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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유에서의 자유로움/신앙의 해[187]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27 조회수433 추천수0 반대(0) 신고


                                                         그림 : [황사평] 제주 교구 성직자 묘역

예나 지금이나 인간 사회에 큰 힘을 미친다. 특히 오늘날은 과거보다 더 큰 위력을
가지고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것 같다. 재물을 얼마나 가졌느냐에 따라 마치 그 사람의
사회적 신분뿐만 아닌 인격도 결정될 정도이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더 큰 집을 사고, 더 좋은 차를 타고, 남들에게 기죽지 않으려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게 인생의
목표로 삼기도 한다나.

사실 우리 곁에는 가진 거로 허세를 부리는 ‘천박한 부자’가 있는가 하면, 소박하고
검소하게 살며 이웃을 도우는 ‘아름다운 부자’도 있을 게다. 같은 부자라도 천박과
아름다움 중 어디에 더 삶의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무언가가 달라지리라.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느냐, 천박하게 만드느냐는 이렇게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있다.
 

세상에는 천박한 부자도 있는가 하면 훌륭하게 산 부자도 적지 않다. 우리에게도
경주의 최 부잣집 이야기는 그 좋은 표본이다. 그 집안은 대대로 이어지는 여섯 가훈이
있다나.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말며, 재산을 모으되 만석 이상은 안 되고, 과객은
후하게 대접하고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말며, 가문의 며느리는 시집온 뒤
3년은 무명옷을 입어야 하며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첫째 가훈은 최소한의 양반 신분을 유지하는 진사까지만 벼슬을 하라는 게다.
둘째는 필요한 재산 이상은 사회에 환원하라는 거다. 셋째는 나그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노잣돈을 쥐어 보내라는 규율이다. 넷째는 당시 흉년에 가난한 농부들은 쌀 한
말에 논 한 마지기를 넘길 정도였으므로 가난을 이용하지 말라는 가르침일 게다.
다섯째는 집안 살림의 검소함을 강조함이다. 여섯째는 이웃의 굶주림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이리라. 부자는 삼 대를 잇기가 어렵다 하나 이 최 부잣집은 이 여섯 가지
가훈으로 12대를 만석꾼으로 이어 왔단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며 이르셨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러나 그는 이 말씀 때문에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갔다. 그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주위를 둘러보시며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마르10,21-23)’ 
 

재물을 소유하는 게 그대로 ‘구원의 장애’가 되는 건 결코 아니다. 재물과 구원은
아무 연관이 없다. ‘사로잡히는 마음’이 문제라면 문제일 게다. 물질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가르침이리라. 재물로 자선을 베푼다면 오히려 축복의 원인이 될 수도.
재물만이 아니다. 재능도 그렇고, 지위도 그렇다. 그것에 ‘노예가 되면’ 언제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것의 노예가 되는 것의
시작일 수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섭섭해 하면 노예 상태로 진입한 것임에랴.
그것 때문에 다른 이의 아픔은 외면한다면 노예가 되어 사는 것과 별반 다름없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예수님의 이 유명한 말씀에 많은 이가 당황한다. 열심히 돈 벌며 아끼고 절약해도
제대로 살기 힘든 마당에 부자가 되기를 거부한다는 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당대의 그 제자들도 이러한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러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이에 예수님은 분명히 일러 주셨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그렇지
않다.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구원이란 사람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가능하다는 뜻인가! 이를 잘 음미하면 ‘부자’는 단순히 글자 그대로 재물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힘을 믿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재산과 재능,
특기만으로 주어진 모든 일을 해결하려면, 그는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갈 수 없듯
하느님 나라에 결코 들어갈 수 없을 게다.

살아가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재물은 필요하리라. 그리고 재물 자체는 악은 분명히
아니다. 부자라고 다 비난받는 것도 아니다. 부자가 욕심과 이기심에 사로잡혀 자기
곳간의 문을 닫아 놓을 때는 비난받는다. 이기심과 욕심으로 닫아 놓은 문은 하느님도
들어가실 수 없다나. 아니 그 문을 결코 보지도 않고 지나치리라. 하느님에게는 가난한
이의 열려진 문이 그분의 유일한 통로일 게다. 그러려면 우리는 소유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신앙의 해를 사는 우리는 이런 소유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살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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