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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버리면 더 많은 걸 얻는/신앙의 해[188]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28 조회수507 추천수0 반대(0) 신고


                                                                               그림 : [한티] 영성관

임금을 등에 태우고 가는 나귀가 있었다. 그 나귀는 늘 임금에게 봉사한다고 생각하여 자부심이 대단했다. 사람들이 온몸을 치장해 주고, 임금이 타는 나귀라고 해서 늘
쓰다듬어 주었기에. 그러던 어느 날, 임금이 그 나귀를 타고 행렬 할 때, 사람들이
환호를 하자, 나귀는 자기에게 환호하는 줄 알고 앞발을 들어 답례를 보냈다나.
결국임금은 나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영적 교만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예화이다.
교회에 봉사하는 자는 ‘부름 받은 종’으로서 하루하루 주님을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게다. 그리고 그저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라고
늘 마음속으로 고백해야 하리라. 그 이상은 영적 교만이다.
 

평생을 초등학교 교사로 봉직한 분이 계셨다. 그는 중년까지 벽지 학교만 다녔단다.
도시로 갈 기회가 있어 힘을 썼지만 늘 변두리였다. 어느 해에는 본당 교우들이
협조로제법 큰 도회로 나갈 수 있었기에 큰 기대를 하며 기다렸다나.
그러나 이번에도 발령이 난 것은 벽지였다. 그는 분개했지만 그걸 뒤집지는 못했다.
그런데 몇 년 뒤에 벽지 근무자에게는 특별대우가 실시되었다.
그는 그간의 근무 인정으로 동료들보다 빨리 승진의 기쁨을 누렸단다.

“주님께서는 인간보다 생각이 훨씬 깊은 분이십니다. 전에는 주님을 머리로 알았는데, 이제는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지난날 화낸 일을 생각하면 부끄럽습니다.”
그분의 회고이다. 그렇지만 그 시련의 뜻을 미리 아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될지?
‘내가 진실로 말한다. 나와 복음을 위해 사는 사람은 박해도 받겠지만,
넘치는 보상도 받을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돌아보면 그분은 많은 축복을
지금도 곳곳에서 주실 게다. 시련의 의미를 깨닫고 감사를 잊지 않는다면,
첫째가 ‘꼴찌 되는 일’은 당하지 않을 게다.
 

‘그때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를 백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마르 10,28-31)’
 

‘누구든지 나나 복음 때문에 집이나 가정과 부를 버린 이는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라는 이 말씀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때로는
부담을 느낄 게다. 하느님을 믿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과 가족을 버릴
정도의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는 말씀에 그다지 동의하고 싶지 않기에.

그런데 여기서 ‘버리다’는 말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의 그리스
말인 ‘아피에미’(afiemi)라는 본디 뜻은 ‘내팽개치다’ 또는 ‘쓰레기 취급을 하다’가 아닌
‘그냥 두다’라는 뜻이다. 곧 내 뜻대로 하지 않고 하느님 뜻대로 두라는 뜻이라나.
그러므로 이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만 생각하고 온전히 거기에 사로잡힐 게 아니라,
그 모든 걸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로 여기고 그분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쓰이기를
바라시는 것이란다. 내가 생각하고 원하면서 만족하는 방향이 아닌 주님의 방향으로
쓰이도록 내어 맡기는 게 우리 그리스도인의 참된 삶일 게다.
 

예수의 데레사 성녀는 ‘완덕의 길’에서 ‘떼기 어려운 것이 혈육의 정이요, 저절로
당겨지는 것이 혈육의 정’이라 했다. 그러면서 ‘주님을 따르려면 몸만이 아닌 혈육의
정까지 떼어야 한다. 정 떼기란 영원히 좋으신 예수님께 통째로 자신을 바쳐
그 안에서 모두를 잊고 모두를 얻자는 것이 아날까?’라고 이야기한다. 수도자에게 하는
당부이지만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가 모두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리라.

예수님과 복음 때문에 가족을 버린다는 의미를 생각해 보자. 원수마저도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려면 사랑하는 가족마저도 버리라신다. 우리가 원수를
사랑해야 한다면 혈육으로 맺어진 가족을 마땅히 사랑해야 할 게다. 혈육의 정이
믿음에 방해나 걸림돌이 된다면 그런 유혹을 뿌리치라는 거다.
곧, 예수님을 따르려면 육적인 차원을 넘어 영적인 것에 온 힘을 쏟아야 하리라.

자연 이렇게 예수님을 따르고자 가족을 멀리한 사람은 몇 백배가 넘는 형제를 얻을
게다. 몇 명의 가족 대신에 한 믿음으로 맺어진 수많은 신앙의 형제를 만나기에.
그리고 그들은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산다. 가난한 이들은 형제의 나눔으로
굶주림을 채우고, 외로운 이는 우정으로 마음이 든든해질 게다. 아픈 이는 보살핌으로
병상에서 일어날 게고. 이것이 바로 주님을 따르는 이들이 얻는 보상이리라.
버리면 더 많은 걸 얻는 이 말은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가 꼭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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