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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죄는 우리의 일상사/신앙의 해[183]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23 조회수382 추천수0 반대(0) 신고


                                                                           그림 : [솔뫼] 성모자 상

우리 몸은 부모에게 받았으니, 머리카락 하나라도 감히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孝)의
시작’이란다. 유가의 경전 ‘효경(孝經)’에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마치 우리
몸을 원수처럼 여기기라도 하듯, 손이나 발이 죄를 지으면 잘라 버리고, 눈마저도 빼
버리라신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너무나 냉정하고 가혹하다.

예수님도 당연히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우리 몸을 소중히 여기실 게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루카 12,7)’라고 하실 정도로
우리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신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무시무시할 정도로 단호하게
말씀하시는지?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도 기억력을 갖고 있단다. 몸의 세포들이
감각적이고 달콤한 기억들을 품고 있어서, 온몸의 세포들이 아우성치며 우리를
유혹하는 모양이다. 때문에 손발을 잘라 내는 아픔을 감수하듯 단호하게 죄를
거부하지 않으면, 우리는 늘 육체의 노예가 될 게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죄에 대해서 냉정하고 단호하게 말씀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네 발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절름발이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또 네 눈이 너를 죄
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외눈박이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지옥에서는 그들을 파먹는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는다. 모두 불 소금에
절여질 것이다. 소금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맛을
내겠느냐? 너희는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라.”
 

‘연자매’는 소나 나귀들이 돌을 끌어 돌리면서 곡식을 찧는 맷돌이다.
여인들이 손으로 돌리는 맷돌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 주로 방앗간에서 돌렸다.
고대 로마에서는 연자매를 목에 걸어 바다에 빠뜨리는 형벌이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그 형벌을 떠올리게 하신다.
왜 그랬을까? 그만큼 남을 죄짓게 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리라.

손이 죄짓게 하거든 손을 잘라 버리고 발이 죄짓게 하거든 발도 잘라 버리라신다.
참으로 무서운 말씀이다. 그렇다고 손과 발을 정말 잘라야 하는지? 그건 아닐 게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건 광신도가 하는 짓이다. 스승님의 말씀은 ‘손에 해당되고
발에 해당될 만큼’ 귀하고 절실한 것일지라도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이라면 피하라는
것일 게다.

언뜻 보면 우리에게 다소 위압감을 주는 것 같다. 그러나 성경 말씀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리스도교 1세대라고 불리는 그 옛날 오리게네스
교부는 탁월한 신학적 통찰력과 경건한 삶으로 교회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는 죄를 짓지 않고 금욕적인 삶을 살고자 스스로 거세(去勢)하였단다.
그러나 오히려 그게 그를 성인(聖人)으로 공경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나.

사실 죄를 짓지 않으려고 실제 자기 몸의 일부를 없애려는 건, 예수님의 뜻을 잘못
알아들은 것일 게다. 아프리카에서 원숭이를 잡는 방법은 이렇단다. 원숭이가
좋아하는 먹이를 나무 구멍에 넣어 둔다. 그러면 원숭이는 그 안에 손을 집어넣고
먹이를 꽉 움켜쥔다나. 먹이를 움켜쥐는 그 순간 그는 그 구멍에서 주먹을 뺄 수 없게
된다. 먹이를 포기하면 되는데도 끝내 그걸 고집하다가 결국 잡힌다.

이런 원숭이는 참 어리석지 않은가? 그런데 이 어리석은 원숭이가 우리와 닮은 게
아닌지 모르겠다. 재물에 대한 욕심이나 사람에 대한 욕심, 명예에 대한 집착 등으로
자신의 영원한 생명을 놓쳐 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작은 것들을 기꺼이 희생하고 감수해야 할 게다. 썩어 없어질 것들에 대한 집착으로
죄를 짓지 말라는 게 주님의 가르침이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본질적으로 완벽한 게 아니라 부족한 이들이다. 그러한
우리가 죄를 짓지 않고 산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리라. 죄는 우리의 일상사이다.
그러기에 성령의 이끄심을 믿으며 살아간다. 속죄의 정신으로 인내하며 기도도 한다.
선행과 성사 생활에 충실하려 애쓴다. 은총만이 죄를 피하게 해 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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