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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예찬 - 2013.6.2 주일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02 조회수381 추천수2 반대(0) 신고

2013.6.2 주일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

 

창세14,18-20 1코린11,23-26 루카9,11ㄴ-17

 

 



미사 예찬

 

 


오늘은 6월 예수성심성월,
첫 번째 맞이하는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입니다. 예수성심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이 환하게 드러난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은 미사 대축일입니다.
하느님의 아름다움은 미사의 아름다움이요, 하느님 자랑은 바로 미사 자랑입니다.

 

예전 어느 자매의 편지 글 중 다음 대목을 잊지 못합니다.

“신부님! 그리운 건 오직 하나 미사가 목이 마릅니다.
바람 재 전체가 때때로 미사이면서도 미사는 미사로써 그립습니다.
왜 이렇게 미사가 그리운지 모르겠습니다.”

하느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그대로 미사를 그리워하는 마음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대로 하느님 사랑의 표현인 그리스도의 성체성혈을, 미사를 사랑합니다.

이 지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것은 미사입니다.

 

얼마 전 분도지의 기고 글,
‘수도원의 정착기의 삶’ 중 첫머리 글 쓰던 과정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하루하루 살았다.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었다. 바로 1992년이 그러했다.’

 

써놓았지만 웬 지 무언가 미진했습니다.
몇 날을 두고 묵상하던 중 번쩍 떠오른 생각에 얼마나 반갑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하루하루 살았다’에 이어 ‘미사는 하루하루 삶의 원천이었다.’는 구절을
넣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미사는 우리 하루하루 삶의 원천입니다.

오늘은 ‘미사 예찬’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첫째, 축복과 찬미의 미사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대사제 예수님의 예표인 1독서 창세기의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사제, 살렘 임금 멜키체덱의 모습에서 착안했습니다.

그는 아브람에게 축복하며 말씀하십니다.

 

“하늘과 땅을 지으신 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아브람은 복을 받으리라.
적들을 그대 손에 넘겨주신 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는 찬미 받으소서.”

 

하느님의 사제 멜키체덱의 말씀이 참 아름답고 은혜롭습니다.
아브람뿐 아니라 대사제 예수님께서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한 축복의 말씀 같습니다.

하느님의 기쁨은, 행복은 당신 백성인 우리들에게 축복을 주시는 것입니다.
끊임없는 축복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대로 하느님의 축복덩어리들입니다.

멜키체덱 사제를 통해 아브람을 축복하신 하느님은
역시 당신의 대사제 예수님을 통해 또 우리를 축복하십니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는 찬미 받으소서.’

 

하느님의 축복에 대한 우리의 응답이 하느님 찬미요,
우리의 하느님 찬미에 대한 응답이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축복과 찬미는 바로 영적 삶의 사이클임을 깨닫습니다.
축복과 찬미의 삶 중에 깊어지는 우리의 겸손한 믿음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 중
주님은 당신을 찬미하는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축복을 내려주십니다.

 

 

 

 

 


둘째, ‘영원한 현재’를 살게 하는 미사입니다.

 

오늘 2독서인 코린토 1서 말씀에서 착안했습니다.
성찬예식의 모태가 된 소중한 구절들이라 그대로 인용합니다.

 

‘주 예수님께서는 잡히던 날 밤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또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 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가장 오래된 성찬기도문입니다.

복음서들이 쓰여 지기 10년 전 56년경에 쓰여 졌으니
무려 2000년 전 사용됐던 성찬기도문이
지금도 미사 중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니 놀라운 일 아닙니까?

다 지나가지만 미사만은 영원합니다.

주님께서 오실 때 까지 어제도 이제도 영원히 계속되는 미사가
우리에게 영원한 위로와 치유의 샘이자 평화와 기쁨의 샘입니다.

 

주목한 말마디가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입니다.

영성생활은 기억입니다.
끊임없이 하느님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하여 끊임없이 죽는 날까지 미사와 성무일도의 공동전례기도를 바치는
우리 수도승들입니다.

