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큰마음으로 세상 복음화를/신앙의 해[18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22 조회수334 추천수2 반대(0) 신고


                                                       그림 : [솔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상

‘그때에 요한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마르9,38-40)’
 

수단의 ‘톤즈’라는 가난하고 버림받은 지역에서 교육과 의료 활동을 헌신적으로
펼치다가 세상을 떠난 살레시오 회 이태석 신부님이 계셨다. 그의 삶을 다룬 ‘울지마
톤즈!’라는 텔레비전 시사 영화는 많은 사람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의 제안으로 그곳 여러 종교의 지도자들
2백 명이 조계사에 한데 모여 이 영화를 보았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때 자승 스님이 했던 인사말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처음 보았을 때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영화를 우리 종무원들에게 보여 주어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영화가 가톨릭 선교 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감동적이어서
종무원들 중 몇 명은 개종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인사말은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지만, 총무원장 스님은 이어 이렇게 말하였다. “불교에서 지향하는
‘이타행’(利他行)과 ‘하화중생’(下化衆生)을 천주교 신부님께서 구현했습니다.
종무원 몇 명이 개종하더라도
이러한 스님과 불자들이 나온다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성불하십시오.”

우리와는 다른 신앙을 가진 종교인이 자신의 종교와 상관없이 옳고 선한 것에 대하여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 준 것이다. 이러한 포용력은 우리 가톨릭
신앙인들에게도 일러 주는 점이 크다. 예수님은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신앙인으로 살다 보면, 우리와 다른 종교, 다른
공동체, 다른 소속이어서 이질감을 갖게 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될 게다. 그러나
그 이질감만으로 그들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그들과 연대할 수 있는 공동선을
지향하는 것이 오히려 예수님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는 길이리라.
 

예수님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보고
제자들이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하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막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고통 중에 있고 억압받는 이들에게 자유와 생명을 주는 일은 하느님의
계획안에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 안에 선의를 일으키는 일이라면, 그것이 어떤
종파이든 관계없이 인색하고 옹졸한 마음을 갖지 말라는 것일 게다.

다(多)종교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에서 가끔씩 일부 종파의 몇몇 신도들이 타 종교에
대하여 배타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타 종교에
대하여 무시하거나 배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 그들의 믿음 자체가 옹졸하고
인색한 하느님을 만드는 것이 되리라.

우리 교회는 타 종교와 비 신앙인에 대하여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으로 구원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하느님만이 아시는 방법으로 그들에게도 구원의 길이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사도로부터 이어 오는 우리 교회의 정통성과, 예수 그리스도에
의한 구원의 확실성은 신앙인으로서 분명히 안고 살아야 하지만, 타 종교에 대한
형제적 사랑과 존중의 정신 또한 우리 교회의 중요한 가르침임을 잊지는 말자.
 

사실 누군가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있었다. 제자들이 모르는 이었다.
그래서 제자들은 그 일을 막으려 한다. 스승님의 이름을 몰래 사용한다고 생각했던
거다. 스승님을 따르지도 않는 사람으로서 지나친 행동이라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스승님의 태도는 의외이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스승님의 이 넓은 마음이 제자들을 쉽게 납득시키지 못한다.
세상에는 우리와 다른 신앙을 가진 이가 많다. 종교는 다르지만 믿음의 생활을 굳건히
하는 이도 많다. 예전에는 모른 척했을지라도 이제는 함께해야 한다. 스승님께서는
멀리하지 말라고 하신다. 진리 안에서 뜻을 같이하는 동지로 여기라는 말씀일 게다.

제자들이 막으려 했던 사람이 가짜 복음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그랬더라면 기적은
없었을 것이다. 같은 예수님을 믿으면서 서로 모른 척하는 것은 복음적인 행동이
아니다. 신앙의 해를 보내면서 함께하지 않는다고 무시하며 사는 것은 은총을 막는
행위일 뿐이다. 자신을 기준으로 삼아 남을 판단하면 시야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다 함께!’라는 큰마음으로 세상 복음화를 위해 나아가자.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