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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 15일 *부활 제7주간 수요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15 조회수751 추천수13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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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부활 제7주간 수요일(R) - 요한17,11ㄷ-19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또 다시 기약 없는 전도여행길을>

 

 

    인사이동 공문에 따라 티격태격, 아옹다옹 정붙여 살던 아이들과 헤어질 때 마다 겪게 되는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가방 하나 달랑 메고 다른 임지로 떠나가는 날 아침 한 아이 한 아이가 다 눈에 밟힙니다. 미운 정 고운 정, 오만가지 정이 다 든 아이들의 눈물 그렁그렁한 눈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한 아이 한 아이와 눈물겨운 작별인사를 나눕니다. 그리고 각 아이들에게 필요한 한 마디 말을 건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형들과 사이 좋게 지내라고. 제발 가출 좀 하지 말라고. 어른들 속 썩히지 말라고...

 

    에페소를 뒤로 하고 다른 지방으로 떠나가던 바오로 사도의 심정도 비슷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고진감래’라고 그 오랜 눈물과 기도, 헌신과 투쟁 끝에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에 아주 든든한 복음의 전초기지를 건설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으로 고백했습니다. 바오로 사도에게서 착한 목자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발견한 사람들은 붙잡고 싶었습니다. 든든한 성채 같은 바오로 사도와 함께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에게는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스승 예수 그리스도의 요청에 따라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정든 에페소를 뒤로 하고 또 다시 기약 없는 여행길, 목숨 건 여행길을 떠나갑니다.

 

    바오로 사도를 바라보는 에페소 교회 신자들은 마음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참으로 훌륭한 선교사라고 칭송도 했겠지만 병들고 지친 몸을 끌고 또 다시 기약 없는 전도 여행길을 떠나가는 바오로 사도의 모습이 측은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에페소 교회 원로들은 떠나가는 바오로 사도를 항구까지 배웅합니다. 배를 타기 전데 다들 흐느껴 울면서 바오로 사도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지상에서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그들은 바오로 사도를 배 안까지 배웅하였습니다.

 

    떠나가는 바오로 사도의 마음도 찹찹했을 것입니다. 마치 유언 같은 말씀을 에페소 원로들에게 남깁니다.

 

    “내가 떠난 뒤에 곧바로 사나운 이리들이 들이닥칠 것입니다. 그러나 두려워말고 여러분의 양떼를 잘 보살피십시오. 은이나 금을 탐내지 말고 애써 일하며 스스로 벌어먹도록 노력하십시오. 그리고 약한 이들을 도우십시오.”

 

    오랜 세월 동고동락하던 제자들을 두고 아버지께로 돌아가시는 예수님의 심정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부재로 마음허전해할 제자들, 갈 길 몰라 갈팡질팡할 제자들을 위해 아버지께 간절히 기도하십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이제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아버지,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연약한 우리, 결핍투성이인 우리, 늘 갈길 잃고 헤매는 우리들임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야하고 희망해야 하는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를 위해 하느님 아버지께 간절히 기도하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현존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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