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라 - 2013.5.18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18 조회수752 추천수4 반대(0) 신고

2013.5.18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사도28,16-20. 30-31 요한21,20-25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라

 

 

 


나이에 상관없이 신록의 영혼으로 살라고 신록의 성모성월 5월입니다.

새벽 기도 시 캄캄한 어둠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던 창밖 풍경이 점점 해가 떠오르면서 뚜렷한 윤곽으로 들어납니다.

하느님 은총의 빛 안에 있을 때 ‘있는 그대로’의 분별이 가능함을 깨닫습니다.

 

제일 쉬운 것이 남 판단하는 것이요 제일 힘든 것이 자기를 아는 일입니다. 남
판단하지 않는 게 덕(德)이요 자기를 아는 게 지혜(知慧)입니다.

자기를 알아갈 수록 남 판단도 점점 줄어듭니다.

몇 가지 예화를 나눕니다.
어제 석가탄신일을 앞 둔 신흥사 조실 오현 스님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은 자신의 모습을 보는 날이다.
부모는 부모 노릇, 스승과 제자는 그 본분을 다하고 있는지 함께 반성하는 날이다. 꼭 불자가 아니더라도 모두 함께 뒤를 돌아보면 된다.
내가 보기에 팔만대장경을 몇 마디로 요약하면
‘남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하지 마라.’ ‘사람 차별하지 마라.’ 아니겠나.

이렇게 살면 세상 잘 돌아간다.
부처님이 바라는 세상은
남편을, 아내를, 직장 상사를, 동료를 부처님이다 이렇게 여기면 된다.

꼭 절에 가서 절하고 보시하고 이래야 하는 게 아니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을 부처님으로 생각하고
공들이고 눈물 나지 않게 하면 된다.

이게 사람들이 태어난 목적 아니겠나.
이걸 잊으면 안 된다.-

 

누구나 공감이 가는 지극히 평범한 말씀입니다.
자신을 알아 자신의 본분에 충실할수록
이웃에 대한 존중과 배려도 함께 감을 깨닫습니다.

사막교부 안토니오에 대한 두 일화도 생각납니다.

 

-안토니오는 하느님의 심판의 깊이에 대해 묵상하다가 주님께 물었다.
“주님, 어째서, 어떤 이들은 젊어서 죽고 또 어떤 이들은 천수를 누리며 삽니까?
왜 가난한 이들이 있고 부유한 이들이 있습니까?
왜 사악한 이들이 번창하고 정의로운 이들이 곤궁 중에 살아갑니까?”

그는 대답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안토니오.
그런 일들에 신경 쓰지 말고 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라.
네가 그런 일들에 대해 안다 해도 너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질없는 질문들은 그만 두고
네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고 지금 여기서 주어진 본분에 충실 하라는 말씀입니다.

 

-어느 제자가 안토니오에게 물었다.
“하느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합니까?”
안토니오의 대답이다.
“네가 누구이든 네 시선을 늘 하느님께 두라.
또 네가 무엇을 하든 그것을 성경 말씀에 따라하고,
네가 어디에 살든 쉽게 그곳을 떠나지 마라.
이 셋을 지키면 너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 때
누구와 비교하지 않지 않고 제 삶의 자리에 항구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두 분의 학자를 인터뷰했던 수도형제의 말도 잊지 못합니다.

 

“두 분은 정말 학자입니다.
이분들에게 현실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학문과 현실 참여 둘 다 잘 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학자의 길과 운동가의 길이 있음을 통감한 수도형제입니다.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비교나 우월의 대상으로가 아닌 서로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희망할 수는 있어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할 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베드로의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답이 참 지혜롭습니다.

아마 수제자 베드로와 애제자 간의 미묘한 기류를 통찰한 예수님 같습니다.
예수님은 두 제자간의 불필요한 갈등이나 불화의 가능성을
애당초 차단해 버립니다.

애제자의 길과 수제자인 너의 길이 다 다르니 베드로 너는 나를 따라
순교의 죽음까지 각오하라는 말씀입니다.

똑같이 주님의 제자들이지만 베드로의 길과 바오로의 길은 또 얼마나 다른지요.

비교나 우월의 대상이 아닌 서로 존중해야 할
다 그만의 고유한 사명의 길임을 깨닫습니다.

 

‘바오로는 자기의 셋집에서 만 이년 동안 지내며,
자기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을 맞아 들였다.

그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히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가르쳤다.’

 

로마에 압송되어 이스라엘의 희망 때문에 사슬에 묶여 있으면서도
‘하느님 앞에서’ 내적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제 본분의 사명에 항구하고 충실했던 바오로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제 모습을 돌아보게 하시고
제 본분에 충실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주십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