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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리스도의 향기 - 2013.5.16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17 조회수302 추천수5 반대(0) 신고

2013.5.16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사도22,30;23,6-11 요한17,20-26

 

 


그리스도의 향기

 

-기도의 사람-

 

 

 


이런저런 나눔으로 두서없이 강론을 시작합니다.

 

“아, 이것 햇감자입니까?”

 

아침 식탁에 나온 뽀얗고 싱싱해 보이는 찐 감자를 잡는 순간 나온 말입니다.


‘햇감자’라는 어감에서 새삼 우리말이 얼마나 예쁜지 깨닫습니다.

햇것, 햇곡식, 햇김치, 햇나물, 햇잎 등 일부 명사에 앞에 붙어
그 해에 처음 난 산물임을 뜻하는 ‘햇’이라는 말이 참 곱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늘 기도하는 영혼들
세월 흘러 나이 들어도 늘 ‘햇 영혼’ ‘햇 사람’입니다.

 

“농업은 생명, 농촌은 미래”

 

고성수도원에
수도자 모임이 다녀오면서 본 큰 글자의 입간판의 문귀가 신선했습니다.

‘농업’ 대신 ‘하느님’을 넣어도 그대로 통합니다.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란 말도 있듯이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농업, 농촌의 중요성을 절감합니다.

 

오늘 복음 첫 구절입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 기도하셨다.’

 

어디서나 기도하라고 눈 들면 하늘입니다.
기도하고 일하라는 분도회의 모토 역시 기도가 모든 삶의 토대임을 말해줍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기도입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저는 이들만이 아니라 이들의 말을 듣고 저를 믿는 이들을 위해서도 빕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게 있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기도입니다.

기도해야 거룩한 사람입니다.
기도해야 공동체의 일치, 내적일치입니다.

 

이런 일치의 기반은 아버지와 예수님의 일치입니다.
아버지와 예수님의 일치 안에 정주할 때 진정한 일치요 바로 미사은총입니다.

기도하지 않아 공동체의 분열, 내적분열입니다.
기도해야 치유에 정화와 성화요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산합니다.

 

“편백나무 숲은 여름에도 파리나 모기, 잡 벌레가 없습니다.”

 

“왜요?”

 

“편백나무의 향기 때문입니다.”

 

고성 갈모봉 산림욕장, 편백나무 숲을 안내하던 수사님의 설명이
새삼스런 깨달음이었습니다.

너무나 쭉쭉 뻗은 편백나무들이 꼭 잘 성장한 공동체의 어른들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라든 공동체든

큰 나무 그늘 같은 어른들이 사라져가는 현실이 참 허전하고 쓸쓸합니다.
큰 편백나무들처럼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믿음의 어른들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피어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멸망한 사람들에게는 죽음으로 이끄는 죽음의 향내고,
구원받을 사람들에게는 생명으로 이끄는 생명의 향기입니다.”(2코린2,15-17).

 

참 재미있습니다.
편백나무의 냄새가 사람에게는 생명의 향기인데
파리, 모기의 해충에게는 악취임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발하는 그리스도의 향기 역시
구원받을 사람들에게는 생명의 향기이지만
멸망할 사람들에게는 죽음의 향기입니다.

하여 편백나무의 향기에 해충도 사라지듯
우리의 기도 나무에서 발하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우리를 악의 세력에서 보호해 줌을 깨닫습니다.

 

공동체가 악의 세력이 번성하고, 악취가 끊어지지 않는 것은
편백나무 같은 향기로운 어른들이 부재하기 때문임을 깨닫습니다.

어제 예수님의 기도도 생각납니다.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
이들도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악(惡)에 대한 처방은 선(善)이 아니라 거룩함(聖)이라 합니다.
전례의 거룩한 불길만이 악을 소각시킬 수 있다 합니다.
좋은 신자보다 거룩한 신자가 필요한 시대라 합니다.

말씀의 진리가, 끊임없는 말씀의 기도가 우리를 거룩하게 합니다.

 

거룩해질 때 주님과 깊어지는 일치요
더욱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천리향(千里香) 같은 존재가 됩니다.

 

바로 사도행전의 바오로가 그 모범입니다.
그리스도와의 일치에서 샘솟는 담대함이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삶입니다.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존재자체보다 더 좋은 복음 선포도 없습니다.

 

“용기를 내어라.
너는 예루살렘에서 나를 위하여 증언한 것처럼 로마에서도 증언해야 한다.”

 

끊임없는 기도 중에 늘 주님과 일치의 삶을 살았던 바오로 사도임이 분명합니다.

 

주님은 매일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 생명과 사랑으로 우리를 충만케 하시어
그리스도의 향기로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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