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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01 조회수764 추천수9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성체 성혈 대축일


<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


복음: 루카 9,11ㄴ-17







성체성사의 제정


안젤리코 작, (1450), 프레스코, 186x234 cm, 피렌체 성마르코 박물관


     <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 

        사람을 보면 어떤 사람은 편안함을 주고 어떤 사람은 그냥 옆에 있어도 찬 기운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한 번 만날 기회가 있었고 손을 잡을 기회도 있었는데, 교황님의 손을 잡을 때 동네 아저씨 손처럼 편안함을 느꼈었습니다. 그 분이 가장 볼품없이 연세가 들어버렸을 때 그 분은 가장 편안한 분이셨고, 또 청년들을 한 번에 2백만이나 모을 수 있는 힘을 동시에 지니신 분이셨습니다. 저는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는다고 생각합니다. 외적인 옷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각자의 옷이 있는 것입니다.

 

딴지일보와 나꼼수로 유명한 김어준이란 사람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보아도 하고 싶은 것은 당장 하고야마는 독특한(?) 스타일의 소유자라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가 1991년에 배낭여행을 할 때였습니다. 옷은 빨지 않아 더 이상 본래 색을 구분할 수 없게 되었고 120여만 원이 남은 채 2달을 더 버텨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오페라 하우스 사이를 지나고 있을 때 옷 가게에 진열된 양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엇에 끌렸는지 양복을 꺼내 입고 와이셔츠와 넥타이까지 맸습니다. 맡겨놓은 것을 찾아가는 것처럼 이 모든 일이 30초 안에 일어났다고 합니다. 거울엔 태어나서 처음 보는 멋진 아이가 있었습니다. 가격표를 보니 12만원이 쓰여 있어서 살 수 있겠거니 생각하고 다시 보니 가격표에 ‘0’이 하나 더 붙어있었습니다. 거울 속의 저 아이를 두고 갈 것인가 아니면 함께 나갈 것인가?

그는 갈등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 120만원이면 하루에 2만원씩 쪼개서 두 달 동안 간신히 굶거나 이슬을 맞으며 자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하루하루 쌓이는 행복 60일치를 다 더하면 지금 이 양복을 사는 것보다 더 클 것인가? 아닌 것 같았답니다. 그래서 그는 양복을 전 재산을 주고 바로 사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양복을 입고 빠리 룩셈부르그 공원에서 노숙을 했습니다. 그 양복의 이름은 보스였답니다.

그는 바로 로마로 내려갔습니다. 5만원 남은 것으로 호텔에서 하루 자고 호텔 매니져와 이렇게 계약을 맺습니다.

내가 지금 갈 수도 있고 머물 수도 있습니다. 만약 3명을 데려오면 저도 함께 재워주십시오. 만약 5명이 넘으면 그 때부터 한 사람당 커미션을 주십시오. 그리고 아무도 못 데리고 오면 저는 그냥 배낭 메고 가겠습니다.”

주인은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방을 놓고 역으로 갔습니다. 적어도 3명 정도는 데려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1시간에 30명을 데려왔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바로 보쓰를 입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일주일이 지난 뒤 50만원이 수중에 들어와서 내가 왜 남의 장사를 해 주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 곧 짐을 싸들고 동구권으로 가게 됩니다. 왜냐하면 당시에 동구권이 개방을 시작할 때라 사람은 밀려들고 숙소는 부족했을 때였기 때문에 자신이 사업을 해 보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그가 자리를 잡은 곳은 체코입니다. 그 곳에서 집을 통째로 빌려주는 숙소가 있었는데 그는 거기서 하루 묵고 집 주인에게 일주일치로 50만원을 줍니다. 그리고는 역으로 가서 기차에서 내리는 반반한 영국 남자 애를 하나 잡아서 자기와 일을 하면 먹여주고 재워주고 돈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왜냐하면 김어준은 누가 봐도 명품인 보쓰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숙소는 곧 대박이 났습니다. 젊은 사람들 위주로 싸고 맛있는 음식으로 승부하였습니다. 실컷 먹고 쓰고 한 후 체코를 떠날 때 그의 수중에는 1000만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가 보스를 샀기 때문이란 것입니다.

 

저에겐 이것이 성체성혈의 신비를 잘 나타내준다고 보입니다. 우리도 하루하루 안정적인 삶을 살 수도 있고, 무언가에 몽땅 투자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믿음이란 것이 그렇습니다.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자신의 전부를 투자해야합니다. 가끔은 빵 다섯 개, 물고기 두 마리로 만족하려고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봉헌할 수 있는 믿음이 있을 때, 누구도 입혀줄 수 없는 좋은 옷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빵 다섯 개 물고기 두 마리를 받고 우리에게 돌려주시는 것은 당신의 살과 피입니다. 우리는 비록 그것이 나의 전부일지라도 우리가 가진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새로운 옷을 사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도 이렇게 말합니다.

