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하느님의 사랑스러운 딸 테레빈 - 2013.5.21 화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21 조회수363 추천수4 반대(0) 신고

2013.5.21 화요일 이 유리 테레빈을 위한 장례미사(부산 구포성당 오전10시)

 

욥기19,1. 23-27ㄱ 요한 6,37-40

 

 

 


하느님의 사랑스러운 딸 테레빈

 

 


오늘 우리는 아름답게 살다가 사랑의 향기 가득 남기고 하늘나라로 떠난
사랑하는 테레빈의 장례미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신록의 아름다운 5월 성모성월, 신록의 아름다운 영혼으로 살다가
예수님과 똑같은 나이 서른셋에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에 간 테레빈입니다.

정말 하느님과 우리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가득 받았던 테레빈이었습니다.
꼭 요셉수도원의 한 가족처럼 느껴질 정도로
우리 수도형제들의 사랑을 가득 받았던 테레빈이었습니다.

 

테레빈이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에 가던 날의 기억도 생생합니다.
주님 부활시기가 끝나던 2013.5.19일 성령강림대축일,
새벽 3:30분경에 테레빈의 오빠 엘리야 신부가 저를 찾아 왔습니다.

 

“제 동생이 위독하다하여 지금 병원에 갑니다.”

 

우리 수도형제들은 성령 충만한 분위기에
새벽 5:50분부터 6:40분까지 한 마음으로 열렬히 하느님을 찬미했고,
기도가 끝난 직후 6:43분경 엘리야 신부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 동생 테레빈이 6:30분경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울먹이는 음성으로 목이 메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순간 ‘아, 테레빈은 하늘나라로 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수도형제들의 성령강림 대축일 날 열렬한 하느님 찬미 기도 중에
임종을 준비하다 하늘나라에 간 테레빈입니다.

 

 

 

 

 

제가 테레빈 가족과 인연은 맺은 것은 약22년 전 1991년 경 부터이니
이 때 부모님과 수도원을 방문했을 때 테레빈은 11살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고,
엘리야 신부는 초등학교 6학년 쯤 될 것입니다.

유달리 요셉 수도원을 사랑하여 투병 기간 동안 주님의 위로와 평화를 찾아
때로는 혼자, 때로는 가족과 함께 수도원을 찾은 레나타 자매님이었고,
제가 미국 유학 중이던 2002년 12월에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테레빈은 3년여의 투병 중에도
늘 한 결 같이 밝고 명랑했기에 환자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이 들어 갈수록 테레빈은 어머니 레나타를 닮아갔고
테레빈 역시 사람들에게 어머니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강론을 준비하면서
테레빈의 어머니 레나타 자매님이 2000년에 보내 줬던 여러 통의 편지를
찾아냈습니다.

 

-신부님! 그리운 건 오직 하나 미사가 목이 마릅니다.
바람재 전체가 때때로 미사이면서도 미사는 미사로써 그립습니다.
왜 이렇게 미사가 그리운지 모르겠습니다.
숨 쉬는 순간마다 시편을 읊조립니다.
매 순간 다가오는 죽음과 함께 생명의 움틈을 만나면서
찬미의 기도를 올리고는 합니다.-
2000.5.26

 

미사에 대한 그리움은 그대로 하느님께 대한 그리움이며
이런 간절한 기도 있어
엘리야 아들이 요셉수도원의 수도사제가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테레빈 역시 어머니를 닮아 하느님을 사랑했던 깊은 신심의 자매였습니다.
지난 부활시기 건강한 몸으로 기적적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와
우리를 놀라게 한 테레빈의 마지막 편지입니다.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저 테레빈입니다.
주님께서 저를 이 먼 곳까지 불러주시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정말 성지순례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제게 이미 기적이 일어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기도하고 성모님께 매달리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치유의 은총을 내려달라고 기도합니다.
저를 여기 보내주신 은인들과 요셉수도원 식구들에게도 감사드리며
주님 부활 함께 축복 드립니다.

