습관화 하는 것이 제일입니다.

진정 자녀를 사람이 되게 하려면
우선 ‘경(敬)’이 몸과 마음에 배도록 교육하는 것이 제일입니다.

셋째, 하늘 길의 여정은 기쁨과 찬미의 삶입니다.

제자들은 승천하시는 주님께 강복을 받고 크게 기뻐하며 예루살렘에 돌아가
줄곧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냈다 합니다.

또렷이 부각되는 단어가 ‘기쁨’과 ‘찬미’입니다. 기쁨과 찬미의 삶이 제일입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만 쳐다보며 있느냐?”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입니다.
때가 되면 오실 주님이시니 현재의 삶에 충실 하라는 것입니다.

바로 기쁨과 찬미의 삶을 살라는 것이며 이 둘은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기쁨에서 저절로 샘솟는 찬미요, 찬미에서 저절로 샘솟는 기쁨이니,
말 그대로 ‘찬미의 기쁨’입니다. 가끔 듣든 질문입니다.

“신부님은 수도원에서 무슨 맛, 무슨 재미, 무슨 기쁨으로 사십니까?”

그러면 저는 지체 없이 대답합니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맛으로, 재미로, 기쁨으로 삽니다.”

찬미의 기쁨 있어 신록의 하늘 길입니다.
찬미의 기쁨이 마음의 눈을 열어 은혜로운 진리를 깨닫게 합니다.

그분의 부르심으로 우리가 지니게 된 희망이 어떠한 것인지,
우리가 받게 될 상속의 영광이 얼마나 풍성한지 알게 됩니다.

또 우리 믿는 이들을 위한 그분의 힘이 얼마나 엄청나게 큰지를
그분의 강한 능력의 활동으로 알게 됩니다.

알렐루야! 하느님을 찬미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 능력을 펼치시어,
그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시고
오늘 하늘에 올리시어 당신 오른쪽에 앉히셨습니다.

모든 권세와 권력과 주권위에,
그리고 현세만이 아니라 내세에서도 불린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게 하셨습니다.

또한 만물을 그리스도의 발아래 굴복시키시고,
만물위에 계신 그분을 교회에 머리로 주셨습니다.

하여 그리스도로 충만한 교회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하느님께 감사하십시오.

하늘 길 향한 떠남의 여정에,
강복과 경배의 삶이, 기쁨과 찬미의 삶이 제일입니다.

이보다 하늘 길의 여정에 좋은 삶은 없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에게 신록의 하늘 길을 활짝 열어주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