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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룩한 떠남의 여정 - 2013.5.15 성 파코미오 아빠스(292-346) 기념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15 조회수345 추천수5 반대(0) 신고

2013.5.15 성 파코미오 아빠스(292-346) 기념일

 

사도20,28-38 요한17,11b-19

 

 


거룩한 떠남의 여정

 

-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

 


어제 저녁식사 후

수도원 경내를 안내하던 여기 원장 수사님의 말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몸이 정신을 따라가는 분입니다. 
 말과 행동이, 언행이 일치된 분입니다.”

 

부대에 고사리를 따 담던 분이 수도원 이웃집의 초라한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80세가 넘으신 예전 총 원장을 하시던 수녀님이라 했습니다.

 

‘대부분 살다보면 서서히 몸 따라 가는 정신인데,
끝까지 정신 따라 가는 몸이 되게 하셨던 이 노 수녀님은
하루하루 떠남의 여정에 충실한 분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세 80세 넘어 돌아가시던 날 아침까지 은인들에게 편지를 쓰셨다는
우리 왜관 수도원의 페트람 수사님도 생각납니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제 잘 떠나야 오늘도 잘 떠날 수 있고, 내일도 잘 떠날 수 있습니다.
결국 하루하루가 하느님 향한 떠남의 여정입니다.

 

오늘 죽음을 앞둔 복음의 예수님의 제자들을 향한 고별담화와
사도행전의 바오로의 에페소 교회 원로들을 향한 영적 유언 역시
좋은 교훈입니다.

마지막 거룩한 떠남의 죽음을 앞둔 유언과도 같은 말씀입니다.

 

1.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
2.악에서 지켜주십시오,
3.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셋으로 요약되는
예수님이 제자들을 위한 간절한 소원이 담긴 유언과도 기도입니다.

 

다음 바오로의 에페소 교회 원로들을 위한 영적유언 역시
셋으로 요약되며 예수님의 기도와 일맥상통합니다.

 

1.양떼를 잘 보살피십시오,
2.늘 깨어 있으십시오,
3.필요한 것을 두 손으로 장만하십시오.

 

두 분의 마지막 떠남의 장면에서 주신 거룩한 유언이 두 분의 삶을 요약합니다.
노력이 있어 기도의 응답입니다.

양떼를 잘 보살피는 사랑의 노력이 있어 하나의 공동체요,
늘 깨어 있는 노력이 있어 악에서 보호되며,
필요한 것을 두 손으로 장만하는 노력이 있어 진리로 거룩해 지는 삶입니다.

 

오늘은 성 빠코미오 아빠스 기념일입니다.
제가 성인들의 연표를 볼 때 우선 확인하는 것은
이분들의 산 햇수와 제 나이입니다.

 

성 빠코미오는 292년에 태어나 346년에 돌아가셨으니 54세를 사셨고,
바오로 사도는 63년 네로 황제의 박해 시 순교하셨으니 60세가 못 되셨을 것이고, 예수님은 33세에 돌아가셨으니 저는 이 세분들보다 더 많이 살고 있습니다.

예수님보다는 무려 두 배에 가까운 나이입니다.

 

또 제가 피정 자들이나 제 자신에게 자주 묻는 질문입니다.
‘일일일생, 우리 삶을 하루로 압축한다면 현재 내 시점(時點)은 어디일까’
하는 것입니다.

오전일까, 오후일까, 오후라면 오후 몇 시 쯤 될까,
그만큼 아버지 집에로의 귀가(歸家) 시간인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자각입니다.

 

여기서 생각나는 게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요셉수도공동체를 대변한
수도원 설립 25주년 기념감사제 때 낭독한 자작시입니다.

재작년 2011년은 제 수도서원 25주년 은경축이었고,
작년 2012년은 수도원 설립25주년 은 경축,
올해 2013년은 제가 요셉수도원에 온지 25주년이 되는 해이고,
내년 2014년은 제가 사제서품 25주년 은경축이 되는 해이기에
제 삶을 추스를 때 마다 자주 읽어보며 나누기도 하는 좌우명 같은 글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하늘 향한 나무처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덥든 춥든,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하느님 불러 주신 이 자리에서
하느님만 찾고 바라보며 정주(定住)의 나무가 되어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살다보니 1년생 작은 나무가
이제는 25년 울창한 아름드리 ‘하느님의 나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언제나 그 자리에 불암산(佛巖山)이 되어
가슴 활짝 열고 모두를 반가이 맞이하며 살았습니다.
있음 자체만으로
넉넉하고 편안한 산의 품으로
바라보고 지켜보는 사랑만으로 행복한 산이 되어 살았습니다.
이제 25년 연륜과 더불어 내적으로는 장대(長大)한
‘하느님의 살아있는 산맥(山脈)’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끊임없이
하느님 바다 향해 흐르는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때로는 좁은 폭으로 또 넓은 폭으로
때로는 완만(緩慢)하게 또 격류(激流)로 흐르기도 하면서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흐르는 ‘하느님 사랑의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활짝 열린 앞문, 뒷문이 되어 살았습니다.
앞문은 세상에 활짝 열려 있어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歡待)하여 영혼의 쉼터가 되었고
뒷문은 사막의 고요에 활짝 열려 있어
하느님과 깊은 친교(親交)를 누리며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기도하고 일하며 살았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순종하며 살았습니다.
끊임없이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고
세상을 위해 기도하며
끊임없이 일하면서 하느님의 일꾼이 되어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주님의 집인 수도원에서 모두
주님의 전사(戰士)로,
주님의 학인(學人)으로,
주님의 형제(兄弟)로 살았습니다.
끊임없이 이기적인 나와 싸우는 주님의 전사로
끊임없이 말씀을 배우고 실천하는 주님의 학인으로
끊임없이 수도가정에서 주님의 형제로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살았습니다.
저희에겐 하루하루가 영원(永遠)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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