테레빈 올림.-

 

정말 놀라운 신심으로 하느님을, 예수님을, 성모님을 사랑했던 테레빈이었습니다.

 

레나타 어머니의 또 다음 편지 대목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나흘 혼수상태로 돌입하는 바람에 테레빈이 많이 놀라고 충격 받고
방학 내내 저 간호하느라 힘들었음에도 날마다 씩씩하게 일어서는 모습에서
저 또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 바람재에서 테레빈이 성숙해가는 모습에서 젊은 시절 내 모습을 보며
나는 이제 비껴서고 더 많이 잊혀 져야할 화두만 남았습니다.

아이가 세월 속을 아주 깊고 깊은 고요로 걸어갈 수 있도록
침묵속의 사랑으로 온전히 기도하며 사라져 가길 염원하고 있습니다.
-2000.8.18.

 

새삼 엘리야 신부와 테레빈은
어머니 레나나 자매의 사랑과 기도의 열매였음을 깨닫습니다.

테레빈은 어머니를 닮아
병고 중에도 흐트러짐 없이 늘 의연했고 낙천적이었으며 밝고 명랑했습니다.

저는
테레빈이 절망으로 어둡고 슬픈 표정을 지었던 적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대로 오늘 욥의 신앙에서 오는 의연함을 닮았던 테레빈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네,
나의 구원자 하느님께서 살아계심을.

내가 기어이 뵙고자 하는 분,
내 눈은 다른 이가 아니라 바로 그분을 보리라.-

 

욥의 고백은 그대로
병상에서의 테레빈의 마음 속 깊은 고백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이어 하느님 사랑에, 이웃 사랑에 감동하며 감사하는
테레빈의 어머니 레나타의 편지 내용입니다.

 

-모든 것은 사랑 속에 호흡되는 은총이고 감당할 수 없는 은혜였습니다.
회복기에 필요한 먹거리 가지고 지극정성으로 다려주고 가는
아이들 아버지 모습에서 나는 참 행복한 결혼을 했구나 하고
모처럼의 진한 감동도 함께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주님 안에 은혜로운 인연으로 사랑의 빚만 점점 더 크게 내 안에 자리해 옵니다.

…아랫집 보살님댁 사슴 줄려고 모았던 과일 껍질 한 바가지 담아다
사슴 먹이 주고 편지함 가서 신부님 편지와 제자 경은이 편지
바가지에 담아서 오는 발걸음이 얼마나 행복하던지
그 바가지에 하늘 전체의 사랑이 담겨져 함께 충만했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순간순간들입니다.
고맙습니다. 신부님!
김 레나타 옷깃 여미고 합장합니다.
-2000.8.18.

 

찬미와 감사의 테레빈 어머니 레나타였습니다.
진정 믿음의 사람은 감사하는 사람입니다.

테레빈 역시 레나타 어머니를 닮아
늘 수도원에 감사하여 성탄과 부활은 물론이고
시시때때로 수도형제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작년 연말에 보내 준 테레빈의 감사의 편지입니다.

 

-안녕하세요.
저 테레빈입니다.
2012년 저희 남매에게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빠가 멋진 신부님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지지해주시고, 버팀목이 되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항상 수도원의 배려와 은혜로
주님 안에서 건강히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음에도 감사드리며,
2013년도 항상 건강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동생이지만 어머니 몫까지
사랑으로 엘리야 신부의 수호천사 역할을 해 준 테레빈이었습니다.

마지막 하늘나라에 가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아름답고 향기롭게 살았던
우리의 사랑하는 테레빈이었습니다.

주님은 오늘 요한복음을 통해 테레빈에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마지막 날에 테레빈을 다시 살릴 것이다.”

 

아니 이미 성령강림 대축일 날 하늘에 올라
하느님 품 안에서 영원한 삶을 누리고 있는,
우리 마음 하늘 안에 영원히 빛나는 별이 된 테레빈입니다.

 

+주님, 테레빈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테레빈에게 비추소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