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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 20일 *연중 제7주간 월요일(교육 주간/ 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20 조회수575 추천수9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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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연중 제7주간 월요일(교육 주간/ R) - 마르9,14-29


 

“주님,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기도가 생략되었기에...>

 

 

    의사 출신인 마르코의 기록에 따르면 아이의 병명은 심한 히스테리를 동반한 중증 간질이었습니다. 요즘은 의술이 좋아져서 많은 간질 환우들이 꾸준한 약물치료로 완치되기도 합니다만 과거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더구나 의료수준이 거의 바닥이었던 예수님 시대 간질 질환은 거의 치명적이었습니다. 멀쩡하던 아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발작 증세를 일으켰습니다. 온 몸이 경직되면서 뒤틀려지고 경련이 계속되었습니다. 눈도 뒤집어지고 입에 거품을 물고 이를 갈기까지 했습니다.

 

    한동안 계속되던 증세가 잦아들면서 천천히 제정신이 돌아온 아들의 몸에서는 모든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 일어설 힘조차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간헐적이던 발작 증세가 점점 자주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언제 어디서 발작이 일어날지 모르다보니 아버지는 늘 노심초사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자식을 계속 바라봐온 아버지의 마음은 어떠했겠습니까? 그들을 바라보는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은 또 어떠하겠습니까?

 

    마침 치유자 예수님에 관한 소식이 아이의 아버지 귀에 들어갑니다. 아들을 저 끝도 없는 고통에서 구해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 아버지는 한걸음에 아이를 예수님께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러나 하필 예수님께서 부재중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끝도 없이 몰려드는 인파를 떠나 홀로 산에 올라가시어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기도 중에 제자들이 걱정되셨던 예수님,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드셨던 예수님께서 하산하여보니 아니나 다를까 제자들이 큰 곤경에 처해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출타중이시라는 소식을 전해들은 아이의 아버지는 제자들에게 치유를 부탁했습니다. 부탁을 받은 사도들은 ‘이 정도쯤이야’하면서 치유를 시도했겠지요. 그러나 오늘따라 ‘치유빨’이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이런 저런 시도를 해봐도 아이의 증세는 더 악화되어만 갔습니다.

 

    당황해하는 제자들을 가만히 둘 율법학자들이 아니었지요.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기 시작했습니다. 잔뜩 몰려와있던 군중들도 슬슬 동요되기 시작했습니다. 코너로 몰린 제자들은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 나갈 것인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예수님께서 등장하신 것입니다. 정말이지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그러한 광경을 목격하신 예수님의 마음은 무척이나 참담했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무한하신 사랑과 자비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지니고 오신 구원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이 세상은 잠시 지나가는 것이며 정작 중요한 것은 하느님 아버지 나라에서의 영원한 생명임을 선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당신께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니 참으로 난감하고 괴로우셨습니다. 그들은 오직 눈앞의 것들에만 몰두합니다. 당장의 치유, 현세적 구원만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현실을 180도 되돌려놓는 기적가로서의 메시아만을 고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지니신 참된 사명은 뒷전인 채 말입니다.

 

    그런 세상 사람들 앞에 마침내 예수님께서 장탄식을 터트리십니다. 참된 믿음 없이 그저 해결사로서의 메시아만을 원하는 무지몽매한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서 계신 메시아의 고독과 슬픔을 엿볼 수 있는 탄식입니다.

 

    “아, 믿음이 없는 세대야! 내가 언제까지 너희 곁에 있어야 하느냐? 내가 언제까지 너희를 참아 주어야 한다는 말이냐?

 

    아이에게서 악령을 쫒아내시고 오랜 간질 질환으로부터 말끔히 치유해주신 예수님께 제자들이 다가와서 묻습니다.

 

    “어째서 저희는 그 영을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예수님께서는 간단한 한 마디 말로 그들의 부족함을 일깨우십니다.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제자들이 아이에게 시도한 구마와 치유가 실패한 원인은 한 마디로 지나친 자만심 때문이었습니다. 자기들이 스승님으로부터 받은 권능과 치유은사에 너무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제자들이 부여받은 능력과 은사는 사실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이었지 자신들의 것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제자들은 솔직히 하느님의 작은 도구요 연장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치유은사를 받은 제자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 굳은 신앙과 겸손, 그리고 그칠 줄 모르는 기도였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잠시 우쭐했던 나머지 이러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신 분으로서 언제 어디서건 악마에 맞서 싸워 이길 절대적인 능력을 지니고 계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십시오. 예수님은 귀먹은 반벙어리, 벳사이다의 소경을 치유하기 전에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결국 사도들의 실패는 자신들의 책임이었습니다. 원인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봉사활동, 치유와 구마활동에 앞선 기도가 생략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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