망각 속에 다 사라져가도 하느님은 사라지면 안 됩니다.
늘 주님을 기억하여 거행하는 이 거룩한 미사가 늘 영원한 현재를 살게 합니다.
지금 여기서 하늘나라를 살게 하고 하느님을 뵙게 합니다.

미사 중에 살다가 미사로 세상을 하직할 우리들입니다.

 

 

 

 

 


셋째, 축제의 삶을 살게 하는 미사입니다.

 

축제가 사라져 가는 황량한 사막 같은 시대입니다.
저는 가톨릭교회의 미사 축제보다 더 좋은 축제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오늘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나기 직전 복음의 삶의 현장은 그
대로 오늘의 현실 같습니다.

 

“우리가 있는 이곳은 황량한 곳입니다.”

 

의식주가 다 보장되어 있어도
축제가 없는 곳은 어디나 단조롭기 그지없는 황량한 사막입니다.

축제의 기적이 사막을 낙원으로 바꿉니다.
오늘 복음 장면은 그대로 미사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황량한 광야에서 미사축제를 거행하는 주님이십니다.

목자이자 사제이신 주님의 진면목이 잘 들어납니다.

주님은 하느님 나라에 관하여 말씀하시고 병자를 치유해 주시고
이어 미사봉헌을 통해 빵의 기적을 이뤄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그것들을 축복하신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군중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셨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흡사 미사축제로 사막이 낙원으로 변한 모습입니다.
하늘과 땅이 소통하여 하나가 됨으로 기적이 일어났고 축제의 삶의 되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늘과의 소통에 이어 이웃과의 소통으로
모두 가진 것을 나누게 되니 모두가 부자가 된 축제의 장이 되었습니다.

오늘 새벽성무일도 시 탈출기의 아름다운 대목도 생각납니다.
시나이 산에서 계약을 맺은 후 모세와 일행이 음식을 나누는 장면입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뵈었다.
그분의 발밑에는 청옥으로 된 바닥 같은 것이 있었는데 맑기는 꼭 하늘같았다.…그들은 하느님을 뵙고서 먹고 마셨다.’(출애24,10-11참조)

 

우리 역시 모세의 일행들처럼
주님을 뵙고 주님의 성체성혈을 먹고 마시는 미사시간입니다.

인생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미사 축제가 허무한 삶을 충만한 삶으로 바꿉니다.

 

 

 

 

 

제가 미사 중 하느님 사랑에 가장 감동을 받는 장면은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성체를 받아 모실 때의 장면입니다.

 

겸손한 믿음의 빈손으로 성체를 받아 모실 때의 가난한 모습보다
더 아름답고 경건한 모습은 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가난한 존재가 부요한 존재로 변하는 극적인 순간입니다.

모두 생명의 빵인 성체를 나눠 모실 때 저절로
‘아, 모두 주님 안에 한 식구(食口)인 영적 가족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미사전례보다 더 좋은 종교의식이 어느 종교에 있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당신 백성인 우리에게 주신 최고의 사랑 선물이
바로 미사입니다.

강론을 준비하던 중 어제 서품 25주년을 맞이하여 함께 공동미사집전을 했던
동창신부로부터 도착한 문자 메시지도 저에겐 신선한 기쁨이자 감동이었습니다.

 

“신부님,
어제 신부님과 함께 한 은경 축하 미사는 너무 아름답고, 거룩하고,
하느님의 향기 가득하였습니다.

특히 강론 내용이 너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그 강론을 제 은경축 회고록 마지막 페이지에 넣고 싶어서 문자 드립니다. 꼭 원고를 보내주십시오.”

 

모두가 하느님을 찾고 미사를 찾습니다.
하느님 향한 갈망은 그대로 미사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광야의 삶을 축제의 삶으로 바꿔주는 미사은총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축제 중 당신을 뵈오며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우리 모두에게
당신 성체성혈의 축복으로 우리를 충만케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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