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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순함만이 그분을 따르는 길/신앙의 해[178]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18 조회수331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림 : 연풍 다섯 성인상과 반석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라는 요한 사도를 지칭하는 독특한 표현이 있다. 열두
제자치고 예수님께서 사랑하지 않으신 제자가 있었을까? 그럼에도 요한은 주님께서
더욱 사랑하셨던 제자로 등장한다. 아마도 요한복음의 작가였기 때문일 게다.

요한 사도는 오래 살았단다. 사도 가운데 그만이 순교하지 않고 수를 다했다고도
알려진다. 하지만 성모님을 모셨고 제자들과 함께 스승님의 가르침을 정리한 복음서를
집필했다. 초대 교회를 지켰고, 박해로 고통 받던 교우들을 위해 ‘묵시록’도 남겼다.
결국은 그리스도께서 승리하시고 박해자들은 사라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는 형 야고보와 함께 주님의 제자가 되었다. 베드로와 안드레아 역시 같은 날
부르심을 받았다. 네 사람은 유달리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다. 그들의 삶이 단순했기
때문일까. 공관 복음에서 이들이 부르심을 받는 장면의 공통점은 이렇다.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부르심과 응답이 너무나 단순하다. 누구라도 그분의
부르심을 느끼면 즉시 응해야 할까보다. 그러면 주님의 사랑이 늘 함께하리라.
 

‘베드로가 돌아서서 보니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가 따라오고 있었다. 그 제자는
만찬 때에 예수님 가슴에 기대어 앉아 있다가, “주님, 주님을 팔아넘길 자가
누구입니까?” 하고 물었던 사람이다. 그 제자를 본 베드로가 예수님께,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 할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하고 말씀하셨다.(요한 21,20-22)’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의 앞날에 대하여 예수님께 여쭙자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
할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이 말씀에 뒤이어 ‘그래서 형제들 사이에 요한이 죽지 않으리라는 말이 퍼져 나갔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 내용을 어떻게
알아들어야 할지? 그는 예수님의 재림 때까지 죽지 않는다는 말일까?

그러나 예수님은 요한의 운명에 대해서는 베드로가 상관할 바가 아니란다. 베드로나
요한의 운명은 오로지 예수님께 달려 있다는 것일 게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의 운명 또한 마찬가지이리라.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사랑의 사도로 살아가며 나머지
몫은 예수님께 맡기기만 하면 된다. 그것은 체념이 아니라 믿음이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예수님은 사도 요한, 그만을 사랑하신 것은 아닐 게다.
모든 제자를 다 사랑하셨으리라. 그런데도 요한복음 사가는 짐짓 이 표현을 삽입하고
있다. 그만큼 요한은 자신이 예수님과 가까웠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일까?

암튼 요한은 다른 사도들이 순교한 뒤에도 살아 있었다.
스승님의 재림을 기다리면서 그 나름대로의 그분 말씀을 집필했다.
그의 소명은 주님의 말씀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일이었던 것이었을까?
그 만큼 그는 그 일을 순교에 버금가는 일로 받아들였을 게 분명했다.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 할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예수님은 베드로에게는 순교를 예언하시고 요한에게는 이 말씀을 남기셨다.
엄청 정이 담긴 말씀이다. 늘 직선적이던 당신의 표현과는 사뭇 다르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정말 쌍방이 지극히 단순한 결정이다.

주님을 따르는 이는 때로는 이렇게 단순해야 한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도
그분께서 부르시면 어떠한 경우에도 ‘예!’하고 응답하면서 곧바로 나서야 할 게다.
그것이 주님의 사랑을 받는 일이다. 이에 대해 요한 사도는 훌륭한 모범을 우리에게
남겨 주었다. ‘예!’라는 그 단순함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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