밤이 물러가고 낮이 가까이 왔습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 ...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그리고 욕망을 채우려고 육신을 돌보는 일을 하지 마십시오.”(로마 13,12. 14)

즉 그분의 옷을 입기 위해 내가 바쳐야 하는 것은 내 자신이 가졌다고 생각되는 전부인 것입니다.

 

저의 동기신부님 아버님이 직접 저에게 말씀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그 아버님은 신을 부정하며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있었고 그렇게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일하시는 곳에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 가스가 폭발하였는데 아버님은 그 사고를 직접적으로 입으셨고 3도 화상으로 죽은 것으로 판명이 되어 병원 영안실에 넣어지기 직전이었습니다. 영안실에 넣으려는 순간 일하는 사람들이 숨소리를 듣고 혹시 살아있는 것이 아니냐고 수군대는 소리를 들으셨습니다. 그리고는 기억이 없다고 합니다.

깨어보니 병원 침대 위에 뉘여 있었습니다. 입도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고 코와 귀도 화재로 사라져버린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 상태였습니다. 그 병원이 수원에 있는 가톨릭 병원이어서 수녀님이 혹시 영성체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어 보셨고 아버님은 말씀을 하실 수가 없으셔서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입도 벌어지지 않는데 어떻게 성체를 영하시려고 하신 것일까요?

아버님은 그 때 죽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영성체를 하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잊고 사셨던 기도를 다시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데 주위에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성모송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성모송을 바치면 주위의 사람들이 주님의 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들이 기도를 방해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버님이 제대로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니 그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밤새 기도를 하시는데 온 병원에 불이 났다고 합니다. 그 분은 어떻게 걷고 말을 했는지도 모른다고 하시며, 사람들을 깨워 피하라고 하였지만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옆 병실에 입원해 계신 지학순 주교님 방을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주교님은 놀라서 일어나셨습니다. 불이 났다고 피하라는 그 아버님의 말에 하느님께서 무언가 일을 하시려는 모양이네.” 하시며 아버님께 안수를 해 주셨습니다. 왜냐하면 그 불은 그 아버님께만 보이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시간 동안 아버님은 기적을 체험하십니다. 화상이 다 벗겨져 새살이 돋아난 것뿐만 아니라 없어졌던 코와 귀까지도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그 분은 그렇게 아침 미사에 당당히 내려가 성체를 영하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성체를 영하고 돌아왔더니 온 병원이 난리가 났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환자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아버님께 와서 혹시 여기 누워있던 환자 못 보았느냐고 물었습니다. 누구도 하룻밤에 그렇게 온전해 진 아버님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성체성혈의 신비로 사람이 새 옷을 입는 것입니다. 그분은 자신의 자존심을 봉헌하고, 즉 자신의 이전 껍질을 벗고 새 옷을 입게 된 것입니다. 아버님은 지금도 성체를 보면 타오르는 불꽃이 보인다고 하십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아버님은 건설업을 시작하셨습니다. 초창기 규모가 작을 때였는데 100억이 넘는 입찰에 도전을 해 보셨습니다. 당대 대기업 건설 회사들이 수주를 따내기 위해 입찰을 넣은 상태라 현실적으로는 입찰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아버님은 입찰이 이루어지는 동안 계속 묵주기도를 바치셨고 점심때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성호를 긋고 삼종기도를 먼저 바치시고 식사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다가오더니 서류를 좀 보여 달라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서류를 주었는데 결과적으로 아버님의 회사가 그 일을 따내게 되었습니다.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방금 전에 서류를 달라고 하셨던 분이 중앙에 앉아계셨다고 합니다. 그 분은 누구도 그런 곳에서 성호를 긋고 식사를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하며 그렇게 신앙이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판단하여 그 분께 일을 맡기기로 결정 한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빵 다섯 개 물고기 두 마리는 우리가 내놓지 않으려고 하는 자아, 욕심, 자존심일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봉헌하는 것으로 살과 피를 만들어 주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벗지 않으면 다시 입혀주실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 임금이 벌인 혼인잔치에 의복을 입지 않고 들어와 있다가 결국 쫓겨났다는 비유말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의복이 무엇이겠습니까? 예수님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헐어빠진 옷을 벗고 당신의 옷을 입으라고 성체성혈을 베푸시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입으려면 나를 버려야합니다. 드릴 것이 없다고 핑계대지 맙시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당신을 봉헌하셨듯이 보잘 것 없는 를 봉헌하는 것입니다. 내가 오늘도 새로운 옷을 입기 위하여 봉헌해야 하는 빵 다섯 개 물고기 두 마리는 무엇입니까? 믿음이란 봉헌할 수 있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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