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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 17일 *부활 제7주간 금요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17 조회수510 추천수14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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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부활 제7주간 금요일(R) - 요한 21,15-19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똑같은 질문 3번의 의미>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 서기가 가장 괴로웠던 사도는 아무래도 베드로 사도였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한창 잘 나가실 때 스승님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치겠노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던 베드로 사도였습니다. 배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펄쩍 뛰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베드로 사도였지만, 그도 인간이었습니다. 어찌어찌하다보니 순식간에 세 번씩이나 예수님을 부인했습니다. 아차 하고 크게 후회하며 상심했지만 이미 차는 떠나고 난 뒤였습니다.

 

    이런 베드로 사도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참으로 심오하고 의미심장하면서도 다양한 복선이 깔린 질문 한 가지를 던지십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여기서 예수님께서는 왜 당신께서 친히 지어주신 이름 ‘베드로’라고 부르지 않고 과거의 이름 ‘요한의 아들 시몬’이라고 부를까요?

 

    지난 시절을 돌아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제자로 불림을 받은 베드로, 그는 또 다시 사도단의 수제자로 불림을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잘 나가던 시절’, 예수님께서 죽었던 사람마저 살려내던 시절 베드로 사도까지 덩달아 어깨가 우쭐해졌습니다.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기고만장해졌습니다. 고난과 십자가의 가치는 안중에도 없고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갈채에 맛을 들여갔습니다. 그 최종적인 결과가 치욕적인 ‘수제자 3번 배반 사건’인 것입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라고 부르신 것은 너의 근본을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너는 원래 아무 것도 아니었다. 보잘 것 없는 사람이었다. 별 것도 아닌 존재였다. 그러나 내가 너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했기에 너를 선택했고 수제자로 불러준 것이지 않느냐? 너는 나로 인해 의미 있는 존재이다. 나를 떠나서는 아무 것도 아님을 명심해라, 제발 앞으로는 나대지도 말고, 우쭐거리지도 말고 겸손해라는 의미에서 과거의 이름 ‘요한의 아들 시몬아’ 하고 부르시는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 입장에서 안 그래도 송구스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인데, 다른 사도들도 보고 있는데, 한번만 질문하시면 될 텐데, 뭐 유치원생도 아니고 왜 같은 내용의 질문을 3번씩이나 거듭하셨겠습니까?

 

    제가 예수님 입장이라면 베드로 사도를 앞에 놓고 제대로 한번 혼쭐을 냈을 것입니다. “어이, 베드로,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자네가 수제자 신분으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한번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날 모른다고 하고 말이지. 그래놓고 너 지금 내 앞에서 지금 밥숟가락 들고 있는 거냐?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 가냐?”

 

    그러나 예수님은 베드로를 질책하지 않으십니다. 혼내지도 않으십니다. 그저 “나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세 번 반복을 통해 우회적으로 ‘배신의 밤’을 떠올리게 하는 것입니다. 배신에 따른 깊은 바닥체험을 은근히 상기시키시며 진정한 회개를 통해 참 제자로 거듭나도록 초대하시는 것입니다.

 

    배신 이후의 베드로 사도, 배반자 유다가 느꼈던 똑같은 체험을 했을 것입니다. 수치심에 치를 떨었을 것입니다. 유다와 똑같은 길을 걷고 싶은 충동을 셀 수도 없이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베드로 사도는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갔지만 끝까지 견뎠습니다. 끝도 없이 자신의 가슴을 치며 하느님 자비를 구했을 것입니다.

 

    그 결과는 은혜롭게도 진정한 수제자로의 거듭남이었습니다. 드디어 제자 중의 제자, 가장 겸손한 수제자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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