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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두 여인의 만남을 기뻐하며/신앙의 해[191]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31 조회수373 추천수0 반대(0) 신고


                                                      그림 : [배티] 최양업 신부 기념 성당 외부

나자렛의 한 시골 소녀 마리아에게 일이 벌어졌다.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을
받고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는 부름을 받는다.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엄청난
사건 앞에 그녀는 당혹감과 두려움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친척 엘리사벳을 찾는다. 어떻게 불가능한 일이 가능하게 되었는지 엘리사벳을
찾아가 확인하고 싶었던 게다. 엘리사벳을 만난 마리아는 자신에게 내린 놀라운
하느님의 섭리를 경탄하며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도를 바친다.

이에 마리아도 기도로 응수한다. 라틴어로 ‘마니피캇’(Magnificat)이라고 불리는 이는
마리아가 스스로 가난하고 비천한 자임을 고백하며 작은이들을 통하여 놀라운 일을
하시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도이다. 자신을 하느님의 도구로 써 주심에 감사드리는
이 ‘마리아의 노래’는 신약 성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찬가로 꼽힌다.
이 노래는 단순히 성모 마리아의 개인적인 찬가라기보다는
구약의 하느님 백성 전체가 그분의 구원을 찬미하는 노래라 할 수 있다.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잉태하고, 친척이며 요한 세례자의 어머니인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날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로 정해 해마다 5월 31일에 지낸다.
이 날로 정한 것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3월 25일)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6월 24일) 사이에 마리아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서란다.
 

마리아께서 천사의 메시지에 따라 엘리사벳을 방문한 건 이웃 사랑의 실천일 게다.
이러한 이웃 사랑은 위대한 두 여인이 만나는 자리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불가능인
것을 가능으로 현실화시킨 위대한 여인이다. 그 현실화에는 하느님의 배려가 있었다.
그들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할 수 있는 바탕을 믿음으로 삶을 누린 여인들이었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마리아의 심정을 헤아려 보자.
 

마리아는 길을 나서 유다 산골에 사는 친척 엘리사벳을 찾는다. ‘태중의 아이가
성령으로 잉태되었다고 말하면 과연 언니가 믿어 줄까?’ 그런데 엘리사벳을 만나는
순간 이런 걱정과 의심은 다 사라졌다. 그녀는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임신에 대하여 의심을 품지 않았다. 비록 자신의 임신은
반신반의로 오해의 소지도 있었지만 그게 이 만남으로 이제는 기쁨으로 활활
타올랐다. 그래서 그녀는 마리아야말로 여인들 가운데 가장 축복받은 여인이라고
찬양한다. 그만큼 마리아를 믿었던 거다. 엘리사벳이 마리아를 믿었던 근거는
평소의 마리아의 믿음을 너무도 잘 알았기에. 그리고 마리아는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고 믿고 살았기에. 이렇게 두 여인은 주님께 믿음의 뿌리를
깊이 내렸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았다. 이 두 여인의 만남은 믿음과 믿음의 만남,
믿음을 통해 받은 기쁨과 기쁨의 만남이리라.

만남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만남을 통해 이웃 안에서 일어나는 하느님의 축복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이웃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오늘 두 여인의 만남을 기억하며
우리도 오래전부터 방문하고 싶었던 이를 만나 서로 축복의 인사를 나누어 보자.
 

누구에게든 어머니가 된다는 사실은 위대한 일이다. 고귀한 신분으로 바뀌는 거다.
주님께서 하시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순명과 겸손의 성모님처럼
주님의 위대하심을 알리고 노래하는 일이다. 오늘의 사회는 갈수록
‘능력 있는 어머니’를 원하지만 정작 바라는 건 ‘거룩한 어머니’이다.
똑똑하고 재주 많은 어머니보다 성실하고 신심 깊은 어머니가 더 필요한 시대이다. 
 

우리는 참으로 보잘것없는 이들로서 모든 면에서 부족하기 짝이 없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마리아의 이 노래를
바로 우리 자신의 노래로 바꾸어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하느님 앞에 하등 비천한 존재요 그분을 두려워해야 하는 존재이니까.
5월의 마지막 날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로 지내는 우리는 두 여인의
만남을 기뻐하며 성모님의 순명과 겸손의 마음으로 하느님을 찬미해야 할 게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내 마음 기뻐 뛰노나니
당신 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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